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끈끈이 붙은 고양이 살리는 콩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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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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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를 잡는 끈끈이 트랩(mousetrap glue)이 고양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고양이가 끈끈이에 붙였다면 곧바로 티슈를 이용하여 고양이 몸을 감싸주고 넥카라를 착용시켜야 한다. 얼굴 부위로 끈끈이가 확산될수록 곤란하다. 가정에서 콩기름을 이용하여 제거할 수 있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어린 고양이가 '끈끈이'(mousetrap glue)가 붙어 내원했다. 사무실 구석에 바퀴벌레를 잡으려 비치해둔 끈끈이 트랩에 예삐가 붙어버렸다. 예삐가 끈끈이를 떼어내려 몸부림칠수록 초강력 본드 같은 끈끈이는 뒷다리며 꼬리까지 엉켜 붙여버렸다.

쥐와 해충을 잡기 위한 끈끈이 트랩은 초강력 점착력을 가지는 물질이라 고양이에게 매우 위험하다. 끈끈이가 묻은 털은 피부와 밀착되며 살이 짓이겨지는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심할 경우 사지가 엉겨 붙은 채 고통스러워하다 탈진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끈끈이 트랩이 고양이 몸에 붙었을 경우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처치법을 소개한다.

1. 티슈나 종이 타월로 끈끈이가 붙은 부위를 감싸준다. (끈끈이가 더 넓은 부위로 확산되는 걸 막아준다). 빵가루를 두텁게 발라줄 수도 있다.

2. 넥카라를 착용한다. (끈끈이가 얼굴 부위로 확산되는 걸 막아준다)

3. 라텍스 장갑을 끼고 콩기름을 부어 엉킨 부위를 비벼준다. (콩기름이 끈끈이를 희석시킨다)

4. 종이 타월로 희석된 끈끈이 성분을 흡착 시켜 제거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5. 제거 과정이 오래 걸려 휴식이 필요할 경우 빵가루를 몸에 묻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빵가루가 끈끈이에 부착되어 확산을 방지하고 일부 제거하는 효과를 가진다)

6. 건조된 털을 만졌을 때 점착력이 사라질 때까지 콩기름 마사지, 종이 타월 흡착, 빵가루 목욕을 반복한다.

7. 끈끈이를 충분히 제거했다고 판단되면 샴푸와 린스를 하고 털을 말려준다.

테레핀유, 아세톤, 등유, 스티커 자국 제거제는 고양이에게 매우 해롭다. 소량이라도 호흡기로 흡인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끈끈이가 피부 속까지 엉겨 붙은 상황이라면 가위로 털을 잘라 내려다 피부를 자를 수도 있다. 하지 말아야 한다.

끈끈이 제거는 털을 말렸을 때 점착력이 사라질 때까지 반복돼야 한다.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

동물병원에 의뢰해야 경우는 고양이가 예민해 다룰 수 없거나, 얼굴 주변에 끈끈이가 붙어 진정 마취가 필요한 경우로 이해하시면 된다. 동물병원에서도 오랜 시간을 할애해 치료해야 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진료비 부담을 각오하셔야 한다.

SBS TV 동물농장에서 소개된 녹색 고양이 구조에도 콩기름이 사용됐다. 콩기름이 유성페인트를 희석시키면 종이타월로 닦아 내는 과정을 반복했다. 테레핀유, 스티커 자국 제거제는 소량이라도 호흡기로 흡인되면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면 안된다. 구조 당시 모습과 콩기름을 적용한 치료과정, 치료 후의 모습이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유성페인트가 묻은 고양이 처치도 동일하다. 몇 해 전 SBS TV 동물농장에서 방영한 녹색 고양이 치료 과정을 소개해 드린다. 당시 유성페인트를 보관한 드럼통에 빠져버린 고양이는 온몸이 녹색이었으며, 자신의 몸을 핥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양의 페인트를 먹어버린 상황이었다.

내과적인 치료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온몸에 범벅된 페인트를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콩기름으로 마사지하며 희석된 페인트를 종이 타월로 닦아내는 과정이 무한 반복됐다. 방송에서는 치료 과정의 일부만 소개되었지만 실상은 8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고양이가 털을 핥아도 유해물질이 섭취되지 않아야 했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입양갈 때의 뿌듯함보다는 그 과정의 수고스러움이 유난히 기억나는 케이스였다.

끈끈이를 제거하는 과정은 무한 반복돼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드리고 싶다. 고양이가 털과 피부에 남겨진 유해물질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자와 고양이 모두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한다.)

구민수 기자 ms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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