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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대밭으로 변한 국가... 살아 남을 사람을 미리 정해놨다면

[리뷰] 영화 <그린랜드> 오랜만에 극장을 찾아온 블록버스터

[김준모 기자]

 <그린랜드> 포스터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 TCO(주)더콘텐츠

'코로나 19'로 인해 바뀐 극장의 풍경 중 하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실종이다. 매년 방학과 연휴 시즌을 맞이해 극장가를 강타했던 블록버스터 장르는 코로나 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최근 텐트폴 영화 <테넷>이 개봉하기는 했지만 원초적인 쾌감과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와는 결이 다르다. 이런 블록버스터 장르에 목말라 있던 관객들에게 추석을 맞이해 특별한 선물이 도착했다. 대통령을 지키는 비밀 경호국 최고 요원 마이크 배닝의 활약을 그린 <엔젤 해즈 폴른>의 릭 로먼 워 감독과 배우 제라드 버틀러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그린랜드>는 우주에 의한 지구 멸망의 순간을 다루고 있다.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아마겟돈>, <딥 임팩트> 등의 작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미국이 다시 한 번 세계의 리더로 지구를 구하는 내용을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휴머니즘과 가족애를 표방하는 내용에 더 가깝다. 재난 속에 위기와 고통도 겪지만, 이를 이겨내는 모습들을 통해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는 작품 속 주인공 존과 그의 아내 앨리슨의 관계를 어색하게 설정한다. 외도를 저지른 존과 이 사실을 알게 된 앨리슨은 아들 나단 때문에 함께 지내지만 서로에 대해 마음을 닫고 있다. 존이 가족과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은 이런 신뢰와 애정의 회복과 같다.
  
 <그린랜드>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 TCO(주)더콘텐츠

뉴스에는 지구 근처를 향하는 혜성의 소식으로 가득하다. 지구에서 관측이 가능한 이 혜성의 일부가 지구에 떨어진다는 소식에 나단과 그 친구들은 기대를 한다. 설마 그 조각이 인류를 멸망시킬 힘을 지녔다는 걸 나단은 물론 전 세계의 전문가들조차 알지 못한다. 바다로 떨어질 줄 알았던 행성 조각이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인류는 위기에 처한다. 이에 존은 가족을 구하기 위해 분투한다.

이 영화가 휴머니즘을 극대화시키는 장치는 '선정자'다. 각 국가는 인류의 멸망을 대비해 생존을 위해 만든 비밀장소에 선정자만을 데려가기로 한다. 마치 노아의 방주처럼 말이다. 이 선정자의 기준은 미래 인류를 위한 지식과 기술을 지닌 이들이다. 존은 건축가이기에 가족들과 함께 선정자가 된다. 이 사실은 존을 괴롭힌다. 가족을 구할 수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친하게 지낸 친구들과 그들의 가족을 배신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친구의 아내가 나단과 친한 자신의 딸을 제발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는 장면과 이를 무시해야 하는 존의 입장은 감정을 자극한다. 존의 냉정한 선택처럼 그와 가족 역시 이런 상황에 직면한다. 나단이 소아 당뇨라는 이유로 탑승을 거부당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존과 가족은 흩어지게 되고 위기를 겪는다. 존은 자신을 공격하려는 무리를 상대로 방어를 하다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고, 앨리슨은 아이를 납치당하기도 한다.
 
 <그린랜드>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 TCO(주)더콘텐츠

부부는 사람으로 인해 공포를 겪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안을 얻기도 한다. 존을 공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를 도와주는 낯선 사람이 등장하는가 하면, 군인들은 시민들에게 총구를 겨눔과 동시에 자신들의 목숨을 바쳐 혼란에 빠진 그들을 돌보고자 한다. 군인 역시 선정자가 되지 않으면 비밀장소로 갈 수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임무에 지원하고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위기에 처한 이들 곁에서 힘이 되어준다.

작품의 제목인 '그린랜드'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첫 번째는 인류의 구원이 되는 장소다. 존은 길가에서 만난 남자로부터 덴마크령 세계 최대 섬인 그린랜드에 선정자를 위한 비밀장소가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린랜드는 전 인류가 구원을 위해 향해야 하는 장소이자 목적지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류는 꼭 답을 찾을 것이란 영화 <인터스텔라>의 메시지가 강하게 투영된 장소이기도 하다.
 
 <그린랜드>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 TCO(주)더콘텐츠

두 번째는 존과 앨리슨 사이의 치유와 화합을 가져오는 장소다. 두 사람 사이의 망가진 관계는 그린랜드를 향하는 과정을 통해 한 줄기의 빛을 얻는다. 그 빛은 인간을 향한 따뜻한 감정이다. 그 믿음이 다시 피어난 순간 존은 진정으로 앨리슨을 사랑하게 되고, 앨리슨은 존을 품어준다. 동시에 아픈 상황에서도 내색하지 않는 건 물론 성숙한 기지로 위기를 극복해내는 나단의 모습은 가족을 단단하게 맺어주는 밧줄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런 휴머니즘의 미덕에 블록버스터의 쾌감을 잊지 않는다. 혜성 파편이 떨어지며 펼쳐지는 강렬한 액션과 긴박감 넘치는 재난 상황은 블록버스터의 규모와 긴장감을 선사한다. 하이라이트는 혜성 파편의 조그마한 조각이 불똥처럼 떨어지는 장면이다. 다리가 무너져 도망칠 길을 잃은 차들 위로 이 불똥이 떨어지는 장면과 이를 피해 차를 운전하는 존의 모습은 독특하면서도 스릴 넘치는 명장면이라 할 수 있다.

<그린랜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목말라 있을 관객들을 위한 선물같은 영화다. 미국 영웅주의를 빼고 휴머니즘을 더한 영화는 코로나로 인한 재난 상황에 맞닿아 있는 현재에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여기에 블록버스터가 지닌 액션의 파괴력을 더하며 간만에 극장의 커다란 스크린에서 볼 만한 영화의 등장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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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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