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의원 이해관계·후원금 정보 실시간 공개가 핵심”
민주당·국민의힘 수 차례 제정 약속에도 미뤄···2월 국회 처리 여부 주목
이해충돌 후 탈당해 당 부담 더는 수순 관행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창립 64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창립 64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한 이해충돌방지법은 제정되지 않고 있다. 수차례 제정을 약속했음에도 처리하지 않은 여야가 오는 2월 국회에서 이를 처리할지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는 관련법에 의원들의 이해관계와 후원금 정보를 실시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 의혹은 여야 모두에서 발생하고 있다.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소속 의원들의 이해충돌 의혹이 빚어질 때마다 이해충돌방지법안의 처리 필요성을 밝혀왔다. 그러나 지난 19대와 20대 국회에 이어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던 박덕흠 의원(당시 국민의힘)의 가족 건설사가 박 의원 재직 기간에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 공사를 수주 받았다는 의혹이 나오자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9월 24일 “국회에서 이해충돌 문제는 저희들이 확실히 짚고 넘어가겠다”며 “각 상임위 배정 의원들의 이해충돌 문제를 이번에 모두 정리하도록 하고, 또 법안으로 나와 있는 이해충돌법과 관련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우리나라에서 자리가 가지는 특혜나 부당한 시혜가 없도록 정말 공정한 사회가 되도록 적극적으로 입법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심사위는 최근 이상직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가족이 보유한 이스타홀딩스 지분과 이 의원의 직무관련성을 심사한 결과 이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을 하는 것이 직무 관련성이 있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이 의원은 예결위원을 사임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1월 20일 “올해 정기국회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입법적으로 매듭지어야 한다”며 이해충돌방지법 등 15개 입법과제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13개 법안은 처리됐지만 이해충돌방지법은 지난해 정기국회에 이어 최근 임시국회에서도 처리되지 않았다.

특히 박덕흠 의원과 이상직 의원 등 이해충돌 논란을 겪은 의원들은 소속 당에서 제대로 된 후속 조치 없이 일단 탈당하고 당은 부담을 더는 수순을 밟았다.

최근에도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민주당)에 대해 이해충돌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JTBC는 강 의원이 대표로 있는 일진금속이 2012년 당시 부인과 자녀가 공동 최대주주로 있는 자회사 일진단조에 매출 약 54%에 해당하는 일감을 몰아줬다고 보도했다. 강 의원은 의원 신분임에도 일진금속 대표 명의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 후보자는 설립에 참여한 법무법인의 매출액이 6년새 328배 올랐고 이 기간 박 후보자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강 의원과 박 후보자는 모두 이해충돌 의혹을 부인했다.

국회의원 등 공직자의 이해충돌 논란이 끊이지 않고 그 때마다 여야는 방지법 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법은 처리되지 않았다.

현재 국회에는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이 정부안과 의원안 5건,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 등이 발의됐다. 그러나 모두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들의 취지는 국회의원과 공무원 등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사적 이해관계가 관련돼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이해충돌을 예방하고, 부당한 사적 이익 추구를 금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정부안은 공직자가 직무관련자(대리인 포함)가 사적 이해관계자임을 안 때에는 소속기관장에 신고하도록 했다. 고위공직자는 임기 시작일 기준 최근 3년간 민간 부문 업무활동 내역을 제출하고 소속기관장은 이를 공개하도록 했다. 공직자와 배우자 또는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존속과 비속은 공직자의 직무관련자와 금전, 부동산 등 사적 거래 시 신고하도록 했다. 또한 직무 관련 외부활동 제한, 가족 채용 제한, 수의계약 체결 제한, 공공기관 물품의 사적사용‧수익 금지, 직무상 비밀이용 금지 등의 조항을 뒀다. 

특별히 국회의원의 경우 활동 범위가 넘어 의원을 대상으로 한 이해충돌방지법안도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치개혁TF 김남국 의원 등이 지난달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원의 이해충돌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임기를 시작하기 전 3년 이내의 민간 부문 활동 내역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또 의원 본인이나 가족이 주식을 보유한 법인이나 단체가 일반경쟁·입찰이 아닌 방법으로 소속 상임위 소관 기관 및 지역구 관할 지자체·지방공기업과 영리목적 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했다. 의원이 소속 상임위 직무와 관련한 영리행위나 사적 이익추구도 할 수 없도록 했다.

백지신탁한 주식이 6개월 이내 처분될 때까지 관련 안건에 대한 심사와 표결을 제한하고, 의원 가족이 소관기관 단체의 임직원으로 재직 중인 등 경우는 상임위원 결격사유로 규정했다.

국회의원과 일반 공직자에 대한 이해충돌법안들은 처리도 중요하지만 실효성을 갖춘 내용인지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4월 보궐선거와 7월 대선 후보 등록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이해충돌법안들은 오는 2월 국회에서는 처리돼야 한다”며 “법안 처리와 함께 중요한 것은 국회 처리 과정에서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국회의원 관련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회의원 관련 이해충돌법안의 경우 국회의원의 이해관계를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원들이 과거나 현재에 맺은 이해관계를 당장 재산상 이득으로 수취하지 않더라도 바로 바로 신고해서 시민들이 알게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그 의원이 의회에서 한 발언이나 표결 행위가 이해관계에 충돌하는지 안하는지를 알게 해 회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내용이 국회법 개정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 연구원은 “국회의원 후원금도 현재는 연 단위로 등록하고 있는데 이것을 후원금 사유가 발생하면 즉시 신고하고 이는 국회 홈페이지로 공개해야한다”며 “일반 공직자의 경우도 이해관계와 관련한 정보 등록의 범주를 얼마나 구체화하는 지가 핵심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공직자의 어떤 행위가 이해충돌에 해당하는지 기준이 구체화 돼 있어야 스스로 회피, 자제가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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