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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S] 자취 감춘 '록 스피릿', 부활할 수 있을까

JTBC '싱어게인'에서 록 스피릿을 보여준 가수 정홍일. JTBC 캡처

편집자주

[홍혜민의 B:TS]는 ‘Behind The Song’의 약자로, 국내외 가요계의 깊숙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해 드립니다.


"저는 정통 헤비메탈 가수입니다." (JTBC '싱어게인' 정홍일)

국내 가요계에 자취를 감춘 '록 스피릿'이 2021년 부활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조용한 태동을 시작했다. '싱어게인'에서 록의 진수를 보여준 정홍일이 싹틔운 작은 불씨는 최근 '황무지'나 다름 없던 국내 록 장르 시장의 부활이라는 거센 불길로 이어질 수 있을까.

지난 8일 막을 내린 JTBC '싱어게인'에서 최종 2위에 오른 정홍일의 도전은 록 장르에 대한 대중의 편견을 깨는 계기였다. 첫 무대 당시 자신을 '정통 헤비메탈 가수'라 소개했던 그는 매 라운드 폭발적인 고음과 탄탄한 보컬, 묵직한 감성으로 역대급 무대들을 탄생시켰다. 뜨거운 '록 스피릿'의 부활은 이선희 김종진부터 선미 송민호까지 세대를 불문한 심사위원 전원의 찬사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사실 헤비메탈, 나아가 '정통 록'이라 불리는 장르는 현재 국내 가요계에선 주류보다 아류에 가깝다. 가요계 트렌드의 변화 속 상대적으로 대중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음악 스타일은 정통 '록 스피릿'의 빠른 쇠퇴를 이끌었다. 그 결과 지금 정통 록 장르는 극소수의 마니아층만이 좋아하는 장르 정도로 치부돼 왔다.

일반적으로 일렉트릭 기타와 베이스, 드럼 보컬로 연주되는 밴드 음악을 뜻하는 록 장르는 음악적 특징에 따라 헤비메탈, 펑크, 하드, 얼터너티브, 모던 록 등 다양한 하위 장르로 세분화된다.

그 중 정홍일이 선보인 헤비메탈은 1960년대 후반 영국과 미국에서 시작된 록 음악의 하위 장르로, 많은 이들이 '정통 록'을 연상했을 때 가장 쉽게 떠올리는 장르 중 하나다. 1980년대 '1세대 밴드'로 불리는 부활 시나위 백두산 H20 등이 헤비메탈을 기반으로 국내 록밴드 전성기의 문을 열었던 탓이다.

1세대 밴드에 이어 본격적으로 국내 헤비메탈 록 밴드의 부흥기를 이끈 건 블랙신드롬이었다. 이와 함께 밴드 스트레인저 역시 파격적인 음악 스타일로 록 밴드의 대중화를 선도했다. 현재와 달리 헤비메탈 밴드들이 황금 시간대에 방영되는 지상파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파격적인 무대를 펼쳤던 것만 미루어 봐도 당시 헤비메탈, 나아가 록 밴드에 대한 대중적 인기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90년대에는 김종서 김경호 임재범 박완규 K2(김성면) 넥스트 등 다수의 록 가수들이 강렬한 '정통 록 스피릿'으로 사랑받았으며, 2000년대에도 박완규 서문탁 윤도현 밴드(YB)등 굵직한 록 스타들의 탄생을 이끌었다. 이 외에도 펑크 록 밴드인 크라잉넛 노브레인 레이지본, 록발라드를 통해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버즈 야다 얀 등도 국내 가요계에서 활약하며 록의 부흥기를 견인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가요계 트렌드 속 록 장르의 인기는 점차 사그라들었고, 2010년대에 접어든 후로는 씨엔블루나 FT아일랜드 등 모던 록을 표방하는 아이돌 밴드들이 주로 가요계 '록 스피릿'의 명맥을 이어왔다. 과거 시대를 풍미했던 솔로 록 가수를 비롯해 소위 '정통 록'으로 여겨지는 스타일의 록 음악을 선보였던 밴드들이 메이저 신에서 점차 자취를 감춘 것이다.

록 장르의 '비주류화'는 결국 '록 스피릿'을 이어갈 아티스트의 부재로 이어졌고, 이는 결국 록 장르 자체의 도태를 야기했다. '싱어게인' 출연 당시 정홍일 역시 "대한민국에서 정통 록을 하기에 여건이 좋지 않고, 계속 음악을 하고 있으나 막연한 희망이었다. '(록 가수를) 꿈으로만 가지고 가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라고 록 장르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정홍일의 선전은 미약하게나마 '록 스피릿'의 부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계기였다. 대중적인 해석으로 곡에 녹아든 강렬한 록 보컬이 세대를 초월한 감동과 공감을 전하면서 다시 한번 '록 스피릿'의 경쟁력을 증명한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록의 부활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전했다. 정 평론가는 "최근에는 옛것은 없어지고 새로운 것들이 주목받는 순차적인 유행의 흐름이 무시되고 있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록 창법을 구사하는 아티스트가 나와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지 않나 싶다. 록 자체가 가진 중독적인 부분이 있는 만큼, 그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만 마련된다면 폭발적인 반응도 기대해 볼 만 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정 평론가는 이를 위해 록의 매력을 제대로 소개할 '판'이 마련돼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정홍일 씨를 계기로 해서 록에 대한 관심이 이어진다면, 향후에는 록을 제대로 소개할 수 있는 틀이 필요할 것"이라며 "장르의 매력을 제대로 전할 수 있는 잘 연출된 판(프로그램)만 마련된다면 록 장르는 충분히 다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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