훨훨 나는 웹툰… 드라마·영화 제작, 문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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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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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업계 가파른 상승세 ‘경이로운 소문’ ‘스위트홈’ ‘여신강림’ 등 줄줄이 화제
영상 업계 창작 능력 위축은 우려
넷플릭스 제공


비주류 대중문화로 치부되던 웹툰이 날개를 달았다. 올해는 특히 웹툰 원작 드라마·영화가 잇따라 흥행했다. 콘텐츠 업계로 보면 환영할 일이지만 과제도 만만찮다. 전문가들은 열악한 제작 환경 등 웹툰 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드라마·영화업계의 순수 창작물 제작 능력 저하를 우려했다.

최근 웹툰 영상화 사업은 더 불붙었다. 넷플릭스 ‘스위트홈’과 tvN ‘여신강림’ 등이 화제 몰이에 성공하면서다. 28일 수십 개 리메이크 계획을 발표한 네이버웹툰은 내년 상반기 tvN에서 방송되는 ‘간 떨어지는 동거’를 비롯해 ‘유미의 세포들’ ‘머니게임’ ‘비질란테’ ‘상중하’ ‘금수저’ 등 인기 웹툰을 드라마로 제작한다. OCN ‘경이로운 소문’의 IP(지식재산권) 보유자인 카카오페이지는 2021~2023년 65개의 작품을 드라마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었다.

빠르게 성장 중인 웹툰 시장 규모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웹툰 등 이용이 늘었다는 응답자(만 10~59세 이용자 3000명)는 전체의 37.4%였다. 지난해 웹툰 산업 매출 규모는 지난해보다 1737억원(37.3%) 늘어난 6400억원으로 집계됐고, 43개 업체 가운데 올 상반기 국내·해외 매출이 늘었다고 답한 비중은 60.5%와 71.9%에 달했다. 콘진원은 “콘텐츠 업계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웹툰은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제작진이 웹툰에 주목하는 이유는 검증된 시나리오로 안정적인 인기를 끌 수 있어서다. 올해 JTBC ‘이태원 클라쓰’(1월)를 시작으로 3월 한 달에만 ‘메모리스트’ ‘어서와’ ‘루갈’ 등 3편의 웹툰 원작 드라마가 공개됐다. 지금까지 부지기수로 많은 웹툰 원작 콘텐츠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찾았는데 양우석 감독의 영화 ‘강철비’ 시리즈를 비롯해 ‘계약우정’(4월) ‘쌍갑포차’(5월), ‘편의점 샛별이’(6월), ‘연애혁명’(9월) ‘며느라기’(11월)도 모두 웹툰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웹툰 드라마의 흥행은 올해 특히 두드러진 현상이다. 2014년 ‘미생’, 2018년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2019년 ‘쌉니다 천리마마트’와 ‘조선로코-녹두전’ 등 지난해까지만 해도 흥행작은 매년 손꼽을 정도였다. 다음·네이버가 스튜디오를 꾸리고 웹툰 재창작에 매진했다는 이유를 감안해도 전례 없던 활약이다.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웹툰을 향한 관심과 웹툰 뼈대 장르인 판타지를 구현할 수 있는 영상 기술력의 향상이 맞물린 결과다. 프로틴(근육) 괴물 등 이채로운 크리처로 이목을 끈 ‘스위트홈’ 이응복 감독은 “‘한국의 영상화 기술이 이 정도까지 향상됐구나’라는 반응을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OCN 제공


다만 숙제들이 적지 않다. 업계 안팎에서는 마니아가 탄탄한 웹툰의 영상화가 강점이면서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칫하면 콘텐츠 확장이 본질인 드라마·영화 각색 작업이 팬의 반발에 부딪히는 딜레마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치즈 인 더 트랩’은 배우 캐스팅이 원작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비판이 쏟아졌고, 영화 ‘신과함께’는 스토리 각색을 이유로 여러번 입길에 올랐었다. 올 초 드라마 ‘어서와’나 ‘계약우정’, 2018년 ‘계룡선녀전’ 등은 웹툰 호흡을 살리지 못해 시청률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가장 큰 문제로는 영상 산업의 순수 창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특히 드라마 시장이 그렇다. 신예 작가 등용문인 단막극 프로그램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기존 제작진마저 웹툰 리메이크에 골몰한다면 창작 기능 자체가 마비될 수 있어서다. 창작품이 화제성 높은 웹툰 작품에 편성이 밀릴 가능성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웹툰 영상화는 콘텐츠 산업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창작 메커니즘의 붕괴 등 우려도 있다”면서 “웹툰을 잘 각색하려면 ‘이태원 클라쓰’처럼 원작자가 제작에 참여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또 창작 기능 유지를 위해 드라마 작가가 웹툰을 써보는 등의 다양한 형태의 크로스오버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TV 제공


웹툰의 장기적 성공을 위해 풀어야 할 시장 내부의 과제들도 있다. 콘진원 설문에 응한 635명의 웹툰 작가가 꼽은 창작 활동의 어려움으로는 과도한 작업으로 인한 정신·육체적 악화(84.4%)와 연재 마감 부담에 따른 작업시간과 휴식 시간 부족(84.3%)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작품 계약 때 서면계약을 체결한 비중이 91.8%로 매우 높으나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도 8.2%에 달했다. 안정적인 창작 토양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시점인 셈이다.

박민지 강경루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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