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명 발생.’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는 재난안전안내문자가 1년이 넘도록 끊이지 않으면서 시민들은 매일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감염으로 확산되면서 가까운 지인 중 한두 명쯤은 밀접접촉자로 분류됐을 정도로 코로나19가 바짝 다가와 있다.

 하지만 감염에 취약한데도 선별검사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시민들이 적지 않다. 장애가 있어 거동이 불편하거나, 대중교통시설이 미비한 지역에 거주하거나, 교대근무 때문에 선별진료소를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파주시는 이런 환경 속에서 매일 불안에 떨고 있는 시민을 직접 찾아가는 ‘이동형 선별검사소’를 운영하고 있다. <편집자 주>

파주시 코로나19 이동형 선별검사소가 문산읍 마정4리를 찾아 주민들이 선별검사를 하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파주시 코로나19 이동형 선별검사소가 문산읍 마정4리를 찾아 주민들이 선별검사를 하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 수백 명이 근무하는 물류센터부터 장애인시설까지

지난 13일 쌓인 눈이 채 녹지도 않은 이른 아침, 파주읍 부곡리에 위치한 교보문고 제1물류센터에 하얀 트럭 3대가 줄 지어 들어섰다. 

행여나 있을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를 발견하기 위해 특별 제작된 양압식 이동형 선별검사 차량으로, 검사 접수 차량과 검체 채취 차량, 검체 판독 차량 3대가 나란히 자리를 잡고 검사자를 맞이했다. 이곳에서는 30분이면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신속항원진단검사와 비인두도말PCR검사가 진행됐다.

이날 오전에만 검사받은 인원은 교보문고 물류센터 직원 250여 명을 포함해 인근 주민 등 총 279명에 달했다.

참여율이 높았던 이유 중 하나는 지역 특성상 대형 물류창고가 밀집돼 있어 확진자가 1명이라도 발생하면 연속적인 감염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체 차원에서도 층별로 관리자를 지정하고 근무일지를 통해 마스크 착용 여부 등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은 늘 갖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 파주시에서 이동형 선별검사소를 운영한다는 안내를 받자 직원들의 불안함을 해소하고 방역이 잘 되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전원 검사에 응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검사에 참여한 한 직원은 "안 그래도 검사를 받으려고 하던 참이었다"며 "코로나가 계속 확산되고 있어 혹시 몰라서 받고 싶었다. 근무하느라 평소 받기 힘들었는데 (받을 수 있어서)잘됐다"고 말했다.

이동형 선별검사소는 인근에서 검사가 필요한 공무원 등에게도 환영을 받았다. 이날 약 7.7㎞ 떨어진 월롱면 예비군면대에서도 선제적인 검사를 받기 위해 공무원, 병사 등이 방문했다. 

예비군면대 관계자는 "파주시에서 선제적으로 읍면동 공무원을 대상으로 검사를 하고 있다. 월롱면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주민들을 위해서도 미리 검사를 받아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근처에 검사받을 곳이 없어서 이곳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동형 선별검사소를 찾는 발걸음은 다른 곳에서도 이어졌다. 선별검사 차량은 이날 오후 83개 업체(3천500여 명)가 입주해 있는 선유산업단지로 이동했다. 검사 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사람들이 줄 지어 서 있었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에 교대 예정이던 검사자 2명이 추가 투입되는 등 검사는 신속하게 이뤄졌다. 오후 5시까지 진행된 검사에 총 376명이 참여했다.

피유시스 권인욱 대표이사(전 파주상공회의소 회장)는 "산업단지 근로자들이 보건소 등에 검사를 받으러 갈 시간은 없고 늘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가까이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해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 검사 필요한 취약계층 "가뭄 속 단비 같아"

이동형 선별검사 차량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더 큰 위로가 되고 있다. 11일 오전 방문한 문산읍 임진리처럼 교통소외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혹한의 추위 속에 오도 가도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일부러 찾아와 준 검사차량이 그저 반갑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200여 명의 장애인들이 근무하고 생활하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에덴하우스’에도 15일 선별검사 차량이 방문했다. 이곳은 기저질환이 있고 장애를 가진 직원이 많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취약한 계층이지만, 수송차량 등 이동수단이 여의치 않아 검사받는 것조차 어려웠다는 게 시설 측 설명이다.

파주시 코로나19 이동형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들이 주민을 대상으로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파주시 코로나19 이동형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들이 주민을 대상으로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검사를 받은 한 근로자는 "코로나 때문에 너무 답답하다. 검사를 받으러 밖에 안 나가도 되니까 편리하다. 근무시간 끝나고 밤에 검사받으러 가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4일 시청 직원 300명을 대상으로 시작한 이동형 선별검사소는 2주째 접어들면서 참 의미를 더했다. 14일 교통소외지역인 법원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진행된 선별검사자 81명 중 3명의 양성 판정자가 확인됐다. 만약 이동형 차량이 가지 않았더라면 확진자는 또 다른 확진자를 낳아 파주시는 물론 인근 지역으로까지 2·3차 확산이 이뤄지는 건 시간문제였을 것이다.

이처럼 파주시 이동형 선별검사소는 16일 금릉역 광장까지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적게는 1개소, 많게는 3개소를 다니며 검체를 채취하고 결과를 전달했다. 그간 검사받은 인원만 총 2천904명(신속항원검사 451건, PCR 2천453건)으로, 하루평균 138명이 검사를 받았다. 아무도 몰랐던 3명의 확진자를 조기 발견했고 즉시 치료를 받도록 조치했다.

파주시는 이번 검사 방식이 숨은 확진자를 발견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바가 큰 만큼 추가 운영키로 결정했다.

최종환 시장.
최종환 시장.

최종환 시장은 "그동안 애써 온 노력이 단 1명의 확진자로 인해 무너져 버린 것이 너무 허탈했다. 그래서 어떡해서든 숨은 확진자를 조기에 찾아 확산을 차단하고, 취약계층이 모인 시설이 코호트 격리되는 일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코로나19는 감소세이긴 하지만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보다 확실한 감염 전파 고리를 끊기 위해 마지막까지 다 함께 노력해 줘야 한다. 파주시는 앞으로도 이동형 선별검사소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파주=이준영 기자 skypro12@kihoilbo.co.kr

사진=<파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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