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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 정주행②-경이로운 소문] 50대 유준상이 30대 가모탁 되기까지

‘경이로운 소문’에서 가모탁 역 맡은 배우 유준상 인터뷰 배우 유준상. 나무엑터스 제공

깡패 같지만, 형사다. 거칠지만, 누구보다 정의롭다. 12방의 칼을 맞고 두개골이 깨져서 병원에 실려 온 후 카운터 최강의 괴력 소유자가 됐다. 카운터즈의 든든한 맏형이면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쥔 가모탁이 달릴 때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극 중 나이 39세. 연기했을 당시 실제 나이 52세. ‘경이로운 소문’(OCN) 캐스팅 전, 유선동 감독이 물었다. “30대 괴력의 사나이를 연기할 수 있겠어요?”. 유준상이 답했다. “무조건 하겠습니다!”. 데뷔 27년 차지만 아직 연기에 목마른 유준상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배우 유준상. 나무엑터스 제공

한국형 히어로물의 가치를 증명한 ‘경이로운 소문’은 OCN의 역대급 기록을 갈아치운 역사적인 작품이다. 악귀 사냥꾼인 카운터들이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해 악귀들을 물리치는 이야기를 담는다. 여기 히어로들은 저마다 한가지씩 빈틈을 지닌다. 혼자가 아닌 합심할 때 시너지가 폭발한다. 유준상이 연기한 가모탁은 단박에 악귀를 처단할 만큼 괴력을 지녔으나 단순하고 직설적이다. 그의 결점을 다른 카운터즈의 연대로 보강하며 전진한다. 유준상은 1995년 SBS 5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이유 드라마, 영화, 뮤지컬 무대를 넘나들며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자리 잡았다.

다음은 유준상 인터뷰 일문일답
Q. 가모탁 역을 제안받고 부담은 없었나.
“처음에 감독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39세 배역인데 할 수 있죠?”였어요. 그래서 무조건 할 수 있다고 했죠.(웃음) 그리고 나서 “배에 왕(王)자도 만들 수 있죠?”라고 물으시더라고요. 그 한 마디에 바로 몸 만들기에 집중했습니다.”

Q. 웹툰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 캐릭터 분석에 공을 들였을 것 같다.
“웹툰에서 이미 그려진 캐릭터 특성이 있었기에 그걸 살리면서 또 드라마만의 개성을 찾으려 노력했어요. 대사 한마디 한마디의 뉘앙스를 찾으려 대본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상의해 나갔죠. 가모탁 뿐 아니라 웹툰 속 특징들을 정리해서 드라마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리포트 형식으로 만들기도 했어요. 다 같이 공유하며 수많은 아이디어를 주고받았죠.”

'경이로운 소문' 속 한 장면. OCN 제공

Q.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역시 39세 설정이라는 게 가장 끌렸고요.(웃음) 대본을 읽었을 때 시청자에게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를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대본부터 재미있었죠. 그래서 망설임 없이 선택했던 거 같아요.”

Q. 웹툰 속 가모탁과 유준상의 가모탁은 무엇이 같고 또 다른가.
“이번 작품은 웹툰이라는 원작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캐릭터 설정 단계부터 고민이 많았어요. 일단 기존 웹툰에서 그려진 가모탁과 저는 이미지 자체가 달랐어요. 때문에 원작의 결을 유지하면서도 제 나름대로 이미지를 찾으려고 했죠. 몸을 만들 때도 그냥 근육을 키운다기 보다 기존에 제가 해오던 필라테스, 복싱, 테니스 등 다양한 운동 경험을 살려서 유연성 있는 저만의 가모탁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또 곱슬머리에 대해서도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했죠. 원래 웹툰에서 가모탁은 노랑머리예요. 처음에는 가발도 만들어서 직접 써보기까지 했어요. 하지만 여러 시도 끝에 현재의 모습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죠.”

Q. 50대에 30대의 액션 장면을 소화했다. 힘든 점은 없었나.
“현장에서 아파도 아프다고 못 했어요.(웃음) 더 잘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겨서 고난도 훈련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액션 연기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많이 다치고 상처를 입게 되는데 이번에는 신기하게 회복력이 빨라서 금방 괜찮아지더라고요. 아파도 안 아픈 척해서 그런가? 정말 액션 장면에 있어서는 특별히 힘든 부분은 없었습니다.”

Q. 2화 체육관 장면에서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큰 화제였다.
“소문이를 괴롭히는 가해자들에게 ‘아픔은 공유하는 거야’라고 소리지르던 장면이었어요. 연습할 때는 대사를 조그맣게 치다가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크게 소리지르고 싶었어요. 아픔은 모든 사람을 아프게 하는 거니까 ‘그러지 말자’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경이로운 소문' 속 한 장면. OCN 제공

Q. 가모탁은 많은 ‘츤데레’ 명대사를 남겼다.
“가모탁의 대사들이 좋은 게 많았어요. 그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해준 장면은 14부에서 조태신과의 결투 장면이었던 거 같아요. ‘살살 맥여야 해’ ‘죽지 않을 만큼 죽이는 게 내 신조다’ ‘이 같잖은 아픔 좀 더 길게 가자’ 같은 말들요. 원래 대본에는 없었는데, 원작 웹툰에 있던 거라 개인적으로 꼭 써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상의해 만든 장면이었죠.”

Q. ‘경이로운 소문’은 유준상의 연기 인생에 어떤 역할을 할까.
“마침 영화 ‘스프링송’을 찍으면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앞으로 나도 더 좋은 방향으로 변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들어온 작품이에요. 그래서 ‘경이로운 소문’이 저에게 더 특별하게 와 닿았고, 이걸 통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Q. 한국형 히어로물의 새 역사를 썼다. 흥행 이유는 뭘까.
“생활 밀착형 히어로물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가장 큰 차별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통 히어로라고 하면 일상과는 거리가 먼 존재로 느껴졌는데 ‘경이로운 소문’ 속 카운터들은 모두 현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가까운 이웃, 형, 동생, 누나와 같은 존재들이잖아요. 오히려 이렇게 친밀한 존재들이 히어로 역할을 했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희열감이 더 컸던 거 같아요. 그리고 친근하면서도 강렬한 빨간색 트레이닝복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습니다.(웃음)”

Q. 신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조병규, 김세정 배우와 연기할 때 신인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 해봤어요. 워낙에 잘해 줬거든요. 그래서 함께 있으면서 선후배라는 생각 없이 같은 친구, 동료라는 느낌으로 더 좋은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연습하고 만들어갔죠. 너무나 잘해줬어요.”

Q. 가모탁 캐릭터를 만들면서 참고한 다른 캐릭터가 있나.
“따로 참고한 캐릭터는 없어요. 대신 기존 웹툰 이미지와 다르다 보니 ‘어떻게 하면 내가 할 수 있는 나만의 가모탁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죠. 그래서 웹툰 가모탁의 노란색 머리를 똑같이 따라 하지 않은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모습에 최선을 다해보자’라는 이유였죠.”

Q. ‘경이로운 소문’이 사회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죠. 개인적으로는 삶과 죽음에 대한 새로운 메시지들이 인상 깊었어요. 저 역시도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내 주위에 먼저 떠난 사람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고, ‘아 그 사람들은 이렇게 갔을 수 있겠구나’ ‘악귀, 악한 사람은 정말 이렇게 탄생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사람들의 최후는 이렇게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특히 정영의 영혼이 빠져나가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내가 먼저 보낸 사람이 떠날 때 이렇게 갔을 수 있고, 나를 하늘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많이 위로받았습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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