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코로나19 감소세 ‘찬물’ 끼얹는 일부 교회들의 ‘마이웨이’

행정명령 어기고 1000여 명 신도들 참석 대면예배 강행한 부산 세계로교회
선교단체 인터콥·경남 기도원 집단감염 발발…고의로 검사 피해 추적 난항
이웃에게 피해주는 예배가 진정한 예배이고 신앙인지 의문

 

교회·선교단체·기도원 등 개신교 종교시설에서 일어나는 집단감염이 계속 이어지면서 교회가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일부 교회와 기도원은 집합금지 명령을 어긴 채 대면예배를 강행하고 있으며, 심지어 확진자가 발생해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지자체의 행정명령도 어기는 등 방역작업에까지 혼선을 주고 있다.

 

◇ 부산세계로 교회, 폐쇄조치 명령에도 대면예배 강행

 

등록교인이 약 3000명인 부산 세계로교회는 11일 신도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새벽예배를 진행했다. 교회는 전날에도 신도 1090명이 참석한 주일예배를 진행해 11일 0시를 기해 오는 20일까지 운영중단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이 교회는 앞서 코로나19 확산 상황에도 대면예배를 계속 진행해 지자체로부터 6차례나 고발당하는 등 문제가 된 바 있다. 

 

세계로교회 담임목사인 손현보 목사는 대면예배 금지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손 목사는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가 명시돼 있다. 아주 기본적인 근간도 무시당하는 요즘 교회가 가장 큰 차별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면예배 강행을 ‘영적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3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교회를 멸절하려고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영적인 전쟁에 서 있는 거다”며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을 통해서 만약에 인용이 돼서 우리가 이기게 되면 한국교회 전부 다 교회에 자유가 오는 것이다"고 말했다.

 

세계로교회의 예배강행 선언에, '전국 17개 광역시·도 226개 시·구·군 기독교총연합'은 지난 7일 일간지 등에 광고로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계속되는 비대면 예배는 '하나님의 영광이 손상되어짐'이며 '주님의 몸된 교회가 파괴되어짐'이라고 해석하면서, "세계로교회의 선언에 적극 지지 동참할 것을 만방에 선포하노라"라고 밝혔다.   

 

◇ 음모론 주장하는 인터콥, “코로나는 특정세력이 만든 것” 주장 

 

문제는 이들의 대면예배 강행이 전국적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확산세 감소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선교단체 인터콥이 운영하는 기도원 BTJ열방센터(경북 상주시 위치)에서도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지난해 10~12월 BTJ열방센터에서는 당시 50명 이상 집합할 수 없었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방역수칙을 위반한 모임이 수차례 열렸다. 

 

해당 센터 관련 확진자는 9일 기준으로 전국 9개 시·도에서 505명이 발생했다. 154명이 모임 참석자이고, 이들이 거주지 등으로 돌아간 뒤 351명에게 추가 전파한 것으로 방역당국은 보고 있다. 

 

보다 심각한 상황은 모임 참석자가 전국에서 2837명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30%만 검사를 받았고, 나머지 약 70%는 고의로 검사를 피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BTJ열방센터를 압수 수색해 전산 자료 등을 확보하는 등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인터콥은 보수 성향의 선교단체로 잘 알려져 있다. ‘백 투 예루살렘’(Back To Jerusalem)이라는 구호 아래 이슬람, 힌두교 등 다른 종교를 주로 믿는 국가 등에서 공격적 선교활동을 펼친다. 소위 ‘땅밟기’ 기도가 대표적이다. 타 종교의 사원이나 성지 등을 밟으면서 기도하는 행위로, 이들은 이를 영적 전쟁으로 해석한다.

 

인터콥은 이번 코로나 사태도 음모론적으로 해석한다. 이단 사이비를 다루는 매체 ‘바른미디어’ 조믿음 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일 인터뷰에서, 인터콥 최바울 본부장이 ‘코로나는 전 세계를 단일 정부로 만들어 통제하려는 특정 세력이 만든 것이라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중심에 빌 게이츠가 있다’며, ‘향후 개발되는 백신을 주입해 DNA를 조작한 다음 자신들의 노예로 만들려는 계획이 있고, 이 선두주자가 대한민국 정부이다’고 했다고 조믿음 대표는 이야기했다. 

 

◇ '대면예배' 강행 경남 진주 국제기도원서 대규모 확진자 발생

 

아울러 경남 진주 소재 국제기도원에서도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10일 오후 5시부터 11일 오후 1시 사이에 확인된 누적 확진자는 43명이다. 경남도는 도내 단일시설 내에서 30명이 넘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도원은 그동안 여러 차례 지도에도 불구하고 대면예배를 강행했고, 지난해 연말에는 과태료 처분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데도 20명이 넘는 대면예배를 강행하자 방역당국과 경찰이 지난 5일 신도들을 강제로 해산시키기도 했다. 경남도는 현재 이 기도원을 폐쇄 조치했다.

 

물론 모든 교회를 한묶음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지난해 8월15일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보수단체의 광복절 집회 직후 진보적 색채의 개신교 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그동안 한국 교회는 방역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사과 성명을 냈다. 

 

보다 앞서 5만여 교회들의 연합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교회 내 잇단 코로나19 감염 사례와 관련해 “방역에 실패한 교회의 책임이 크다”며 소속 교회에 자발적 방역 강화 조치를 요청하고 나서기도 했다. 
 

 

◇ '이웃사랑' 외치는 개신교는 어쩌다 '교회사랑'만 외치게 됐나


그럼에도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개신교회를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일어나는 작금의 상황을 보수교회와 진보교회를 구분하면서 지탄할 여건이 아니다.

 

코로나19로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확산세를 줄여보고자 방역당국의 지침을 힘겹게 이행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교회들의 집단적 자기중심성 '마이웨이' 행태는 과연 개신교회가 진실로 '이웃사랑'을 외치는 종교가 맞는지, 그것이 정말 신앙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지난 8월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큰 칭찬을 받으며 화제가 된 천안 안서교회 고태진 목사가 교회 앞에 붙인 안내문을 대면예배를 강행하겠다고 한 교회들이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예배드리면 죽인다고 칼이 들어올 때, 목숨을 걸고 예배드리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러나 예배 모임이 칼이 되어 이웃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 모이지 않는 것이 신앙입니다." 
 

 

[ 경기신문 = 유연석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