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세자매...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오랜 상처 품고 살아온 자매 이야기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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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29   |  발행일 2021-01-29 제39면   |  수정 2021-01-29
바쁘다는 핑계로 일정한 거리두며 살아온 가족
아버지의 외도·폭력은 어른이 돼도 깊은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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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숙(김선영), 미연(문소리), 미옥(장윤주)은 독실한 크리스천 집안에서 함께 자란 자매다. 겉으로는 별 문제없어 보이는 이들 자매는 모두 말 못할 고민들을 안고 있다. 꽃집을 운영하는 첫째 희숙은 엄마에게 서슴없이 욕하고 대들며 반항하는 딸과 가끔 찾아와 돈만 받아 가는 남편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래도 괜찮은 척 옅은 미소를 지으며 늘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아들 딸린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한 셋째 미옥은 날마다 술에 취해 있는 극작가다. 막 나가는 말과 행동으로 가족은 물론 언니들에게 늘 걱정거리를 안기는 골칫덩어리다.

세 자매 중 가장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것처럼 보이는) 건 둘째 미연이다. 신도시 대형 아파트에서 잘 나가는 교수 남편, 말 잘 듣는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 성가대 지휘자로도 활동하며 모두가 부러워하는 완벽한 주부의 면모를 뽐내지만 언제나 가식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 그런 세 자매가 아버지 생일을 맞아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이게 되면서 곪을 대로 곪은 오랜 상처를 끄집어낸다.

'세 자매'는 애증의 대상으로 자리한 세 자매의 이야기다.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고 있는 그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미안함으로, 체면과 자격지심으로 늘 일정한 거리를 둬왔다. 하지만 미연은 술만 먹으면 전화로 횡설수설하는 동생 미옥의 주사를 다 받아주고, 경제적으로 힘든 언니에겐 돈을 빌려주는 등 유사 부모이자 장녀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카메라는 세 자매의 일상을 때로는 그들의 뒤에서 혹은 그들이 머무는 공간 안에서 아무런 기교 없이 담는다. '가족'이라는 굴레로 얽혀 있는 유년의 아픔까지 함께 공유하면서 말이다.

연출을 맡은 이승원 감독은 날 선 시선으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족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천착한다. 이 과정이 다소 전형적으로 다가오기는 하지만 거슬리진 않다. 그보다는 일상적인 언어와 표현으로 납득가능한 공감대와 보편성을 확보했다. 사실 이 영화의 근간은 가정폭력과 외도다. 세 자매는 아버지의 외도와 가정폭력으로 깊은 상처를 입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같은 상처로 고통 받고 있다. 미옥이 의붓아들을 손찌검한 남편에 흥분해 미친듯이 날뛰는 것도,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미연이 신앙의 힘으로라도 가정을 지키려는 이유다.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는 각각의 개성 넘치는 세 자매로 분해 설득력 있게 극을 완성했다. 더없이 신뢰감을 주는 문소리와 김선영의 밀도있는 연기는 물론이고, 캐릭터에 완벽히 체화된 장윤주 역시 이후 행보를 기대하게 만든다.(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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