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영업시간 파괴에 나섰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인 전통적 영업시간 대신 24시간 365일 금융 서비스가 가능한 점포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주말에도 문을 여는 탄력점포도 확대하고 있다. 모바일뱅킹을 무기 삼아 빠르게 성장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맞서 차별화된 대면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다양한 시간대에 문을 여는 탄력점포를 확대하고 있다. 15개 지점에서 시범 운영해온 유연근무제를 다음달부터 38개 점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1일 취임한 허인 국민은행장이 영업시간 파괴를 선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국민은행은 14개 지점의 근무시간을 ‘오전 9시~오후 4시’, ‘낮 12시~오후 7시’로 나눠 2교대로 운영할 계획이다. 또 24개 지점은 ‘애프터뱅크’로 지정해 ‘오전 10시~오후 5시’, ‘오전 11시~오후 6시’, ‘낮 12시~오후 7시’로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은행들, 저녁에도 주말에도 "영업 중"
신한은행은 젊은 고객을 겨냥해 아날로그와 디지털 채널을 융합한 ‘스마트브랜치’ 14개 점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브랜치는 디지털키오스크에서 단순 은행 업무 처리가 가능하고 스마트전문상담창구(화상상담)를 통해 대출, 자산관리 업무까지 볼 수 있는 점포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30분까지 연중무휴로 이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시대에도 오프라인 채널은 스마트브랜치 등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 수요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며 “연내 6곳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도 지난 6일부터 서울 및 광주광역시에 5개 지점을 ‘애프터뱅크’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아파트, 사무실 밀집지역과 유통업체 연계지역에서 금융 수요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이들 지점의 영업시간을 기존보다 한 시간씩 늦춘 오전 10시~오후 5시로 정했다. 앞서 농협은행은 가락시장중앙출장소를 ‘어얼리뱅크’로 선보였다. 이른 아침 시간대 활동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영업시간을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로 정했다.

SC제일은행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매장 안에 영업점을 배치하는 ‘뱅크숍’ 형태의 점포 14곳을 운영 중이다. 이마트 뱅크숍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신세계백화점 뱅크숍 영업시간은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로 유통매장 운영시간에 맞췄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기존 지점보다 작은 공간에서 상품 판매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일반 영업점에 비해 네 배가량 생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