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법원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법원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등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 내려 뿌리부터 흔들리는 참담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헌법 1조 2항에 기초한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라는 말이 집단적인 감정표출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국민 정서'나 '국민의 의사'를 내세워 어떤 편향된 주장을 실정법에 우선시하려는 위험한 여론몰이가 온 사회를 뒤흔들고 법원을 위협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 고법원장은 "무너진 사법의 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분명한 길은 법의 지배를 실현한다는 변화하지 않고 타협할 수 없는 '불변의 이념'을 기반해 '변화하는 현실'에 대응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사법의 본질적인 영역인 공정하고 충실한 재판절차를 통해서만 갈 수 있는 외길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변화하는 현실'이 아무리 어려운 여건으로 나타난다고 하여도 반드시 뚫고 나아가야 한다"며 "'불변의 이념'을 가진 사람은 '변화하는 현실'에만 끌려 다니는 사람에 비교해 언제나 소수인 것 같지만, 역사는 결국 이 소수가 역사를 전진시켜서 사회를 새로운 발전단계로 들어가게 했다고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가 경제를 넘어 법치를 집어삼키는 사법의 정치화가 논란이 되는 이 시점에서 국민의 신뢰는 구체적 재판 내용과 절차의 적정, 중립적이고 공정한 법관의 태도에 의해 뒷받침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부산 출신인 이 고법원장은 부산중앙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남부지법원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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