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자영업자들이 폐업 집기류를 철거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편은지 기자
이태원 자영업자들이 폐업 집기류를 철거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편은지 기자

[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코로나19 방역 전쟁의 최전방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뛰쳐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에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영업 제재에 대한 형평성 논란까지 일면서 성난 민심이 사회 곳곳에서 표출되는 모습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회 곳곳에서 집회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태원 상인회는 지난 9일 방역 수칙 재검토 요구 집회를 진행했다. 업소 사장들은 이태원 상권이 몰락했다는 의미로 근조 화환을 설치하기도 했다.

앞선 지난 8일에는 헬스장, 요가, 당구장 등 실내 체육시설 점주들이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실내체육시설업 규제완화 촉구 집회를 개최했고, 지난 6일에는 코인노래방업계가 집회를 실시하며 집합금지 명령에 더이상 따를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전국카페사장연합회 역시 6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와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펏 생존권 보장 피켓시위를 했다. 지난 4일에는 전국 500여곳 헬스장이 정부 조치에 불복한다는 의미로 '항의 오픈'도 했다.

동시에 집단 소송에도 나서고 있다. 전국카페사장연합회는 지난 11일 정부를 상대로 약 1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것을 발표했고, 필라테스·피트니스 사업자연맹은 지난해 12월 정부에 7억6500만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에 곳곳에서 표출되는 집단 행동

가뜩이나 힘겨운데 휴업 장기화로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이태원은 젊은 층에게 인기를 얻으며 휴일이면 인파가 몰리는 인기 상권이었다. 그러나 전체 점포 중 80%가 폐업이나 휴업 중이다. 지난해 5월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감염 확산 사태 이후 피해를 보면서 줄폐업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태원은 최고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한 대형 프랜차이즈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은 지난 11월부터 휴점중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주가 휴업을 먼저 제안해 이를 수락했다고 전했다. 사진=전지현 이코노믹리뷰 기자.
서울 용산에 위치한 한 대형 프랜차이즈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은 지난 11월부터 휴점중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주가 휴업을 먼저 제안해 이를 수락했다고 전했다. 사진=전지현 이코노믹리뷰 기자.

이 같은 현상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게도 벌어지고 있다. 용산에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은 지난해 11월부터 휴업중이다. 해당 점포는 오피스 상권에 위치해 평소 빈 자리가 없을만큼 고객들로 붐볐던 곳이었다.

해당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10여곳 점주들이 휴업을 먼저 선택했다"며 "재택근무 등으로 고객이 줄어든 가운데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후 방문포장과 배달 영업만 가능해지면서 가맹점주가 먼저 휴업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커피 전문점에서는 편법 영업도 서슴치 않는 모양새다.  음식점 영업은 가능하다는 정부 지침을 활용해 '음식 메뉴'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소상공인 관련 네이퍼 카페에는 '담당 구청도 정확히 모른다'며 '영업신고증을 일반으로 빨리 바꿔 브런치를 팔아라', '지키는 사람만 바보니 팬케익 하나 더 끼워 팔면 된다' 등의 정보들이 나돌고 있다.

편법운영을 하는 학원도 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업종을 스터디카페로 변경해 학생 60여명이 밀집한 환경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저녁에 급식을 제공한 재수학원 ▲80여명이 주말마다 모여 춤을 추고 학원생에게 음료수를 판매한 무도학원 등의 사례가 신고 접수됐다.

코로나 직격탄 맞은 자영업자들, 상반기에도 부진 '한숨'

문제는 오랜 기간 피해를 감내한 자영업자들에겐 올 상반기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0일 발표한 '1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서비스업은 11월 중순 이후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방역수준이 강화되면서 부진이 심화됐다.

실제 지난 12월 신용카드 매출액이 급감하고 소비자심리지수도 하락하는 등 소비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철 KDI 거시경제전망실장은 "전체적으로 상반기까지 제조업 회복에도 서비스업은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하반기 중 백신이 얼마나 빨리 보급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영업에 차질을 빚는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지원할 것을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버팀목자금이 그동안의 영업 손실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해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집합금지 업종 11만6000명, 영업제한 업종 76만2000명, 일반 업종 188만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일부터 3차 재난지원금인 최대 300만원 버팀목자금을 지급키로 했다.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에 문을 닫은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등에겐 300만원, 영업시간이나 방식 등이 제한된 식당, 카페 등에게는 200만원을 제공한다.

잠실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이모 원장(44·여)은 "한달 임대료와 인건비조차 충당할 수 없는 금액 수준"이라며 "차라리 건강보험료와 법인세 등을 면제하는 실질적인 정책이 유용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버팀목자금 대상에 포함됐지만, 지급기준이 다르다는 데 대한 형평성 불만이 나온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법인택시 기사에게 소득안정자금 50만원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차별 지급에 분노한다. 100만 원을 동일하게 지급하라"고 촉구했고, 편의점점주협회는 "편의점주들 개선 요구가 일부 반영돼 다행이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담배 매출이 제외되지 않는 등 불합리한 점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