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작용 많은 청와대 ‘국민청원’ 정교하게 손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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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앓고 있는 배우 윤정희 씨가 프랑스에서 배우자와 딸로부터 방치돼 있다는 주장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다. 청원인은 윤 씨가 프랑스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홀로 투병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씨의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 측은 공연기획사 빈체로를 통해 "거짓이며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배우 윤정희 씨 가족의 사정을 우리는 모른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제의 문제점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취지로 청와대가 2017년 8월 도입한 전자청원 플랫폼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 의사를 정부 정책에 반영한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역기능도 상당하다. 작성자가 적절한 검증 없이 자기 주장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려도, 이 내용은 제3자들에게 바로 노출된다. 욕설·비방·허위사실·명예훼손 내용이 국민청원에 오르는 순간,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누군가는 피해를 보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억울한 사연'을 언론사에 제보하면, 언론사는 그 내용이 사실인지, 상대편의 입장은 무엇인지 취재를 통해 검증한다. 그렇게 검증해도 사실과 다른 경우가 간혹 발생하는데, 국민청원에는 그런 검증이 없다.

청원인들은 깊은 논의가 필요한 문제를 종종 즉흥적이고, 흥분한 목소리로 쏟아낸다. 일단 여론이 과열되면 사실관계를 차분히 살펴보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SNS를 많이 사용하는 특정 계층, 특정 집단의 의견이나 주장이 과도하게 반영될 수도 있다. 청와대가 특정 청원을 삭제하거나 가린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삭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 '삭제의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국민청원은 '국민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상징적 의미'에 불과하다. 오히려 국회의 국민동의청원, 행정부 각 부처의 국민소통 등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면도 있다. 이번 기회에 청와대는 '국민청원제'를 세밀하게 손봐야 한다.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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