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도 성탄 공동체정신 앗아갈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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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2.22. 오전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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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강절 달력은 프리마베라 하우스 옆입니다.

그동안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것을 못 본 사람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무선호출기가 울리더니 메시지가 떴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더 이상 공동 식사나 모임을 할 수 없게 되자 집집마다 있는 무선 호출기로 중요한 안내 사항들이 전달되고 있습니다.

박성훈 필자
매년 마다 이곳 젊은 청년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4주간의 대강절 달력을 만들어 매일마다 공동 점심 식사 때 아이들이 하나씩 열곤 했습니다. 그동안 청년들은 아이디어를 짜내 성탄 몇 달 전부터 대강절 달력을 준비해 왔습니다. 어떤 해에는 목동, 천사, 가축, 동방박사, 마구간과 구유, 요셉과 마리아, 아기예수를 나무로 직접 조각해 하나씩 꺼내어 전시하기도 하고, 어떤 해에는 여러 층의 나무 원반 주위에 촛대를 만들고 매일 아이들이 대강절 달력 박스에서 청년들이 손수 만든 어린양, 목동, 천사들을 꺼내어 원반 위에 올리면 맨 위에 있는 선풍기 날개 같은 나무팬이 촛불의 에너지로 돌면서 모든 층의 원반이 회전목마 같이 돌아가게 하는 대강절 달력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함께 할 수 없게 되자 두세 집이 한 팀이 되어 집집마다 매일매일 돌아가면서 대강절 달력을 집 밖에 전시하기로 했습니다.



대강절 첫날 달력은 다벨하우스 팀입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농장을 관리하는 대니얼이 속해 있는 이 팀은 크리스마스 트리 자르기 행사로 대강절 달력을 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농장에 가보니 즐거운 캐롤이 흘러 나오고 형제 몇 명은 군밤도 신나게 숯불에 굽고 모두 즐거운 표정입니다. 나무를 실을 웨건을 밀며 나무를 고르려 하는데 몇몇 형제들이 제게 말합니다. “한국 전나무를 가져갈 건가요?” 몇 년 전 심어 놓은 한국 전나무가 이제 제법 보기 좋게 자랐네요.

메이플릿지 공동체처럼 크리스마스 트리 농장이 없는 다른 공동체에서는 마을 농장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구입했는데 한 형제가 멋진 나무를 하나 골라 집에 와서 상표를 보니 ‘Korean Fir’ (한국 전나무)로 적혀 있어 “어쩐지 멋있더라니!”했다며 제게 말해 줍니다. 한국 전나무는 다른 전나무와 달리 잎이 아주 부드럽고 모양도 날씬하게 잘 빠져 저도 마음에 드는 걸 골라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옆집 앤디도 멋있는 나무 하나를 골라 왔는데 역시나 한국 전나무였네요. 한국 전나무의 인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가져온 크리스마스 트리를 거실 한쪽에 놓은 후 양동이에 아주 뜨거운 물을 붇습니다. 나무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차가운 물보다 빨리 흡수해 건조해지지 않아 성탄절까지 나뭇잎을 떨어뜨리지 않고 생기있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 아내는 작년에 말려 놓았던 오렌지와 올해 새로 말린 것을 가져와 전등을 달고 장식을 했습니다. 작년에 말린 것은 오렌지 색이 많이 진해지고 올해 새로 말린 것은 밝은 오렌지 빛을 띠어 전등을 비추면 속까지 환히 비치면서 은은하게 오렌지 향도 나는 것이 마음을 포근하게 하면서 어느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가 부럽지 않네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서 이불 깔고 자는 것을 좋아해서 한번씩 자게 해주면 둘이 신나서 낄낄거리며 떠들면서 나무 아래서 잠들곤 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르고, 크리스마스 장식 상자를 열어 이것 저것 장식하면서 아이들 크리스마스 양말을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몇 해전 아내는 아이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양말을 손수 짰는데 맨 위에는 아이들 이름을 영문으로 넣었습니다. 하빈이가 아내가 양말을 짜는 것을 보자 말합니다.

“엄마, 나 양말 필요 없어요.”

“응, 알았어.”

어릴 때는 엄마가 짜준 스웨터를 자랑스럽게 입고 다니더니만 자라면서 시중에 파는 것이 더 폼이 나나 봅니다. 아내가 양말을 계속 짜고 있으니까 다시 말합니다.

“엄마, 나 안 신는다니깐요. 그러니 만들지 마세요.”

“응, 알았다니까.”

양말이 반쯤 짜 내려가자 엄마가 산타클로스가 넣어줄 크리스마스 양말을 만드는 것임을 눈치챈 하빈이는 다시 말합니다.

“엄마, 가능한 아주 크게 만들어 주세요.”

“너 필요 없다며?”

자기도 민망한지 씩 웃고 맙니다. 하빈이는 올 여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다른 공동체로 이사가 하빈이가 없는 첫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되었네요. 왠지 허전한 마음을 달래며 하빈이가 만들어 놓은 성탄 나무 조각들을 식탁 위 크리스마스 리스에 걸면서 사랑하는 아들을 떠올립니다.

대강절 둘째 날 우리 집 언덕을 내려가다 보니 울타리에 예쁜 천사 3명이 걸려 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창문 밖으로 즐거운 캐롤송이 울려 퍼집니다. 발러리 할머니네가 만든 대강절 달력입니다. 할머니는 창 밖으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이 보이면 벨을 눌러 대강절 인사를 합니다. 지난 부활절에도 할머니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보내 인사했는데 할머니가 공동체 형제들에게 할 수 있는 최상의 선물입니다.

대강절 넷째 날 식당으로 가는 길을 돌아서니 한쪽 집 정원에 마구간과 동물들이 서 있습니다. 한쪽 구석엔 요셉과 나귀 탄 마리아가 길을 떠나는 그림이 있습니다. 마구간에서 동물들이 구석 구석을 청소하고 침대도 만들면서 아기 예수를 맞는다는 (우리 집에 누가 오나요?) 동화를 테마로 만든 어니 가족의 대강절 달력입니다. 이 동화는 아이들이 아주 좋아해서 영국에 있는 비치그로브 공동체에 살 때 우리 가족이 주일날 어린이 예배에 연극했던 것으로 아이들과 함께 즐거웠던 추억의 한 페이지를 들여다보게 하네요.

대강절 여섯째 날 어린이집 옆을 지나가니 공동체 모든 농사를 담당하는 아들만 6명 있는 던컨네 가족이 두개의 작은 통나무로 말을 만들어 놓고 아이들이 그 위에 자기들이 좋아하는 곰 인형과 코끼리 인형을 놓고 길 위에는 작은 돌멩이에 색칠한 토끼, 거북이, 천으로 만든 올빼미를 늘어뜨려 나무로 만든 작은 마구간을 향하게 했습니다. 마구간에는 요셉과 마리아 구유가 놓여져 있네요. 아이들의 동심이 느껴져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지나 갔습니다.

대강절 일곱째 날 다비드, 애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산타 복장을 하고 아이들에게 산타 모양의 쿠키를 나누어 줍니다. 그 옆에는 할아버지 손녀들이 기르는 염소도 함께 나와 루돌프 사슴 뿔 머리띠를 쓰고는 지나는 사람들에게 메에 매에 하며 인사합니다.

오늘은 성 니콜라스 데이입니다. 니콜라스는 4세기 그리스의 주교로 평생 동안 신발에 동전을 넣어 다니고 밤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루를 던져 놓고 가는 등 남몰래 선행을 많이 했습니다. 이것이 유래가 되어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머리맡에 선물을 두는 전통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산타클로스는 이 세인트 니콜라스에서 유래된 것으로 유럽에서는 성 니콜라스 데이 전날 신발을 문 밖에 내놓는데 한해 동안 선행을 많이 하면 사탕과 좋은 선물이, 나쁜 짓을 많이 하면 소금과 나뭇가지를 넣어 놓습니다. 사실 산타클로스를 기리기 위해선 우리도 남몰래 선행을 많이 해야 하는데 요즈음엔 상업적으로 변해 산타에게 선물만 받는 걸로 기억하게 되었네요. 그래도 아이들에겐 선물 받는 것이 최고죠. 우리 아이들 어렸을 적에 크리스마스 양말에 사탕 하나만 넣어줘도 산타가 주고 갔다며 좋아서 펄쩍 뛰던 생각이 나네요. 자라면서 본인이 직접 산타클로스가 되길 소원해 봅니다.

대강절 여덟째 날 언덕 위에 있는 집 창문에 옥수수 껍질로 만든 마리아와 요셉이 놓여져 있고 그 위로 양털로 만든 천사들이 하늘에서 올라 갔다 내려 갔다 합니다. 클라란스 마우가 만든 대강절 달력인데 철사에 천사를 매 달아 모터를 달아 천사가 움직이게 합니다. 한번은 클라란스 삼촌 케빈 마우가 종이로 언덕을 만들어 놓고 언덕 위에 눈썰매 타는 사람들의 그림을 벨트에 붙여놓고 벨트가 움직이게 해 정말로 사람들이 눈썰매를 타고 내려오고 다시 언덕위로 올라가 다시 타고 내려오게 만들어 감탄을 하며 본 적이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은 클라란스 사촌인 필 마우네는 대강절 달력으로 창문 안에 한 남자 아이가 계속 종을 위 아래로 치게 만들어 놓고 뒤로는 우주의 수 많은 별들이 계속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역시 마우네 집 답네요.



대강절 열째 날 할아버지, 할머니가 독일 사람인 스티브네는 럼탑을 만들어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얹어 사람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럼탑은 여러가지 과일에 럼을 넣어 6개월 이상 숙성시켜 먹는 독일의 전통 크리스마스 음식입니다. 스티브는 올 여름 제가 기른 복분자를 2갤론 이상 가져가더니 그 위에 설탕과 럼을 부었습니다. 다음으로 블루베리와 복숭아, 체리, 라즈베리등 공동체에서 때마다 나오는 과일들을 차례차례 넣고 그 위에 계속 럼을 부어 숙성시켰습니다. 저희 집도 몇 년 전부터 스티브에게 비법을 배워 제가 기른 여러가지 과일을 넣고 럼탑을 만들고 있는데 하얀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럼에 절인 과일을 얹어 먹으면 깊은 맛이 나는게 환상적입니다. 독일에서는 고급스런 베이킹을 할 때 럼에 절인 과일을 자주 사용하는데 럼 맛이 케이크의 풍미를 더해줍니다.

대강절 열두째 날 누가 공동체 마을 광장에 푯말을 박았습니다. “19번지 코비드 동굴에 방문하세요!”

19번지 코비드 동굴이라고 한 곳을 찾아가 보니 대나무로 아치를 만들어 굴처럼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들어가니 창문에 손수 일일이 조각한 요셉, 마리아, 아기 예수, 동방박사, 목동, 천사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패러디해서 이안 할아버지가 만든 대강절 달력입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직접 기른 대나무를 잘라와 멋진 굴을 만들었습니다. 재미 있는 것은 그날 이후 굴속에 전시되어 있는 것이 계속 바뀌었습니다. 하루는 재미 있는 동화 그린치가 그 속에 있기도 하고, 어떤 날은 동물의 왕국처럼 온갖 동물들이 마구간을 향해 가는 것을 만들어 놓기도 하고, 내일은 또 어떻게 바뀔지 기대가 됩니다.

대강절 열셋째 날 공동 식당 로비에 눈사람과 산타클로스가 춤을 추고 있습니다. 톰과 수잔나의 작품이네요. 자세히 보니 하얗고 검은 쓰레기 봉투를 연결해 눈사람을 만들고 빨간색 일회용 비닐 테이블보를 이용해 산타클로스를 만들고는 그 밑에 선풍기를 집어넣어 바람을 불게 하니 눈사람과 산타클로스가 캐롤송에 맞춰 열심히 춤을 추네요.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네요. 줄 수만 있다면 아이디어 상을 주고 싶네요.



대강절 열다섯째 날 우편 룸 옆 창문 안으로 자작나무 숲이 있고 그 옆에 난장이 한명이 서 있습니다. 그리고는 창문 앞에 안내문이 있네요. “누구든지 크리스마스에 대한 시를 써서 이 우편함에 넣는 사람은 작은 상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레이첼이 만든 대강절 달력이네요.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이 시를 써서 우편함에 넣습니다. 영어가 딸려서…… 하며 그냥 지나치고 말았지만 열심히 참여하는 형제들을 보니 마음이 흐뭇합니다.

우편 룸을 지나 언덕 위를 올라가는데 2살된 어린이집 아이들이 목동, 천사 복장을 하고 선생님하고 오후 산책을 가고 있습니다.

“얘들아, 어디 가니? 아기 예수님 만나러 가니?”

“네, 근데 샤샤는 어디 있어요?” 아이들은 우리가 키우는 강아지 샤샤가 늘 궁금한지 항상 물어 봅니다. ”

“샤샤도 아기 예수님 만나러 갔지.” 어린 아이들은 언제 봐도 늘 마음에 하나 가득 기쁨을 줍니다. ”

대강절 열 여섯째 날 공동체 병원 옆을 지나는데 한 자매가 병원 창문을 열심히 들여다 봅니다. 뭐가 있길래 저렇게 열심히 보지하며 가 보았더니 세상에, 어릴 때 꿈꾸었던 과자로 만든 집 ‘진저브레드 하우스’가 전시되어 있네요. 이곳 병원 간호사인 레이첼 가족이 만든 대강절 달력 이었네요. 어릴 때『헨젤과 그레텔』동화를 읽으며 과자로 만든 오두막집 그림을 보았을 때 침을 꼴딱 삼키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이건 오두막 한 채가 아니라 집과, 가게, 거리의 사람들, 가축, 가축들이 사는 헛간과 우리… 마을 전체가 달콤한 사탕과 과자로 만들어져 감탄을 자아 냅니다. 창문 옆에는 가족 이름을 적어 상자에 넣으면 크리스마스가 끝난 후 경품으로 나누어 주겠다고 하니 그날이 기대가 됩니다.



대강절 열여덟째 날 집으로 돌아오는 데 우리집 앞 벽에 크리스마스 풍경들이 춤을 추고 있고 벽을 둘러 싸고 있는 화살촉 나뭇가지에 코바늘로 직접 뜬 종들이 걸려져 있습니다. 클로디아 할머니께서 공동체 모든 아이들과 할머니들을 위해 만든 대강절 달력입니다. 할머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된 올 3월부터 종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하니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진하게 전해져 옵니다.

대강절 스무번째 날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습니다. 세 가정이 무엇을 할지 머리를 짜 냈습니다.

“도너츠를 만들어 나누어주고 그 옆에서 여러 악기로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주하면 좋겠어요.” 초등학교 5학년인 그렉이 제안합니다. 그렉 엄마는 그거 좋은 생각이라고 합니다. 근데 그 많은 도넛을 튀기려면 튀김기도 엄청 커야 겠고, 그러면 팬케이크 어떨까? 그것도 좋은데…. 근데 아무래도 350명 다 먹이려면 장난이 아니겠는데…. 그러자 앤디 부인 케이트가 말합니다.

“왜 저쪽 구석에 있는 나무 있잖아요. 거기에다 크리스마스 전등도 달고, 장식을 하면 어떨까요?”

“그거 좋은 생각이네. 당일 날 음식 만드느라 분주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커다란 별을 만들지요” 그랙 아빠 크리스가 말합니다. 크리스는 다음날 그랙과 함께 나무로 별 틀을 짜고, 그 위에 종이를 붙였습니다. 그리고는 별 한쪽에 구멍을 뚫어 손전등을 끼어 빛이 별 밖으로 나오게 하고 작은 하얀 별들도 만들었습니다. 앤디와 케이트는 나무에 귀여운 가축들을 색칠해 실을 끼어 나뭇가지에 달았습니다. 그러자 제 아내가 말합니다.

“저 나무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이 걸려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색색의 셀로판지로 쌓여 있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컬러티 스트릿 초콜릿이면 딱 좋겠는데……” 모두들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합니다.

“근데 초콜릿을 어디서 구하지…” 감사하게도 저희가 평소 가깝게 지내던 요셉이네가 공동체 아이들을 위해 초콜릿을 보내 주어서 우리 가족은 열심히 초콜릿에 실을 달아 나무에 달아 놓으니 준비 끝.

드디어 개봉 박두! 점심에 집집마다 삐삐 메시지가 울립니다.

“저녁 5시 힐사이드 하우스 옆에 있는 미니 록펠러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러 오세요.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초콜릿도 잊지 말고요!” 우린 너무 구석이라 아마 사람들이 별로 안 올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5시에 일이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데 우리 집 쪽으로 사람들이 몰려 가는 것이 보입니다. 벌써 어린 꼬마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우리가 만들어 놓은 크리스마스 트리로 가서 초콜릿을 내리고 있습니다.

“정말 뉴욕 시내에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네” 한 형제가 말합니다.”

“그것보다 낫지, 뉴욕 시내 크리스마스 트리에는 초콜릿이 없잖아.” 다른 형제가 말합니다. ”

“그건 그렇지.”하며 아이들과 신나서 초콜릿을 집어서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이들과 어른 할 것 없이 너무들 좋아하니 나도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졌습니다.

젊은 청년들이 만들어 하루하루 보는 대강절도 달력도 멋있지만 이렇게 모두가 참여해 만드는 것도 우리 마음을 성탄을 향하게 하고 매일매일 색다른 것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우리 마음에 늘 고민하는 것이 있습니다. 전에는 매주 토요일 저녁에 만찬을 열어 이웃들을 초대해 우리의 삶을 함께 나누었는데 이젠 더 이상 이웃들을 초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때면 많은 이웃들을 초대해 캐롤 이브닝으로 모여 크리스마스 노래를 맘껏 부르며 교제하곤 했는데 올해는 할 수 없게 되어 형제들 안에 어떻게 하면 이웃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 드라이브 스루 네이티비티”를 저녁에 이틀간 이웃들을 위해 열기로 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메이플릿지 공동체로 들어오면 길 옆 언덕에 두 천사가 횃불을 들고 지키고 있습니다. 맞은 편 들판엔 양 우리를 만들어 동물 농장에서 양들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양 우리 옆에는 목동 분장을 한 여러 가족들이 모닥불을 피워 놓고 음식도 구워먹고, 피리도 불며 춤도 추면서 자동차를 타고 오는 이웃들을 반깁니다. 모두들 “저들 밖에 한밤중에 양떼를 지키는 목자들..”역할을 신나게 하고 있습니다. 다비드, 애니 할머니는 영하의 온도에도 불구하고 목자 분장을 하고서는 모닥불 옆에 염소와 함께 앉아 지나가는 자동차를 향해 기쁘게 성탄 인사를 합니다. 다음날 할머니에게 춥고 힘들지 않았냐고 하니까 힘들기는커녕 너무 즐거웠다며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내일 또 나가신답니다. 나는 너무 추워 추위를 피해 따뜻한 실내로 왔다 갔다 했는데 참 부끄럽기 짝이 없네요.

목동들의 들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오면 광장 옆을 둘러싸고 있는 큰 전나무들에 크리스마스 전등이 하나 가득 켜 있고, 한 쪽에는 작은 무대가 있어 밴드가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밴드 무대를 지나면 마구간에 마리와 요셉, 아기예수, 천사, 동방박사들이 서 있는 네이티비티가 있습니다. 네이티비티를 지나면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 되어 있는데 이곳에 도착하면 비로서 차에서 내려 우리가 미리 보내준 천사 모빌에 소원이나 기도 제목들을 적어 나무에 걸게 됩니다. 이날 수 많은 소원과 기도 제목을 담은 천사들이 나무에 걸렸습니다. 천사를 나무에 건 후 다시 차에 올라 가다 보면 정성스럽게 만든 홈메이드 쿠키 봉지를 자매들이 나누어주고 있습니다. 다시 목자들의 들판을 지나면서 “메리 크리스마스”하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사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까 했는데 600대의 차들이 다녀 갔습니다. 어떤 차는 한 번 돌고 입구에서 다시 돌아와 돌고 갔습니다. 어떤 분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감사해 하셨습니다. 우리가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도 1시간 반이나 넘는 거리를 마다 않고 오셨습니다. 사실 저희로서는 식사 대접도 못하고 먼 거리를 달려와 잠깐 인사만 하고 다시 돌려보내는 것이 죄송했는데 너무나 좋은 시간이었다며 행복해 하시는 걸 보니 참 감사하고 송구스러웠습니다. 이곳에 있는 공동체 형제들도 저희 친구들을 보고는 참 놀라워했습니다. 이분들을 보며 웨일즈의 캐롤 “베들레헴이 얼마나 멀까?, 별이 비추는 마구간을 찾으러 갈까, …조그만 손 만지면 아기가 깰까? 이렇게 먼 길 달려온 것을 아기는 알까?...” 노래가 저절로 떠오릅니다. 우리의 차가운 마음들이 아기 예수를 만나기 위해 부드러워지고 동방 박사와 같이 화려한 선물은 없지만 작은 미소와 작은 눈물을 아기 예수 앞에 가져갈 수 있다면 코로나 바이러스로 얼어 붙은 세상이 녹아지고 좀 더 따뜻해 지겠지요.

제가 좋아하는 시인 중 필립 브리츠라는 시인이 있는데 이분은 브루더호프가 독일에서 처음 시작되었을 때 조인했다가 파라과이로 이주한 후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습니다. 이 분의 시를 읽노라면 강퍅하고 높아진 마음이 녹아져 부드럽고 낮아진 마음으로 예수를 찾게 합니다. 이분의 시로 만든 “We have not come like Eastern kings””우린 동방 박사와 같이 오지 않았네)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성탄 노래 중에 하나입니다. 이 분의 노래를 부르면서 제 마음도 횃불 꺼져가는 곳에서 열린 마음으로 서둘러 아기 예수에게 달려 가고 싶습니다.

우린 동방 박사와 같이 오 지 않았네

동방박사의 예물은 우린 가지고 있지 않네

빈손으로 달려 온 것은 아기가 우는 소릴 들었네

기사의 불 검과 깃발 우린 가지고 있지 않네

서둘러 달려 온 것은 아이가 우리를 부르네

횃불 꺼져가는 곳에서 열린 맘으로 달려오네

아기 우는 소리 들으니 구유와 십자가 보이네

메리 크리스마스!

글 미국 부르더호프 메이플리치 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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