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00년·1,000년 뒤 후손 필요한 연구···'기업가정신' 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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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16. 오후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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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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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바움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총장, KAIST 50주년 기념 심포지엄
메소 스위스 취리히공대 총장·신성철 KAIST 총장 '기술사업화' 강조
토마스 로젠바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총장이 16일 KAIST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신성철 총장과 함께 대학의 역할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서울경제]

“지금 대학에서 100년, 1,000년 후 우리 후손들이 중요하게 생각할 연구를 해야 합니다.”

토마스 로젠바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총장은 16일 KAIST 5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서 온라인을 통해 ‘미래 50년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이같이 밝혔다. 하버드대 물리학 학사, 프린스턴대 물리학 박사인 그는 벨연구소·IB왓슨리서치센터를 거쳐 시카고대 연구부총장을 지낸 뒤 지난 2014년 칼텍으로 옮겼다.

그는 국제 공동 연구팀이 태양 질량의 140배가 넘는 거대한 블랙홀 등이 충돌해 합쳐질 때 일부 질량이 중력파로 변하는 과정을 포착한 것을 대학의 빛나는 역할로 언급했다. 중력파는 질량이 매우 큰 물체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시공간이 일그러지는 파동을 일컫는 것으로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1916년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예측했다. 2017년 ‘라이고(LIGO)·비르고(VIRGO)협력단’ 소속 라이너 바이스 MIT 명예교수, 배리 배리시 칼텍 교수, 킵 손 캘텍 명예교수가 중력파를 탐지한 공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라이고 연구진이 처음 중력파를 탐지한 것은 2015년 9월 14일로 당시 포착된 중력파는 태양 질량의 36배와 29배인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이 지구에서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충돌해 합쳐지며 나온 것이었다.

토마스 로젠바움 미국 칼텍 총장


로젠바움 총장은 “수십 년간 대학들이 많은 연구와 논의를 이어오며 결국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제를 극복했다”며 “대학이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한 인간 정서 분석, 상업적 잠재력을 보이지만 아직 데이터가 부족한 인공지능(AI)·진화론·양자컴퓨팅 분야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은 다양한 전망이나 가설을 세우고 의구심을 제기하며 성장을 추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그는 “우리는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과학인지, 그 과학을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끊임없이 묻고 고민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나아지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방향을 바꾸는 데 두려움이 없어야 하고 그것에 드는 기회비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장기적 관점에서 기존 방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KAIST가 용기와 야망, 흔들리지 않는 학문적 가치에 대한 의지를 갖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엘 메소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총장


이날 조엘 메소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HT) 총장은 “대학은 창의적이고 비판적 사고를 가진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인재를 길러야 한다”며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하며 융합이 이뤄지고 있어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학은 기후변화와 감염병 같은 초국가적 도전과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처럼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된 조직이 변화를 따라가기 쉬운 것은 아니지만 환경에 적응하는 민첩성을 길러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메소 총장은 “대학은 기초과학이나 수학 등 탄탄한 근간을 제공해야 한다”며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연구를 예로 들기도 했다. 1944년 이지도어 아이작 라비가 핵자기 공명현상을 발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뒤 ETH 교수들이 MRI 기본 원리 연구로 1952년 노벨 물리학상, 고해상도 분광법 개발로 199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 그는 “80년 전 연구가 시작된 MRI는 지속성이 있어 오늘날 의학에 필요한 기술이 됐다”고 설명했다.

신성철 KAIST 총장


신성철 KAIST 총장은 “KAIST 등이 기술 사업화 혁신으로 ‘기업가 정신 대학’을 구현해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있다”며 “기술 패권주의 시대에 과학기술 기반의 글로벌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달 말로 4년 임기를 마치는 그는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추격 전략’으로 발전했는데 이제는 선진국 진입을 위해 ‘선도 전략’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 승자 독식 시대에는 최고·최초·유일한 연구개발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대학이 교육·연구와 연구개발(R&D) 성과를 경제적 가치로 연결하는 기술 사업화를 중요한 사명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신 총장은 “KAIST는 ‘10-10-10 Dream’ 전략, 즉 세계적 연구 업적을 달성하는 10명의 특이점 교수 배출, 10조 원 기업 가치를 창출하는 10개의 데카콘 육성, 케냐를 비롯한 세계 10개국에 KAIST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한편 이날 열린 KAIST 50주년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 등이 축사를 보냈고 로젠바움 칼텍 총장과 메소 총장이 대학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롭 랩슨 주한 미국 대사 대리, 시몬 스미스 주한 영국 대사 등은 과학기술 협력에 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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