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 열릴 예정이던 도쿄 올림픽의 1년 연기가 확정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회 취소 내지 연기 압박이 커지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하는 구상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24일 IOC와 일본 정부는 바흐 위원장과 아베 총리가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하는 구상에 관해 의견 일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 8시께부터 바흐 위원장과 45분간 전화 회담을 한 아베 총리는 자신이 바흐 위원장에게 올림픽을 2021년 여름까지 1년 정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제안했고, 바흐 위원장이 이에 “100% 동의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올림픽 연기 제안은 선수들에게 최선의 기량을 발휘할 준비 시간을 부여하고 관객들이 안심하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올림픽 개최 시기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늦어도 내년 여름에는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는 방안에 양측이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초유의 올림픽 1년 연기…코로나에 막힌 '일본 부흥'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4일 도쿄 올림픽을 연기하는 것일 뿐 취소는 아니라는 점을 일본 정부와 IOC가 재확인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전화 회담에는 일본 측에서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담당상과 모리 요시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지사 등도 함께했다. 고이케 도쿄도지사는 “대회를 연기하더라도 명칭은 그대로 ‘도쿄 2020’으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IOC는 전화 회담을 종료한 뒤 임시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연기 문제를 의제로 다뤄 대회 연기를 최종 공식화할 전망이다.

주최국인 일본과 IOC의 이번 합의로 도쿄올림픽은 사상 처음으로 개최가 연기된 사례가 됐다. 1·2차 세계대전으로 하계올림픽이 세 번, 동계올림픽이 두 번 개최지가 변경되거나 취소된 사례는 있지만 대회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기 조항이 없는 IOC 헌장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2일 코로나19의 대유행을 선언했음에도 일본과 IOC는 올림픽을 예정대로 치르겠다는 의지가 강했지만 안전상 위험이 부각되면서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각국 올림픽위원회, 각종 국제 체육경기단체가 잇따라 대회 연기를 요구했다.

일본 언론들은 끝까지 정상 개최의 미련을 놓지 못했던 아베 총리가 올림픽 개최 연기를 수용한 것은 대회 취소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분석했다. 바흐 위원장도 개최 취소에 대해선 “1만1000여 명 선수들의 꿈을 파괴한다”며 부정적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아베 총리가 내년 9월까지인 임기 내에 올림픽을 치르면 정권을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의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본토 1140명과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712명을 합쳐 총 1852명으로 집계됐다. 고이케 지사는 전날 도쿄의 코로나19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 도시 봉쇄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미국과 유럽의 확산 양상으로 볼 때 도심지역에서 감염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