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터미널·공항 북적…'나홀로 귀성' 많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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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10. 오후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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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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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정체도 시작…"고속터미널 귀성객, 예년 설 절반 예상"

10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
[촬영 조다운 수습기자]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기차역과 터미널, 공항이 귀성객들로 점점 북적이고 있다.

방역 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한 가운데, 사정상 불가피하게 고향에 내려가는 귀성객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자리를 띄어 앉는 등 방역에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서울역 대합실 벤치는 거리두기를 위해 비워둔 자리를 빼고 대부분 들어찼다. 가족 단위로 3∼4명씩 모여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일행 없이 혼자이거나 2명씩 있는 경우가 많았다.

11살 동생과 함께 강원도 강릉에 있는 친할머니를 보러 간다는 김모(16) 양은 "부모님이 '엄마·아빠가 같이 가면 4명이 넘어서 안 된다'고 하셨다"며 "우리끼리만 다녀오라며 표를 예약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용객이 예년만 못해 '설날 특수'가 사라진 서울역 내 상인들은 실망한 기색이었다.

역사에서 전병과 유과를 파는 김모(68) 씨는 "예년 설이나 추석을 앞두고는 하루에 200만원어치는 팔았는데 어제 매출은 70만원이었다"며 "기차 안에서 음식을 못 먹게 하니 사 가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오후 2시 21분 출발하는 부산행 KTX 열차는 차량당 1∼2자리를 제외하면 창가 쪽 좌석이 꽉 찼다. 승객 대부분은 창가 좌석에만 앉으며 거리두기에 협조했다.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도 한산했던 오전에 비해 귀성객이 부쩍 불어나 있었다. 대합실 벤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앉지 못하도록 비워둔 자리 외에는 대부분 채워졌고, 복도와 승강장에도 줄을 서 있는 이용객이 많았다.

이들은 저마다 여행용 가방과 보자기로 감싼 명절 선물 꾸러미 등을 들고 분주히 발걸음을 옮겼다. 버스 시간에 맞춰 무거워 보이는 쇼핑백과 선물 가방을 들고 힘겹게 걷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직계 가족이라고 해도 주소지가 다르면 5인 이상 모이지 못하게 한 방역 당국 지침으로 '나홀로 귀성'을 택하는 승객이 많았다.

서울의 한 기업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는 정모(27) 씨는 "부모님이 이번 설에는 얼굴 보러 내려오라고 하셔 부산에 간다"고 했다.

직장인 박모(43) 씨는 "올해는 KTX에 좌석 제한이 생기는 바람에 예매에 실패해 버스를 타기로 했다"며 "귀성객이 많은지 광화문에서 다리 건너 강남 오는 데도 차가 생각보다 많이 막혀 하마터면 버스를 놓칠 뻔했다"고 말했다.

대구나 부산 등 대도시로 향하는 버스는 모든 자리가 채워졌다. 안동 등 소도시로 향하는 버스는 30% 정도만 자리가 차 그나마 거리두기가 지켜졌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설에 비하면 올해 터미널 이용객은 확연히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고속터미널 관계자는 "10∼12일 사흘간 고속터미널을 이용하는 귀성객은 12만7천여 명으로, 작년 설 25만9천 명의 절반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오후 3시께 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
[촬영 김동환 수습기자]


이날 오후 2시께 김포공항도 제법 붐볐다.

한 항공사 직원은 "코로나 시국의 평소와 비교하면 오늘은 정말 사람이 많은 편이다. 제주·부산행 승객이 가장 많은 것 같다"며 "다행히 긴 줄을 기다리면서 마스크를 벗는 승객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여행용 가방을 여러 개 끌고 분주하게 이동했다. 한 탑승수속 대기 줄에는 50여 명의 승객이 모여있었다. 바닥에 붙은 대기 선에 맞춰 서 있었지만, 가족 단위로 대기하는 경우가 많아 1m 거리두기가 지켜지진 않았다.

두 손에 명절 선물용 햄 세트나 홍삼 세트를 든 모습은 여느 명절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커다란 여행용 가방 위에 애완동물용 이동장을 올려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 이동 중인 승객도 많았다.

서정옥(60) 씨는 "코로나 때문에 작년 설·추석은 건너뛰었는데, 울산에 사는 큰딸이 이번에 이사를 해서 새집에서 명절도 함께 보낼 겸 보러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을 볼 때 보더라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큰딸 부부와 나 작은딸까지 네 명이 모이니 방역지침도 잘 지키는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공항에서 짐 카트를 정리하던 한 직원은 "김포공항에서 4년간 근무했는데 코로나 이전 명절과 전혀 다를 것 없이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후 들어 고속도로 정체도 시작됐다. 오후 4시에 승용차로 서울요금소를 출발할 경우 전국 주요 도시까지 소요 시간은 부산 5시간 20분, 광주 4시간 20분, 울산 4시간 50분, 강릉 2시간 40분 등으로 예상된다.

귀성 방향 정체는 오후 6∼7시에 절정에 달한 후 다음 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귀경 방향도 오후 6∼7시에 가장 차가 막히겠다.

도로공사는 "연휴 전날 퇴근 차량과 귀성 차량이 혼재돼 평소 주말보다 혼잡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0일 오후 붐비는 김포공항
[촬영 박규리 수습기자]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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