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이상 사업주라 제외", 3차 재난지원금 지급기준 ‘형평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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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1.12. 오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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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재난지원금 형평성 VS 신속성 딜레마
서비스업 상시 고용인 5인 이상 못받고, 신규 창업자도 제외
전문가들 "피해에 비례한 ‘핀셋기준’ 구축해야"

경기도 수원에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강화로 영업이 중단되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정부가 지급하는 소상공인 버팀목자금을 지원받을 수 없다. A씨는 그간 오전·오후반 강사를 총 6인 고용했는데, 서비스업의 경우 상시 고용인이 5인을 넘길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12월 서울시 강서구 방화동에서 카페를 개업한 B씨는 지금껏 단 한 차례의 재난지원금도 수령하지 못했다. 소상공인 선별지원 대상이 지난 2019년 11월 이전 창업자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거리두기 조치로 홀영업이 중단된 탓에 매출이 반토막 이상 줄었지만 그 어떠한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소상공인버팀목자금 홈페이지 캡처./소상공인버팀목자금 홈페이지

지난 11일부터 피해업종에 대한 3차 재난지원금(소상공인 버팀목자금) 신청 및 지급이 시작된 가운데 지급 기준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집합·영업제한 업종의 경우 매출액 증감과 관계없이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종업원 수 등 세부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예외가 있어서다.

특히 서비스업의 경우 상시 고용인이 5인 이상이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지난 2019년 11월 이후 신규 창업자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사각지대 문제 역시 지적된다. 고용인 기준은 서비스업은 상시 고용인이 5인 제조업은 10인 이하라는 현행 소상공인 지원법 기준에 따른 것인데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인 이상 사업장 업주는 소상공인이 아니라는 논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피해 정도와는 상관없이 기계적인 기준에 따라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받는" 일이 벌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종별 일률 지급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방역 강화 조치에 따라 업태별로 타격이 달랐기 때문이다. 같은 집합제한 업종이라도 식당의 경우 오후 9시 이전까지 홀영업이 가능했지만 카페 업종의 경우 취식이 가능한 브런치 카페를 제외하고는 포장 영업만 가능한 식이다.

한 카페 업자는 인터넷 사이트에 "집합금지 300만원, 집합제한 200만원 일률지급은 탁상행정일 뿐 9시 내 영업이 가능한 식당과 아예 홀영업이 제한된 카페를 동일한 기준으로 지급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정부는 집합제한 업종과 영업제한 업종에 각각 300만원과 2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헬스장이나 노래방 등 아예 영업을 하지 못한 업종에 비해 타격이 덜한 카페나 식당 등의 지원금액 차이가 100만원으로 너무 적다는 반발도 나온다.

집한제한·영업제한 업종의 경우 매출액이 늘었어도 지원금을 주는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식당이나 카페의 경우 일부 업체는 배달 매출액이 크게 늘어 전체 매출액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되려 늘었는데도 재난지원금을 수령할 수 있어 ‘예산 낭비’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종업원 기준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컨대 식당의 경우 업종 특성 상 종업원이 타업종에 비해 많은데도 불구하고 상시 종업원이 5명이 넘어가면 재난지원금을 수령하지 못한다. 학원 등 교육서비스업도 마찬가지다. 매출 타격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종업원을 많이 고용하고 있다면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때문에 정부가 나서 고용을 줄이라고 유도하는 꼴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연 매출액 10억원, 종업원 5인 등 지급 기준을 두고 소상공인 여부를 판단할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소상공인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판단할 만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행정적 효율성과
신속한 지급을 위해서도 피해에 비례한 차등 지급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연 매출액 기준을 두고서는 편의점 업주들의 원성이 높다. 편의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담배의 경우 이윤이 높지 않은데도 판매량이 많아 지원 기준인 연매출 4억원 이상을 상회하는 편의점이 많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주들은 지난해 12월 반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업종별 품목별로 별도의 예외 기준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게가 2곳 이상일때 한 곳만 지원받을 수 있는 것 역시 부당하다는 불만이 있다. 가게가 여러 곳일 경우 임차료 부담 등으로 피해가 더 큰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원 사각지대 등을 고려했을 때 중복지원이 외려 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

신규 창업자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여론을 들끓게 하고있다. 지난 2019년 11월 30일 이후 창업자들은 영업제한이나 집합제한 업종에 해당해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 식당 사장은 자영업자 인터넷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지난해 12월에 개업해 코로나 사태 타격을 그대로 다 받았는데도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면서 "그 시기에 개업을 결정한 나 자신이 가장 원망스럽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논란을 향후 선별지원에 대한 경험으로 삼아 향후 세밀한 지원 기준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피해에 비례하면서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여태까지는 행정력 한계와 신속 지급을 위해 불가피하게 일괄 지급방식을 택했지만 앞으로는 보다 효과적으로 지급이 가능한 방안을 강구해 ‘핀셋지원’이 가능하도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국책 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지급의 신속성이 최우선인 상황에서 행정력 한계 등 요인으로 세부적인 기준을 통한 핀셋지원을 실현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반발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던 것은 맞지만 이번 위기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향후 위기를 대비해 매출타격 등 피해액에 비례한 지급 기준 등을 만들고 사각지대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최효정 기자 saudad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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