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바이든의 키스? ‘알페스 소설’ 뭐길래 처벌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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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1.21. 오후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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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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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페스 논란' 총정리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에 업로드 된 트럼프와 바이든 간의 동성애를 주제로 한 웹소설/왓패드 홈페이지

네이버가 글로벌 1위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Wattpad)를 인수한다고 20일 밝혔다. 왓패드는 매월 90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소셜 스토리텔링 플랫폼으로, 네이버는 왓패드 인수를 통해 1억 6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가진 세계 최대 스토리텔링 플랫폼 사업자가 됐다. 네이버는 앞으로 왓패드의 웹소설을 웹툰으로 제작하거나, 웹소설의 정식 출판, 영상물 제작도 가능해진다.

왓패드의 인기 콘텐츠 중에는 ‘알페스(RPS·Real Person Slash)’ 소설이나 ‘팬픽(fan fiction)’이 많다. 알페스와 팬픽은 유명 연예인, 정치인 등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소설 등 창작물로, 알페스는 특히 남성간 동성애를 주제로 한다. 왓패드 웹소설 중 가장 유명한 ‘애프터’역시 영국 아이돌 윈디렉션 해리 스타일스가 주인공인 팬픽에서 시작했다. 왓패드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동성애를 뜻하는 ‘Triden(Trump+Biden)’을 치면 3만개가 넘는 웹소설이 검색된다. BTS, EXO 등 한국 남자 아이돌 멤버 간 동성애 소설도 많다.

/왓패드 홈페이지

전세계적으로 이전부터 알페스 소설이 온라인 상에서 유통되고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최근 알페스가 논란이 되고 있다. 온라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과거 문제삼지 않았던 ‘부적절한' 창작물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알페스가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성착취물”이라며 창작물의 유통·판매자를 수사해야 한다거나, ‘알페스 처벌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알페스가 한국에서 처음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남자 아이돌 멤버 간 동성애를 다룬다”는 점 때문이었다. 실존 인물인 남자 아이돌 멤버들이 동성애 커플로 묘사되는 소설이나 만화, 그림은 트위터 등에서 판매·유통된다. 대상이 되는 남자 아이돌 멤버들 중 상당수는 미성년자이고, 강간 장면 등 부적절한 내용도 많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시작된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은 21일 오후 12시 기준 2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후 유명운동선수나 정치인, 독립운동가도 오랜 기간 알페스의 대상이 돼 왔다는 것이 알려지며 대중의 공분을 샀다. 실제 온라인상에는 유명축구선수 손흥민(토트넘)과 백승호(SV 다름슈타트 98)가 등장하는 알페스 소설도 존재하며, 예능 프로그램 미스터트롯 출연 가수 간 짝을 지어놓은 ‘미스터트롯 알페스 취향표’도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가까이 서 있거나 손을 맞잡은 사진과 두 사람의 동성애를 암시하는 문구가 적힌 것도 있다.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와 그가 저격한 일본 초대 총리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소재로 삼은 것도 있다. 여자 연예인도 예외가 아니며, 세월호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도 많다. 논란이 커지자 포스타입,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있던 원 글은 현재 대부분 삭제되거나 비공개 처리됐고, 캡처 자료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알페스 근절’을 위한 총공세도 펼쳐지고 있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게시글에 ‘#알페스는_성범죄다’ 해시태그(#)를 달아 청와대 청원 동참을 호소하고, 언론사와 국회의원들에게도 증거 파일까지 첨부해 알페스 내용을 제보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10시엔 미스터트롯 팬들을 중심으로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미스터트롯 알페스’를 입력해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올리는 집단행동도 했다.

국민의힘 청년문제해결사 ‘요즘것들연구소’ 소속 의원들은 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알페스 제조자와 유포자에 대한 수사 의뢰서를 제출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알페스를 만들어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는 ‘알페스 처벌법’ 발의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실존 인물의 음성을 신음소리처럼 편집해 성행위 중 녹음된 것처럼 만든 음성파일인 섹테, 유명인의 얼굴에 나체를 합성한 사진 등에 대한 처벌도 공론화하고 있다.

사진/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경찰서에서 국민의힘이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요즘것들연구소' 소속 하태경 의원(오른쪽),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알페스 제조자 및 유포자 수사 의뢰서를 들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날 하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은 남성 아이돌을 소재로 한 성착취물 '알페스'와 '섹트'의 제작자, 유포자에 대한 수사 의뢰서를 경찰서에 제출했다. '섹트'는 '섹스테이프'의 줄임말로 아이돌 가수의 목소리를 편집, 가공해 신음소리 처럼 만드는 '딥보이스' 파일이다. 2021. 1. 19 / 장련성 기자

일각에선 “알페스는 오래된 팬 문화”라고 주장한다. 2006년엔 대형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제1회 동방신기 팬픽 공모전’을 열었고, 유명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엔 ‘팬픽 코너’가 있었을 만큼 팬들 사이에선 ‘놀이’처럼 알페스 콘텐츠를 만들고 돌려봤다는 것이다. 21일 기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알페스에 대해 제대로 알아달라” “알페스 처벌하지 말아달라. 범죄가 아니다” “취향존중을 해달라. 알페스는 나쁜 것이 아니다” 등의 청원도 올라와 있다.

[강다은 기자 kk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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