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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성의 용의자였다

'시사직격' 나는 화성의 용의자였다

[MHN 문화뉴스 유수빈 기자] 28일 방송되는 '시사 직격'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조명한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발생했던 ‘화성연쇄살인사건’. 30년간 미제로 남아있던 사건은 한 무기수의 자백으로 그 진실이 밝혀졌다. 진범은 처제를 살해한 죄로 수감 중이던 이춘재, 그가 자백한 범행 중엔 모방범죄로 결론 난 8차사건도 포함돼 충격을 안겼다. 이에 8차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했던 윤성여씨는 재심을 청구해 32년 만에 마침내 누명을 벗게 되었다. 그러나 화성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던 사람은 윤성여씨만이 아니었다. 당시 수많은 사람이 범인으로 몰려 수사기관로부터 가혹행위를 통해 자백을 강요받았던 것. 진범은 밝혀졌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야만의 시대가 남긴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을 우리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 '시사직격'이 만난 수많은 ‘윤성여들’  

화성 9차사건의 용의자로 몰렸던 19살 윤동일 군. 윤 군은 갑작스레 연행돼 닷새 만에 물증도 없이 14건의 강간 및 강제추행을 저지른 범죄자로 둔갑하게 된다. 윤 군은 경찰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27번의 진술서를 쓰며 허위로 자백하지만, DNA 검사 결과 극적으로 진범이 아님이 밝혀진다. 풀려난 뒤에도 고문후유증에 시달리던 윤 군은 결국 갑작스러운 암 발병으로 사망하게 되는데. 제작진의 전수조사 결과 화성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고초를 겪은 사람은 무려 41명에 달했다. 그중에는 폭행당해 뇌부종으로 사망한 사람부터 조사 후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다 기찻길에 뛰어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해자까지 있었는데.

“정말 진실이 무엇인지 누가 범인인지보다는 우선 범인으로 믿을 만한 누군가가 나타나길 바라는 분위기가 팽배했고, 그러다보니 윤 군 뿐 아니라 무수하게 많은 용의자들에 대해서 무리한 강압수사와 고문들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무척 많이 발생을 했었죠”

- 표창원/  당시 화성지역 기동대 소장 - 

■ 범죄와의 전쟁...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1990년 10월 13일 노태우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자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범죄 소탕 작전이 시작된다. 검거실적은 곧 점수로 환산되어 인사에 반영되었고, 점수가 낮은 지휘관은 문책을 당했다. 궁지에 몰린 경찰은 무리한 수사를 강행해 인권침해사례가 속출한다. 화성사건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려 전국의 유능한 수사관들을 불러들이고 65만 명이 넘는 인력을 동원했지만 사건의 윤곽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피해자가 늘어날수록 초조해진 경찰은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들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심지어 꿈에 범인을 보았다는 심령술사의 제보만으로 물증 없이 용의자를 범인으로 단정, 지하실로 끌고 가 일주일에 걸쳐 고문해 자백을 받아내기까지 했다. 범인을 어떻게든 검거해야만 했던 야만시대의 수사, 인권은 없었다. 

“경찰서마다 사건 해결에 대한 실적표를 제시해놓고 경찰관 개인을 독려했던 성과주의의 폐해들이 많이 있었죠. 성과 만능주의가 결국 피의자에 대한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 김상균 교수/ 前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침해조사국 조사담당관 -

■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 끝을 위한 시작 

1989년 7월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현정양은 학교에 갔다 돌아오지 못했다. 해당 사건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출로 종결되었고, 부모는 전단을 돌리며 아이를 찾았지만 어떤 소식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30년 뒤 가족들은 뉴스를 통해 현정양이 화성사건의 진범 이춘재에 의해 살해되었음을 알게 된다. 어디선가 살아있을 거라 굳게 믿고 살아왔던 세월들, 어머니는 눈 감을 때까지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런데, 재수사 도중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이 8차사건의 범인을 검거한 직후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이 곧바로 발생하자 이를 축소하기 위해 유류품과 시신 일부를 은닉했다는 것. 진술조서까지 조작한 치밀한 은폐 정황이 밝혀졌으나, 공소시효가 만료돼 관련자들을 처벌할 수 없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려서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수사를 받았거든요. 이춘재가 저지른 매 사건마다 억울한 윤성여가 가득하다고 들었습니다”

“진화위 조사를 통해서 억울하게 수사 받으신 분들의 진상이 규명 돼서 피해회복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박준영 변호사/ 이춘재연쇄살인사건 진화위 재수사 신청인 -

1월 25일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당시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이들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할 과오와 마주해야 할 진실. 과연 우리 사회는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화성의 아픔을 끝낼 수 있을까. 

'시사직격' 나는 화성의 용의자였다 편은 KBS1TV에서 29일 10시에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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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직격'-나는 화성의 용의자였다

1월 29일 (금) 밤10시 KBS 1TV
나는 화성의 용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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