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만시지탄 주택공급대책, 시장 신뢰 여부가 성공의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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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04. 오후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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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규모 주택 공급대책이 4일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공공주도 3080 플러스,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으로 이름 붙여진 것처럼 이번 대책은 공급 확대로 방향을 전환한 점이 눈에 띈다. 전국에 83만6000호의 주택을 대량 공급한다. 서울만 32만호다. 물량으로 보면 분당 신도시 3개 규모다. "공급 쇼크 수준"이라고 자평한 홍남기 부총리의 말대로 시장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을 대거 동원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띈다. 3년 한시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공공이 지구 지정을 통해 부지를 확보하면서 도시기능 재구조화를 위한 거점 조성도 동시에 추진하는 사업이다. 또한 신속한 인허가 등 규제혁신을 통해 사업제안부터 입주까지의 소요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역세권 개발 용적률도 최대 700%로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이를 보면 이번 대책에는 공급 확대를 통해 부동산 폭등세를 잡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투영돼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가 공급 확대로 눈길을 돌린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아쉬운 대목도 많다. 우선 이번 대책이 길게는 5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여 정권교체 이후에도 그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이런 이유로 오는 4월로 다가온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정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특히 민간자율이 아닌 공공개입을 통해 시장을 통제하겠다는 부분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 민간의 자율성을 배제하고 공공이 모든 이해관계를 책임지고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에 시장이 얼마나 호응할 지는 두고볼 일이다.

집값이 급상승한 뒤에서야 대규모 공급 대책이 발표됐다는 점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이제 정부의 남은 과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주택 공급에 나서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시장에 신뢰를 줘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는 바로 정부 대책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시장과 소통해 신뢰를 쌓아 나가야 한다.이와 동시에 투기적 거래를 방지하는 대책도 세밀하게 짜길 바란다. 신뢰를 잃으면 무슨 정책을 내놓아도 헛수고다. 부디 이번 25번째 대책이 무너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마지막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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