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셧다운'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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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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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단계 '두칸 띄어앉기'로 눈덩이 손실"
대극장 제작사는 "차라리 셧다운이 낫다"
중소 제작사·배우 등 공연 지속되길 원해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벼랑 끝까지 내몰린 뮤지컬계 상황을 전하며, “두칸 띄어앉기 정책을 재고해달라”던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의 호소문. A4 용지 석 장 분량의 이 호소문에는 당초 “셧다운 행정명령을 내려달라”는 문구를 삽입하려다 뺀 것으로 알려졌다. 뮤지컬계 내에서도 ‘셧다운’ 요구에 대해 극심한 온도 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객석 띄어앉기’를 시행 중인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모습(사진=연합뉴스).
협회에 참여한 PMC프러덕션, 신시컴퍼니, 클립서비스, 오디컴퍼니,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EMK뮤지컬컴퍼니, CJ ENM, 에이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쇼노트 등 10곳의 제작사는 국내 뮤지컬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주류’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이후 이들 대극장 뮤지컬제작사 대표들을 만날 때면 “차라리 셧다운이 낫다”는 푸념을 심심찮게 들었다.

이들은 2.5단계 방역 수칙에 따라 ‘두칸 띄어앉기’로 공연을 진행해서는 회차당 3000만 원 이상의 손실이 불가피해 대부분 공연을 멈췄다. 무대는 사라졌지만, 민간 공연장에 이미 지급한 수억 원의 대관료를 회수할 방법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19는 천재지변으로 인정되지 않아 대관료 계약 조항상 ‘불가항력’으로 취급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셧다운’ 행정명령을 내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부에 의해 공연이 중단된 것이기에 민간 공연장과 대관료 반환 협상을 진행할 여지가 생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렇다고 뮤지컬계가 한 목소리로 ‘셧다운’을 원하는 건 아니다. 주로 정부·지자체의 지원금으로 작품을 올리는 중소 제작사들의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이들은 ‘두 칸 띄어앉기’를 해서라도 공연이 지속되길 원한다. 대극장 뮤지컬 제작사들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숫자로 보면 중소 뮤지컬 제작사들이 훨씬 많다. 무대가 있어야 수입이 생기는 배우, 스태프 등도 어떤 방식으로든 공연이 이어지길 바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류’인 대극장 뮤지컬 제작사들이 대놓고 ‘셧다운’을 요구하기 어렵다. 한 공연제작사 대표는 “2.5단계에선 공연을 하라는데 ‘두칸 띄어앉기’로 적자를 보며 공연을 할 수는 없으니 피가 마를 지경”이라면서 “선지급된 대관료 등 수십억 원 제작비를 생각하면 제작사 입장에서 2.5단계는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라며 답답해 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대극장 뮤지컬 제작사들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2.5단계에서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책은 ‘셧다운’밖에 없다고 할 만큼 심각하다. 당장 정부의 정책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뮤지컬계 스스로 해법을 찾을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 제작사와 민간 공연장, 배우, 스태프 등을 모두 아우르는 뮤지컬협회만이 얽혀 있는 이해 관계의 실타래를 풀어줄 수 있다. 협회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윤종성 (js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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