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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톡>일상의 소중함 깨우친 ‘나를 찾는 모험’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간 조 가드너(오른쪽)가 어린 영혼 22에게 지구에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소울’은 일상의 평범함에 지친 사람들에게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월트디즈니 제공

■ 20일 개봉 ‘소울’

‘인사이드 아웃’ ‘업’ 감독 연출

칸 영화제 초청작 선정돼 화제

창의력·감수성·리얼리티 호평

‘출생 전 세상’의 영혼들 통해

존재·목표·과정 돌아보게 해

코로나 시대에 위로·힐링 선사


이달 개봉하는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Soul)’을 보고 나면, 머릿속엔 금세 원초적인 질문들이 꿈틀거리게 된다. 1995년 이른바 3D 컴퓨터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픽사가 그 이후 26년간 변함없이 사랑받은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디즈니의 경쟁자에서 2006년 디즈니 안으로 인수·합병된 이후에도 본래의 색깔을 유지하며 오히려 더 높은 자리에 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조가 재즈클럽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 월트디즈니 제공

아마도 ‘소울’이야말로 이에 대한 또 하나의 해답이 될 것 같다. 아시다시피 픽사의 시작은 보잘것없었다. ‘스타워즈’ 시리즈로 유명한 할리우드 제작사 루카스필름의 컴퓨터 기술 관련 부서에 불과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에서 활로를 개척하면서 디즈니와 협력해 ‘몬스터주식회사’(2001) ‘니모를 찾아서’(2003) ‘인크레더블’(2004) 등을 히트시켰다. 인수된 후에도 창작의 독립성을 보장받으며 ‘월-E’(2008) ‘업’(2009) ‘인사이드 아웃’(2015) 등을 계속 성공시켰다. 디즈니가 ‘미녀와 야수’(1991) ‘라이온 킹’(1994) 등 안전하고 검증된 고전을 원전으로 재창작하는 방법에 안주했다면, 픽사는 컴퓨터 기술 부서에서 출발한 첨단의 기술력에 창의력과 특유의 감수성까지 더해 애니메이션의 한계와 편견을 깼다.

‘소울’에도 기술력, 창의력, 감수성이라는 픽사의 장점은 여전히 그리고 골고루 배어 있다. 이제는 3D 애니메이션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이지만 배경의 리얼리티와 캐릭터의 입체감은 실사(實寫)나 거의 다를 바가 없다. 주인공인 음악 선생님 조 가드너(제이미 폭스)가 오가는 뉴욕의 거리와 지하철은 사진처럼 선명하고 사실적이다. 특히 빛의 처리는 흠잡을 데가 없다. 햇볕이 내리쬐는 거리, 햇빛에 반사된 나뭇잎 등은 순간 이것이 애니메이션이라는 걸 잊게 한다. 캐릭터의 표정, 피아노를 연주할 때 손가락의 움직임은 섬세하고 부드럽다.

조가 꿈에 그리던 재즈클럽 공연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사고로 가게 되는 ‘태어나기 전 세상(Great Before)’은 작명부터 창의적이고 신선하다. 죽은 자의 도시, 영혼들의 세상이 아니라 ‘태어나기 전 세상’이다. 엄밀히 말해 이곳은 지구에서 사람으로 태어나기 전에 어린 영혼들이 대기하며 멘토를 따라 성격을 형성하는 곳이다. 멘토링을 통해 각자의 성격이 형성되면 비로소 탄생을 위한 지구로의 여행을 떠난다. 이런 ‘소울’만의 독특한 세계관은 원작자이자 연출자인 피트 닥터 감독에게서 비롯했다. 닥터 감독은 어린아이들의 뇌 속에 ‘감정컨트롤타워’가 있다는 기발한 설정의 ‘인사이드 아웃’을 선보인 바 있다. 그때는 11세의 딸 엘리의 다양한 감정 표현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번엔 아들 니컬러스가 24년 전 태어나던 순간부터 새겨뒀던 것을 힌트로 했다. ‘과연 나는 어떻게 나로 태어났을까’ 하는 호기심.

여기에 픽사만의 감수성은 잘 조화된 기술력과 창의력을 최고조에서 폭발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무생물의 장난감이나, 존재를 알 수 없는 영혼의 이미지를 그럴싸하게 만들어내고 그 안에 인간과 삶, 존재와 의미, 목표와 과정에서 피어나는 복잡하고 다양한 감수성을 불어넣어 살아 움직이게 한다. 조와 ‘태어나기 전 세상’의 영혼 22(티나 페이)가 마침내 지구로 여행을 떠나 하나씩 하나씩 뭔가를 깨달아가는 모습에서 이런 저릿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시대에 우리가 더욱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처럼 조와 22는 어렵게 얻은 새로운 삶에서 과연 무엇이 중요한지를 나직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너무 조용히 흐르다 보니 중간에 늘어지는 구석이 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 존 바티스트와 ‘소셜 네트워크’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트렌트 레즈너·애티커스 로스의 음악은 덤이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선정돼 진작부터 화제를 모았다. 계속해서 미뤄지다가 드디어 오는 20일로 개봉을 확정했다. 전체관람가.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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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하면 문화부, 그중에서도 한류와 K-팝의 최전선에서 달리는 대중문화팀 기자입니다. 현재는 체육부장을 맡아 문화체육을 아우르는 콘텐츠 개발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연예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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