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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영의 삯과 꾼] 잡매니저가 뭐예요?

 

이준영 기자 | ljy02@newsprime.co.kr | 2017.01.20 11:04:23
[프라임경제] 누군가에겐 지긋지긋한 일터인 곳이 누군가에겐 미래를 설계하는 꿈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대한민국 노동현장에는 오늘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모여 삶을 이어가고 있죠. 시대가 변하면서 우리네 노동은 단순 밥벌이에서 전문직까지 다양화·고급화의 길을 걷고 있는데요. 형태 또한 복잡다단합니다. '삯과 꾼'에서는 노동 격변기였던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노동시장의 단상을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HR기업의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잡매니저'라고 부릅니다. 잡매니저란 용어의 기원에 대해선 명확하게 전해지는 건 없는데요. 대략 2010년 전후로 불린 것으로 파악되며 정확한 발원지는 알 수 없다고 하네요.

잡매니저란 용어는 시대가 바뀌면서 콩글리쉬라는 이유로 잡컨설턴트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발음이 쉬운 잡매니저가 여전히 통용되고 있죠.

HR서비스산업협회는 잡매니저란 용어를 지양하고 'HR서비스매니저'라고 지칭하는데요. 협회 남창우 사무국장은 'HR서비스매니저'란 용어도 적확한 표현은 아니라며 '인사관리자'라는 표현이 가장 맞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잡매니저란 용어 자체가 없던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중반에는 과장, 차장 등 직함으로 불렸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이네들은 주로 어떤 일을 했을까요?

지금의 잡매니저들은 △서칭 △영업 △인사관리 △급여관리 △거래처관리 등의 업무가 분업화됐지만 그 시절엔 혼자 모든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고 하네요.

당시 잡매니저들은 신문광고나 초중고 졸업앨범을 보고 일일이 집에 전화해 서칭과 인력수급을 하고, 굵은 서류뭉치를 가방에 욱여넣고 기업을 돌아다니며 영업을 다니고, 매월 급여명세서를 파견근로자에게 직접 전달하며 애로사항을 들었다고 합니다.

지금과 비교했을 때 그 시절이 더 힘들었을까요? 잡매니저로 22년간 종사한 맨파워코리아의 김연경 상무는 "1990년대 후반엔 모든 일을 직접 발로 뛰어다녀야 해서 몸이 고됐죠. 그래도 그땐 잡매니저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도 좋았고, 열심히 일한만큼 열매 맺는 일이라 큰 매력을 느꼈죠"라고 회상합니다.

김 상무는 또 "그땐 파견근로자들에게 직접 급여 명세서를 전달해줘야 해서 한 달에 한 번은 얼굴을 꼭 봤죠. 그런 꾸준한 스킨십이 있어서인지 근로자들과도 사이가 좋았어요. 그때 파견직원과 지금까지 연락해서 가끔 얼굴을 볼 만큼 절친이 됐죠"라고 웃어보이네요.

법적으로 강한 제재를 받던 시기도 아니고, 이슈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리나 이론적인 부분보다 현장에서 소통하고, 관리하는 역량이 더 요구되던 시기였다는 거죠. 

그럼 지금의 잡매니저는 어떨까요? 잡매니저로 1년가량 근무하고 퇴사한 김모씨는 "1년간 서칭과 채용공고 게재만했다"고 회의감을 보였습니다. 

그는 "잡매니저라 구직자와 기업을 매칭시키고 관리하는 꿈을 가졌는데 실무에서는 사무실에 틀어박혀 채용포털 구인공고와 구직신청자들에게 하루 종일 전화만하는 것에 회의감을 느껴 퇴직을 결심하게 됐다"고 토로합니다. 

또 지금은 법적인 제재도 강해서 잡매니저들은 공부를 많이 하는데요. 파견법, 근로기준법, 기간제법, 직업안정법 등 근로자들을 관리하는데 기본적인 내용은 알아야 하고, 급여 관련해서 4대보험에 대한 내용도 알아야 해서 예전보다 많은 역량이 요구된다고 합니다. 

특히 단순히 이론과 실무적인 것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감정과 스트레스관리도 필수로 여겨져 이에 대한 공부도 빼놓을 수 없다고 하네요. 

물론 1990년대에 비해 연봉이나 복리후생 등은 크게 향상됐고, 대형기업들도 생기면서 처우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지긴 했죠. 

김 상무는 "무엇보다 1990년대에 비해 파견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가장 큰 차이죠"라며 "파견이 무엇인지 일일이 설명해야 했지만 지금은 회사 이름만 들어도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인지하는 사람이 많아졌어요"라고 말합니다.

더불어 잡매니저란 직업을 잘 알고 이를 준비하고 입사하는 직원도 많아졌고, 단순히 직업을 소개해주는 사람이 아닌 직업에 대해 고민하고, 취업에 대해 함께 고민을 나누는 직업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김 상무는 현재 종사하고 있는 잡매니저들에게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자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잡매니저가 직업과 관련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좀 더 보람차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또 "직장과 직업에 대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전문적인 가이드 역할을 한다면 그 어떤 직업보다 보람있고, 스스로 소명의식을 느낄 수 있는 의미있는 직업"이라고 전하네요. 

잡매니저의 일이 많아지고, 전문화됐지만 이를 교육하고 양성하는 곳은 국내에 전무한 실정입니다. HR서비스산업협회에서 유일하게 관련된 교육을 진행하는데요 'HR서비스매니저과정'과 '파견사업 관리책임자'교육 두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협회 남 국장은 "'HR서비스매니저과정'은 실무중점으로 진행하고, '파견사업 관리책임자'교육은 법리적인 부분을 중점적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알고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부분 법을 몰라 불법을 저지르는 사례가 많아 이를 개선하고자 협회에서 교육하고 있다"며 "잡매니저란 직군에 대한 정부차원의 체계적인 교육과 양성을 위한 제도가 시급하다"고 강조하네요.

끝으로 "4차 산업혁명이 다가와 많은 직업이 사라진다고 하지만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을 안정시키는 잡매니저란 직업은 사라질 수 없고, 오히려 미래에 가장 필요한 직군이지만 관심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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