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대웅제약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예비판결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서울 대치동 메디톡스 사옥 정문.  연합뉴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대웅제약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예비판결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서울 대치동 메디톡스 사옥 정문. 연합뉴스
메디톡스가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균주 출처를 두고 대웅제약과 벌여온 소송에서 승기를 잡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예비판정을 통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판결이 확정되면 대웅제약은 10년간 미국에서 보톡스 제품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를 팔 수 없게 된다. 한국에서 진행 중인 손해배상 소송과 형사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ITC, 대웅제약이 균주 도용 판단

ITC는 6일(현지시간)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 나보타가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수입금지 10년의 예비판결을 내렸다. 대웅제약 보톡스 균주와 메디톡스 균주가 같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종판결은 넉 달 뒤인 11월 6일 나온다. 새로운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예비판결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메디톡스는 즉각 환영 입장을 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두 회사의 균주 출처를 두고 재판부가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등 과학적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최종판결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논란이 있는 과학적 감정 결과에 대해 메디톡스 측 주장만 일방적으로 인용했다”며 “메디톡스의 제출 자료와 증언을 진실이라고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도 도용했을 것” 의심

보톡스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보툴리눔균(菌)에서 추출한 독성 단백질이다. 균주에서 뽑아낸 독소를 정제해 원액으로 만든다. 균주 출처는 국내 보톡스업계의 오랜 논란거리다. 2006년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보톡스 제품을 내놓은 메디톡스는 1979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당시 대학원생이던 양규환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가져온 균주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험실에서 쓰던 균주를 양 전 처장이 미국 이삿짐에 몰래 가져오긴 했지만 당시 법적 규제가 없었다는 게 메디톡스 측의 입장이다. 메디톡스는 국내 후발 업체가 자신들의 균주를 훔쳐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전은 2016년 시작됐다. 메디톡스는 “퇴사한 직원이 균주와 생산공정을 대웅제약에 넘겼다”며 경찰에 진정을 냈다. 결과는 무혐의였다. 2006년부터 보톡스 사업 준비를 위해 전국 토양에서 샘플을 채취했고, 2010년 균주 분리 개발에 성공했다는 대웅제약 측 논리가 받아들여졌다.

감정의 골이 깊어진 메디톡스는 다시 대웅제약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월엔 미국 ITC에 대웅제약과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제소했다. 작년 4분기부터 올해까지 소송비만 263억원을 쓰는 등 메디톡스는 소송전에 사활을 걸었다.

판결이 확정되면 대웅제약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2월 국산 업체 중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나보타에 대한 품목허가를 승인받았다. 수출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작년 2~4분기 4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36억원이다. 2024년까지 2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해왔다.

국내 허가당국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식약처가 균주 출처 전수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우섭/박상익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