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에서 살아남기] 콘텐츠 명가 디즈니, OTT 앞세워 스트리밍 강자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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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6.21. 오후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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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디즈니에 힘든 시간이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테마파크·크루즈 사업 부문과 영화·공연 부문이 직격탄을 맞았다. 실적이 흔들리니 주가 흐름 역시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가 고속 성장한 덕분이다.

팬데믹 충격으로 부진했던 디즈니가 부활의 날갯짓을 펼친다. 사진은 디즈니의 반등을 이끄는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 <디즈니 제공>


▶테마파크·크루즈·영화 사업 직격탄

▷2020 회계연도 영업이익 반 토막

디즈니 사업 부문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TV 방송과 DTC·해외, 테마파크·크루즈, 스튜디오엔터테인먼트 부문이다. TV 방송 부문은 디즈니와 ESPN,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TV 채널을 운영한다. DTC·해외 부문은 콘텐츠 스트리밍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와 훌루, ESPN플러스 운영과 TV 채널 해외 방송이 주요 사업이다. 테마파크·크루즈 부문은 미국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홍콩, 중국 상하이 등에 놀이공원과 호텔을 운영한다. 미국, 멕시코 등을 오가는 크루즈 상품도 보유했다. 스튜디오엔터테인먼트 부문은 영화 제작과 배급, 극장 공연 등을 통해 매출을 올린다.

테마파크·크루즈, 스튜디오엔터테인먼트 부문은 팬데믹 충격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테마파크·크루즈 부문은 2019 회계연도(2018년 10월~2019년 9월) 기준 연간 매출의 37.7%를 차지한다. 바이러스가 확산되며 놀이공원과 크루즈를 운영할 수 없게 된 탓에 2020 회계연도 연간 기준 테마파크·크루즈 부문 매출은 165억달러로 줄었다. 직전 회계연도 대비 37% 급감했다. 2019 회계연도에는 영업이익 67억5800만달러를 냈지만 2020 회계연도에는 영업손실 81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스튜디오엔터테인먼트 부문 역시 바이러스 충격이 컸다. 영화관이 문을 닫자 자회사 마블스튜디오는 새 영화를 단 한 편도 개봉하지 못했다. 마블스튜디오는 ‘아이언맨’ ‘토르’ ‘블랙 팬서’ ‘어벤저스’ 등 유명 영화 시리즈를 보유했다. 지난해 ‘블랙 위도우’ ‘이터널스’ 등 새 영화를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개봉 일정을 모두 올해로 연기했다.

공연 사업 부문도 타격을 입었다. 디즈니에는 뮤지컬 ‘라이온 킹’ ‘알라딘’ ‘겨울왕국’ 등 공연 업계에서 수년간 인기를 끈 작품이 상당수 있다. 하지만 극장 대부분이 문을 열지 못해 제대로 실적을 내지 못했다. 2020 회계연도 스튜디오엔터테인먼트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영업이익은 7% 줄었다. 테마파크·크루즈, 스튜디오엔터테인먼트 부진으로 인해 디즈니 전체 매출은 6.1%, 영업이익은 45% 감소했다.

실적이 부진하니 주가 역시 맥을 못 췄다. 지난해 초 130~140달러 선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3월 80달러대까지 급락했다. 4월 100달러 선을 회복하고 10월 120달러대까지 반등했으나 연초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디지털 플랫폼 성장에 반등

▷디즈니플러스 구독자 8680만명 확보

하지만 2020년 말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화이자와 모더나를 비롯한 글로벌 제약사가 백신 개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부터다. 경제 활동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며 11월 말 디즈니 주가는 140달러대 후반까지 올랐다. 이후 12월 10일(미국 현지 시간) 열린 투자자 설명회(Investor Day)에서 디즈니 측이 긍정적인 내용을 발표하며 주가 상승세에 힘을 실어줬다. 투자자 설명회 다음 날인 12월 11일 종가는 175.72달러로 전일 대비 13.6% 뛰었다. 2021년 1월 5일 종가는 178.44달러다.

디즈니 측이 설명회를 통해 발표한 내용 중 투자자 사이에서 특히 관심을 끈 사안은 디즈니플러스가 급성장했다는 점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다.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등 디즈니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은 물론 마블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했다. 2019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해 2020년 12월 초까지 구독자 8680만명을 확보했다. 디즈니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하기 직전 2024 회계연도까지 구독자 6000만~9000만명을 모으겠다는 목표를 밝혔는데 이를 조기 달성했다. 경쟁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에 비해 아직은 구독자가 적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구독자 1억9500만명, 아마존은 지난해 초 기준 1억5000만명을 보유했다. 하지만 인기 IP와 저렴한 요금을 앞세워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 이외에 훌루와 ESPN플러스도 운영하는데 두 서비스 역시 순항하고 있다. 훌루는 드라마에서 강점을 보인다. ESPN플러스는 스포츠 중계에 특화됐다. 지난해 12월 초 기준 구독자는 각각 3880만명, 1150만명. 훌루는 2024 회계연도 목표로 제시한 수치(4000만~6000만명)에 근접했다. ESPN플러스는 목표치(800만~1200만명)를 이미 달성했다. 각 서비스가 가시적인 성과를 낸 덕분에 스트리밍 플랫폼 부문이 포함된 DTC·해외 사업 부문 매출은 2020 회계연도 81% 늘었다.

▶디즈니플러스가 새 성장동력

투자 늘리고 해외 진출 가속화

시장에서는 콘텐츠 스트리밍 부문 성장세에 힘입어 당분간 디즈니 실적과 주가가 우상향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디즈니는 앞으로 매년 새 콘텐츠 100여개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 중 80여개는 디즈니플러스에서 먼저 공개한다.

그간 넷플릭스를 비롯한 다른 플랫폼에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마블 영화 등을 제공해왔으나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이를 중단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디즈니 작품은 인지도가 높고 마니아층이 많다. 디즈니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독보적인 IP가 구독자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도 대폭 늘린다. 2020 회계연도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 콘텐츠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 2024 회계연도에는 이를 80억~90억달러로 늘릴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도 이어진다. 디즈니플러스는 올해 한국과 일본, 홍콩 등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세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해 새 브랜드 ‘스타(Star)’를 선보인다는 점도 눈여겨봄직한 사안이다. 스타는 훌루의 글로벌 버전이라 생각하면 된다. 디즈니플러스 앱에서 이용할 수 있는 채널 형식으로 제공된다. 소비자는 스타를 통해 21세기폭스 영화와 FX채널 드라마 등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디즈니는 성인용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히는데 스타를 통해 이를 보완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스타를 통해 진출한 지역의 로컬(현지) 콘텐츠를 선보일 가능성도 열려 있다.

허지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디즈니플러스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주요 작품이다. 블록버스터 영화는 초기에 소비자 관심을 끌 수는 있으나 이용자가 영화 개봉 시기에 맞춰 구독과 해지를 반복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스타를 통해 일상적으로 소비할 만한 로컬 콘텐츠를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백신 공급이 시작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백신이 충분히 보급되고 소비 활동이 다시금 활발해지면 테마파크·크루즈 부문과 스튜디오엔터테인먼트 부문 실적이 반등할 확률이 높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2호 (2021.01.13~2021.01.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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