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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리뷰] '눈치' 없는 프렌치 러버? 용두사미 배두나…영화 '#아이엠히어'

'#아이엠히어' 포스터 © 뉴스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아이엠히어'는 배우 배두나가 프랑스 영화에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감을 준다. 무엇보다 '언터쳐블: 1%의 우정' '레옹' '라붐' 등 프랑스 흥행작들을 탄생시킨 프랑스 대표 제작사인 고몽(Gaumont)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더하지만, 감정선이 중요한 영화에서 부족한 개연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아이엠히어'(감독 에릭 라티고)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한국인 여성 수(SOO/배두나 분)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한국행을 택한 프랑스인 직진남 스테판(알랭 샤바 분)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겪게 되는 좌충우돌 힐링 여행기를 담은 영화다. 배우부터 작가, 감독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국민 배우 알랭 샤바가 배두나와 함께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수와 SNS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되는 스테판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스테판은 프랑스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장성한 두 아들과 전처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낀 채 활력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수와 '랜선 친구' 사이가 된 후 조금씩 활기를 찾아간다. 그는 "서울에서 벚꽃을 같이 보면 좋겠다"는 수의 한마디에 무작정 한국으로 향한다.

들뜬 마음으로 공항에 도착하지만, 수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게다가 수는 SNS에 접속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스테판은 수와 언젠간 공항에서 만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그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공항에서 잠도 자고 밥도 먹고 그러다 새로운 인연들을 만난다. 그의 공항 라이프가 SNS에 공유되면서 그는 한 여자를 무작정 기다리는 '프렌치 러버'로 유명인사가 된다.

공항에서 수만 마냥 기다린지 7일째. 스테판은 방송 기자까지 찾아온 데다 곳곳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한국인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워 도망치게 되고, 공항을 나와 수가 일하는 서울 직장 건물을 찾아나선다. 마침내 수를 만나지만 수는 스테판을 보자마자 도망친다. 반가워하는 스테판과 달리 수는 '눈치'를 이야기하며 쌀쌀맞게 대한다. 과연 스테판의 진심이 수에게 닿을 수 있을까.

'#아이엠히어' 스틸 컷 © 뉴스1
'#아이엠히어' 스틸 컷 © 뉴스1
'#아이엠히어'의 정서는 따뜻하고 잔잔한 감동도 준다. 로맨스 장르인 것 같지만 휴먼 장르이고 가족에 대한 따뜻한 메시지와 오춘기를 맞은 중년 남성의 내면도 다룬다. 낯선 한국에 도착해 공항에서 만나게 되는 한국인들과의 소소한 에피소드도 감동적이다. 늘 바쁘고 무심하고 표정 없던 한국인들이지만 어느새 정을 나누고 친구가 돼가는 과정도 따뜻하다.

하지만 개연성 있는 흐름이 뒷받침되지 못한 전개가 당황스럽고 몰입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스테판이 온라인에서 몇 마디 나눴을 뿐인 수를 보기 위해 무작정 한국행을 택하기까지 고민과 갈등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로맨스에 대한 기대감을 스스로 낮춘다. 심지어 수 한 명만을 일주일 내내 공항에서 기다린다는 설정도 이해하기 어렵다. 극 중 인물들도 그런 스테판을 이해하기 어려워 하지만, 그의 내면을 내내 엿볼 관객들도 공감하기는 힘들 듯 하다. 고뇌가 많았던 50대 중년 남성을 돌연 사랑 앞에 순수한 남성으로 그려내서다.

'#아이엠히어' 스틸컷 © 뉴스1
배두나가 연기한 수라는 여성은 '용두사미' 캐릭터다.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존재감을 보여준 배두나이지만, 애초부터 설정된 캐릭터에 충분한 서사가 할애되지 않았기 때문에 스테판을 대하는 수의 모습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영화는 그런 수의 이해 불가 행동을 '눈치'라는 한 단어로 정당화해버린다. 수가 생각하는 스테판은 '눈치'가 없었다는 것. '눈치'를 채는 센스를 중시 여기는 한국의 문화를 알려주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수에겐 타인을 배려하는 눈치는 없었다.

영화가 선을 넘지 않는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는 눈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테지만, 수가 연락두절됐던 사연이 너무나 단면적이고 쉽게 그려지면서 '#아이엠히어'가 쌓아올린 잔잔한 감동들이 퇴색되는 점은 아쉽다. 관계에 대한 프랑스 남성과 한국인 여성의 문화 차이라고 하기엔 국내 관객들도 수의 행동을 납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스테판이 한국이라는 나라, 서울이라는 도시에 점차 호감을 갖게 되는 과정은 친근하다. 서울을 담아낸 미장센도 좋다. 알랭 샤바의 섬세한 연기가 개연성 부족한 전개들을 모두 살린다. 오는 14일 개봉.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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