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경 인천산학융합원 원장
유창경 인천산학융합원 원장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7천116만 명, 제주국제공항은 3천132만 명, 김포국제공항 2천545만 명, 김해국제공항 1천693만 명 순이다. 이 중 제주국제공항과 김해국제공항은 포화 상태에 놓여 있어 신공항 건설이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가덕도와 밀양을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2016년에 기존의 김해국제공항을 확장하기로 결정하고 2017년에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쳤다. 김해 신공항사업이 지지부진하다가 2020년 11월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에서 김해 신공항이 동남권 관문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은 일단 원점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기사를 살펴보니 부산·울산·경남은 이번 기회에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하고 싶어하고, 대구경북 신공항의 위상이 떨어질 것을 걱정해서인지 대구·경북은 반대하는 분위기다. 주관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김해 신공항을 고수하고 있으며 만일 불가하다면 원점부터 재검토해 신공항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이미 신공항 유치 계획을 확보한 대구·경북의 반대 명분이 약하고, 집권당에서도 밀어주고 있으며, 무엇보다 부산시민들의 열망이 강해서 동남권 신공항 입지는 가덕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입지가 어디가 될 것인가와 무관하게 동남권 신공항은 우리나라 제2의 인구 밀집지역인 부울경 지역 주민들의 편의와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동남권 신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의 상관관계는 어떠하고 궁극적으로 인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제2터미널 확장과 제4활주로 신설이 주요 골자인 인천국제공항 4단계 건설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4단계 건설사업이 완료되는 2024년부터는 인천국제공항은 연간 여객 1억 명 이상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인천국제공항의 여객은 대부분 국제선 이용객인 반면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이용객은 700만 명 수준이다. 동남권 신공항이 만들어지면 일부 국제선 여객 수요가 이쪽으로 이동하겠지만 인천국제공항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해 신공항 건설 계획 전면 재검토로 동남권 신공항 개항이 5년 이상 늦춰짐에 따라 1억3천만 명을 처리하기 위한 인천국제공항 5단계 건설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국가 전체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과 부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의 관문을 맡게 되는 동남권 신공항의 기능적 역할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두 공항은 경쟁 관계라기보다는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다만 국제전 여객운송과 관련해 수요가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거나 인위적인 노선 배분 등으로 인해 양 공항 간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할 일이다. 동남권 신공항 출현이 인천의 사회, 경제, 문화에 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두 도시가 물리적으로 너무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인천은 지역내총생산(GRDP)에 있어서 2017년에 이미 부산을 추월했으며, 2020년 12월 현재 부산 인구는 340만 명으로 인구수 면에서도 조만간 인천에 따라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과 부산이 이런 것으로 경쟁하는 구도는 아니나 부산사람들이 갖는 위기의식은 실로 지대하다. 순위가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에서 부산의 성장이 부진한 것을 걱정하는 것이고, 수도권 중심의 인프라 집중에 대한 불만인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이 인천의 발전에 무슨 기여를 해왔는지 정량적으로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인천국제공항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인천은 가능했을까를 생각해보면 쉽다. 

동남권 신공항이 부산·울산·경남 지역 부흥에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대형 공항 건설은 매우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 잘못된 위치에 잘못된 규모로 만들어질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하고 모든 갈등과 불화가 여기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최근 동남권 신공항에 관한 논의가 정치적 관점에서 다뤄지는 것이 그래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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