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말기 장지연의 ‘만국사물기원역사’(1909)에 따르면, 상고시대의 군사들이 머리에 쓰는 쇠로 만든 전립(氈笠)을 벗어서 고기, 생선 등을 넣어 끓여 먹은 데서 유래하여 전골이라 불렀다고 한다. ‘전골’은 벙거지 모양의 그릇에 고기를 요리하는 솥이라는 뜻으로 벙거짓골 전골이라고 부른다.
조선 정조 시대의 시인 진택(震澤) 신광하가 두만강 일대를 탐방하던 중에 ‘벙거짓골에 소고기를 굽다’라는 시를 지었다. 이 시에서는 화로 위에 벙거짓골을 놓고 몇 사람이 둘러앉아 직접 맛있는 소고기를 구워 먹는 것으로, 여진에서 들어온 새로운 요리법임을 나타낸다. 지금은 일상의 것이 되었으나 당시로는 군자가 직접 음식을 조리한다는 것은 매우 획기적임을 드러낸다.
예전에 서울의 반가에서는 추울 때 실내에서 놋화로에 밖에서 잘 피운 숯불을 담아 소금을 뿌려서 냄새를 없애고 그 위에 다리쇠를 걸친 뒤 벙거짓골을 얹어놓고 벙거짓골 전골을 만들어 먹었다. 벙거짓골 전골 만드는 법으로는 벙거짓골의 가장자리 둥근 전에는 붉은색의 등심살, 우둔살과 흰색의 양지머릿살, 검은색의 천엽, 검붉은 색의 콩팥 등 육류 4색을 각각 손질하여 가늘게 채쳐서 양념하고 무, 숙주, 미나리, 파, 표고버섯, 느타리버섯을 각각 손질하여 곱게 채쳐서 각각 양념하여 색색으로 얹고 둥근 전 위에서 나무젓가락으로 따로따로 저으면서 살짝 볶을 정도로 익힌다.
가운데 둥근 그릇에는 육수를 부어 끓이면서 익힌 고기와 채소, 버섯류를 밀어 넣어 끓이고 그 자리에 다시 새 재료를 얹어 익히면서 날달걀을 잘 풀어 끓는 국물에 가만히 붓고 줄알을 풀어 살짝 익혀서 각자 보시기에 따끈하게 익힌 재료와 국물을 담아낸다. 먹을 때는 미리 준비한 겨자를 얹는다.
공주대 명예교수·전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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