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밀리터리 미니월드Ⅱ

3m 두께 북극 얼음 깨고 부상 초대형 잠수함 현실감 그대로

입력 2021. 02. 02   16:17
업데이트 2021. 02. 0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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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러시아의 괴물 잠수함 타이푼


소련-러시아 역사상 최대 잠수함
5㎜ 두께 우드락·파란색 페인트 이용
‘에폭시 퍼티’로 북극곰 직접 만들어 도색
곰 발견한 승조원 함성 지르는 상황 연출도


러시아의 타이푼 잠수함이 두꺼운 북극의 얼음을 깨고 부상하는 장면 연출.   필자 제공
러시아의 타이푼 잠수함이 두꺼운 북극의 얼음을 깨고 부상하는 장면 연출. 필자 제공
쌀알만 한 크기의 북극곰은 ‘에폭시 퍼티’로 직접 만들어 도색했습니다.
쌀알만 한 크기의 북극곰은 ‘에폭시 퍼티’로 직접 만들어 도색했습니다.
얼음 밑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타이푼 잠수함에 흥미를 느끼고 다가오는 북극곰과, 이를 발견한 승조원들이 환호하는 모습 연출.
얼음 밑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타이푼 잠수함에 흥미를 느끼고 다가오는 북극곰과, 이를 발견한 승조원들이 환호하는 모습 연출.
북극의 얼음은 5㎜ 두께의 ‘우드락’을 잘라 배열하고 파란색 페인트를 희석해 얼음 아래쪽에 색칠, 얼음 위에 쌓여 있는 눈은 베이킹소다를 활용해 표현.
북극의 얼음은 5㎜ 두께의 ‘우드락’을 잘라 배열하고 파란색 페인트를 희석해 얼음 아래쪽에 색칠, 얼음 위에 쌓여 있는 눈은 베이킹소다를 활용해 표현.

러시아의 타이푼 잠수함이 두꺼운 북극의 얼음을 깨고 부상하는 장면 연출. 필자 제공
얼마 전 고인이 된 원조 007 제임스본드 ‘숀 코너리’가 주연한 영화 ‘붉은 10월(Red October, 1990)’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신가요? 소련의 최신 잠수함 ‘붉은10월’호가 훈련을 위해 출항한 상황에서 함장(숀 코너리)이 미국 망명을 위해 항로를 이탈하면서 벌어지는 소련 잠수함과 미국 잠수함의 박진감 넘치는 추격전이 인상적인 영화죠. 이 영화에 나오는 주연 잠수함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타이푼’입니다.

 
타이푼은 소련-러시아 역사상 최대의 잠수함인 아쿨라급 전략탄도미사일 원자력추진 잠수함입니다. 구소련 해군이 건조했고, 소련 해군과 러시아 해군이 운용했습니다. ‘아쿨라’는 러시아어로 ‘상어’를 뜻합니다. 타이푼이란 이름은 나토의 코드명입니다. 한 번의 핵 공격으로 지구의 절반을 파괴할 수 있다는 ‘괴물 잠수함’으로도 유명합니다.

냉전 시기, 미·소 양국은 핵잠수함에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해 적국을 공격하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상대방의 핵잠수함을 찾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죠. 그러다 미군의 잠수함 탐지 기술이 점점 앞서나가자 소련은 새로운 잠수함 전략을 구상하게 됩니다. 핵탄두 10개가 탑재된 SLBM 20기를 장착한 잠수함을 건조해 북극의 두꺼운 얼음 밑에 숨겨놓고, 필요시에는 얼음을 깨고 부상해 200개의 목표를 동시에 공격하는 전략이었습니다.

3m에 달하는 북극의 두꺼운 얼음을 깨고 부상하는 잠수함을 만들기 위해서는 둥근 잠수함 2개를 붙이고 그 위에 다시 타원형의 외피를 둘러야 했습니다. 이렇게 타이푼은 대형 잠수함 2개를 붙인 초대형 잠수함이 되었죠. 워낙 잠수함이 크다 보니 내부 공간에도 상당한 여유가 있어 휴게실, 사우나, 화단, 새장, 흡연실, 오락실, 작은 수영장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타이푼 잠수함은 전부 6척이 건조됐고, 현재 5척은 퇴역했습니다. 남은 1척은 북방 함대에 배속돼 있는데 수리 보수용 도크인 초대형 바지선이 최근 침몰하는 바람에 이마저도 퇴역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타이푼은 워낙 극비의 잠수함이라 실제로 북극의 얼음을 깨고 부상한 사진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에서 초대형 잠수함이 북극의 얼음을 깨고 나오는 장면을 참고했습니다.

여기에 잠수함에 흥미를 느끼고 다가온 북극곰을 승조원들이 발견하고 함성을 지르는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잠수함 승조원은 400분의 1 스케일 ‘에칭 부품’을 사용했고, 북극곰은 ‘에폭시 퍼티’로 직접 만들어 도색했습니다. 쌀알만 한 크기다 보니 살짝 살찐 듯한 북극곰이 되었네요.

북극의 얼음은 5㎜ 두께의 ‘우드락’을 이용했습니다. 모형 스케일이 400분의 1이므로 5㎜ 두께면 실제로는 약 2m에 해당합니다. 타이푼이 최고 3m 두께의 얼음을 깨고 부상할 수 있었다고 하니 고증에도 문제가 없는 셈이죠. 얼음이 깨진 모양처럼 우드락을 다양한 크기로 잘라 적당히 배열했습니다.

또, 북극의 깨끗한 얼음이 약간 푸른빛이 감도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파란색 페인트를 묽게 희석해 살짝살짝 얼음 아래쪽에 칠했습니다. 두꺼운 얼음 위에 쌓여 있는 눈은 베이킹소다를 활용해 표현했습니다. 베이킹소다에 물과 목공용 풀을 적당량 섞어 셰이크처럼 만든 뒤 붓으로 펴 바르고 건조하면 눈이 내려 다져진 듯한 느낌을 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내가 원하는 표현을 해냈을 때 얻는 성취감이야말로 모형 제작의 큰 즐거움이자 원동력입니다.

<강신금 한국모형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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