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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사능공포증이 끼치는 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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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26 07:00:24   폰트크기 변경      

 

 
 

 최근 월성원전 삼중수소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 사회적 논란거리도 아닌 것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멸치 한 마리에 포함된 미량의 폴로늄으로 인해 받게 되는 방사선량에 해당하는 삼중수소를 가지고 분란(紛亂)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지극히 과학적으로 몰상식한 수준의 선동질에 국민이 공포감을 느끼고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에 불안을 느낀다는 사실, 그리고 과학자들의 설명도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된 것은 세계 10위의 대한민국 수준에 맞는 일인지 의심케 한다.

 

 과학적 지식이야 해당 분야를 전공하지 않았으면 없을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전문가의 목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나 과학자의 목소리보다 힘 있는 정치인이나 선동가의 목소리를 더 경청하게 되었다. 전문화된 사회에서 전문가를 불신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친원전이든 탈원전이든 자기 의견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걸 남에게 주장하는 것은 얼마나 뻔뻔한 일인가? 또 전문가에게 그 수준의 과학지식으로 이런저런 회의를 제기하면서 빈정거리는 태도는 바람직한가? 또 나는 과학을 전혀 모르지만 나를 납득시키기 전에는 안된다는 식의 태도는 과연 문명적 태도일까?

 

 탈원전을 하자는 사람들은 ‘원자력 업계’ 또는 ‘원자력 마피아’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싸잡아서 이익집단이나 불한당을 만들어 놔야 유리하니까 그럴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 과학자는 자기 이름을 걸고 답변하고 있다. 집단을 위해 거짓말을 하도록 훈련받은 사람이 아니다. 또 증거를 코밑에 들이대기 전에는 끝까지 거짓말로 버티는 재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

 

 패색이 완연한 바둑판에서 마지막으로 한번 판을 흔들어 보듯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관한 검찰수사를 앞두고 흔들어 놓으려는 것이 너무도 명백해 보인다. 수년 전부터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이슈를 새로 끄집어내는 것이 그것을 말해준다. 또 초선의원이 안 되니 당 대표가 나서고 하는 것들도 다 그런 맥락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승무원에 대한 우주방사선 안전관리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비행 중 우주방사선에 노출되는 항공승무원의 건강관리를 위한 조치라고 한다. 원래 ‘연간 50mSv(밀리시버트)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5년간 100mSv 이하’로 규정된 것을 ‘연간 6mSv 이하’로 하향조정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의 평균 방사선 피폭량이 2.82mSv와 2.79mSv로 원전종사자의 평균인 0.43mSv보다 높으니 방사선피폭은 원전종사자보다 항공기 승무원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과도한 기준 강화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연간 약 3mSv의 방사선을 받는다. 그것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이것이 10mSv에 달하는 지역도 있다. 승무원의 평균이 자연적으로 살아가면서 받게 되는 방사선량 정도이기 때문에 걱정할 규모가 아니다.

 

 방사선을 받았을 때 인체에 영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진 양은 100mSv이다. 그것보다 작은 양을 받은 그룹과 방사선을 전혀 받지 않은 그룹의 발병률에는 차이가 없다. 그래서 일반인에 대해서는 관리기준을 그것의 1%인 1mSv로 잡았다. 종사자에 대해서는 50mSv로 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종사자가 50mSv를 다 받았다고 치고 일상의 다른 곳에서 1mSv씩 50회를 받더라도 총 100mSv를 넘지 않는다. 혹자는 100mSv라는 값을 인정하지 않고 0mSv가 아니면 해롭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과학계가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정상적인 견해가 아니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특정 방사선 작업을 수행하다가 50mSv를 받게 된 직원에 대해서는 그 해에는 더 이상 방사선을 받는 작업을 수행하지 않게 한다. 그런데 승무원에 대한 한도를 6mSv로 낮춘다면 아마 어쩌다가 이 분량의 방사선을 받게 된 승무원이 있다면 그 후에는 일정 기간 지상근무를 해야 하거나 또는 고용에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것만이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안전기준은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안전기준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고 그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답이다.

 

 현행의 기준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기준을 강화하면 위해주는 듯 보이지만 근무시간만 줄어들 뿐일 것이다. 이건 일을 잘해보려는 것이 아니라 노느니 장독을 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원전 삼중수소와 관련한 논쟁을 벌이다가 전문가의 말을 믿지 못하고 나가버린 친구가 있다는 얘기에 나는 이렇게 답하였다. 그는 미미한 삼중수소로부터 피하는데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희생하며 살게 될 것이라고...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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