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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우리"…김재호, 후배들에게서 '백업 시절' 봤다

기사입력 2021.02.10. 오후 06:26 최종수정 2021.02.10. 오후 06:26 기사원문
▲ 두산 베어스 김재호 ⓒ 두산 베어스[스포티비뉴스=이천, 김민경 기자] "10년 전 우리를 보는 느낌이다. 지금이 (후배들에게는) 엄청난 기회 아닐까."

두산 베어스 유격수 김재호(36)가 10일 이천베어스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후배 내야수들과 경쟁을 이야기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1루수 오재일(삼성)과 2루수 최주환(SK)이 동시에 이적하면서 두산 백업 내야수들에게는 어느 해보다 기회의 문이 활짝 열렸다.

1차 캠프에서는 황경태, 김민혁, 신성현, 박지훈 등 기존 내야수들과 보상선수로 새로 합류한 강승호, 박계범, 올해 1차지명 신인 안재석까지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다. 대놓고 경쟁심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화기애애한 훈련 분위기 속에서도 각자 한 단계 더 성장하려는 의지가 눈빛에서 보인다는 게 코치진의 설명이다.

김재호는 주전으로 도약하기 전 자신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10년 전 우리를 보는 느낌이다. 그때는 나와 오재원, 이원석이 있었고, 조금 뒤에 허경민, 최주환이 있었다. 지금 선수들이 우리의 10년 전을 보는 느낌이다. 그 속에서 누가 살아남는지는 본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누가 독사같이 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감독님께서 누구에게 기회를 주실지 모르겠지만, 누가 기회를 잘 살리느냐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주전 선수들이 나이가 차서 후배들이 전보다는 더 나가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다. 조금 더 이 친구들이 기회를 감지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악바리처럼 해야 하는 시간인 것 같다. 지금이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하고, 10년 전 우리가 그랬듯이 그런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긴장을 늦추는 순간 자리를 뺏기는 시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후배들이 위협하는 이 상황을 김재호는 반겼다. 김재호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재자격을 얻어 3년 25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계속해서 후배들이 도전해올 때 밀리지 않고 경쟁을 할 수 있는 3년을 보내는 게 가장 큰 목표다.

김재호는 "경쟁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경쟁에서 밀렸었고, 밀려서 백업 자리에 오래 있어 지금에서야 주전이지만, 그래도 저 친구들과 어느 정도 경쟁 구도가 그려질 수 있게 몸이 돼야 한다. FA를 했다고 해서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FA 시즌 때보다 올해가 조금 더 많이 몸을 생각하고 운동 쪽으로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나이가 있어서 순발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그 친구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더 많이 준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두산 베어스 내야수들에게는 올해 어느 해보다 큰 기회의 문이 열렸다. ⓒ 두산 베어스▲ 안재석(왼쪽)과 훈련하는 김재호 ⓒ 두산 베어스후배들과 경쟁하는 구도가 그려지는 게 좋지만, 신인 안재석이 부담을 느끼는 상황은 생기지 않길 바랐다. 김재호는 "안재석 선수 덕분에 나도 언급이 자주 되는 상황은 기분 좋다. 어렸을 때 나는 건방지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때 롤모델이 누구냐고 하면 나는 '없다, 내가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한 기억이 난다. 그 후 자존감이 떨어진 시기가 있었다. 지금 와서 후배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니까 고맙다"고 먼저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안재석이 수비를 잘한다. 고등학생치고는 잘하는 것 같다. 발전 가능성이 큰 것 같다. 하지만 안재석이 너무 조명을 받으면 다른 선수들이 서운할 수 있어서 말을 아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반대로 안재석도 그 친구들과 경쟁하면서 너무 무리한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닐까. 너무 주목을 받았는데 상처를 받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말을 아끼게 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재호는 2004년 1차지명 내야수로 주목을 받았지만, 2014년 시즌에야 처음 주전으로 풀타임 시즌을 치렀다. 그래서 안재석이 자신을 뒤따르고 싶다고 했을 때 "나를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진심 어린 말을 남기기도 했다.

김재호는 "나도 그런 경험이 있으니까. 1차지명 선수로 주목을 받고 감당하는 것도 당연한데,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어마어마한 내상이 생긴다. 그래서 가능한 후배들이 상처를 안 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후배들과 건강하게 경쟁하며 후회 없는 3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김재호는 "어떻게 보면 길고, 어떻게 보면 짧은 것 같다.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정말 마지막 3년이란 생각이 들어서 후배들하고 더 돈독해지고 싶고, 좋은 추억도 만들어주고 싶고, 친구들 성장에 도움도 주고 싶고, 여러 마음이 든다. 3년째가 되면 많이 슬플 것 같긴 하다. 감정적으로 많이 힘든 시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앞으로는 그냥 안 다치고, 10개 구단 유격수들과 대등하게 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스포티비뉴스=이천,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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