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공시 논란' 에이치엘비, 임상3상 발표 후 3개월간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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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17. 오전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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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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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16일 오후 에이치엘비 임상3상 발표 이후 허위공시 관련 입장을 발표 중인 진양곤 회장/사진=에이치엘비 유튜브

위암 항암제 '리보세라닙'을 개발 중인 에이치엘비가 허위공시 논란에 휩싸였다. 금융당국은 2019년 공개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회사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허위공시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유튜브를 통해 글로벌 임상 3상 과정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과의 신약허가(NDA) 사전미팅까지 지난 상황들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허위공시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로 충분히 소명하고 입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치엘비는 2019년 6월 27일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탑라인 결과를 발표하면서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탑라인은 임상시험에서 목표로 한 핵심지표로 OS와 2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 등의 데이터를 말한다.

당시 진양곤 회장은 "1차 유효성 지표인 OS가 목표치에 부합하지 않아 미국 FDA 신약허가 신청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진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을 '임상 실패'로 인식했고 주가는 70% 넘게 급락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인 9월말, 에이치엘비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유럽종약학회(ESMO)에서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전체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임상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가 문제 삼는 것은 이 부분이다. 3개월여 만에 부정적이던 임상 결과가 성공으로 뒤바뀐 것이 석연찮다는 것이다.



6월 탑라인 발표 당시 "OS 목표치 충족 못해"


시계를 2019년 6월로 돌려보면, 에이치엘비는 리보세라닙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었다. 임상 과정에서 물러나 있던 진 회장이 에이치엘비의 단독 대표이사로 복귀했고, 글로벌 신약의 시판 허가까지 책임지고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리보세라닙을 개발 중인 자회사 LSK바이오파마(이하 LSKB, 현 엘레바)와 삼각합병도 결정했다. 당시 시장에선 LSKB가 코스닥 또는 나스닥 상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에이치엘비는 LSKB 주주들을 설득해 100% 자회사로 만드는 작업을 추진했다.

탑라인 발표에 대해 진 회장은 "당시 일부 데이터를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비난이 많았지만, 어떤 결과든 바로 발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 한 것이었다. 사실을 확인한 뒤 바로 알리는 것이 회사의 경영방침이었다"고 말했다.


8월 전체 데이터 분석 결과 NDA 가능성 확인


진 회장의 탑라인 발표 이후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진 회장이 거듭 일부 데이터가 나온 것에 불과한 만큼 최종 데이터가 확정되면 NDA 신청 여부 등 방향성을 정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시장에서는 임상 실패로 인식했다.

에이치엘비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개발 중인 다른 신약들과 달리 리보세라닙은 이미 중국 내에서 항암제로서 약효를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보세라닙은 2014년 아시아 1위 제약사인 중국 항서제약이 위암 치료제로 시판 허가를 받아 5년째 판매 중이었고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약효를 입증하는 500편 이상의 임상 결과 논문도 있었다.

에이치엘비는 2019년 8월 5일 임상 3상 전체 데이터를 최종 확정하고 전문가 및 컨설팅업체와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NDA 신청을 위한 사전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진 회장은 "전체 데이터 분석 결과 OS가 목표치를 충족하지 못했지만 PFS와 객관적반응률(ORR)이 뛰어났다"며 "특히 4차 치료제를 목표로 한 환자군은 OS, PFS, ORR이 모두 신약허가 조건을 충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구용 제제인 리보세라닙은 기존 약과 비교해 환자 복용 편의성이 뛰어나 OS를 충족 못해도 충분히 허가 가능성이 있다는 외부 전문가들과 컨설팅 업체의 의견도 받았다"며 "당시 미국 FDA에서는 OS보다는 PFS 등의 지표가 점점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는 점도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9월 유럽종약학회서 임상3상 공개, OS 외 다른 지표 모두 우수


에이치엘비는 2019년 9월 29일 ESMO에서 임상 3상 전체 데이터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10월 중 미국 FDA와 NDA 사전미팅을 진행한다는 일정도 밝혔다.

당시 공개된 임상 3상 데이터에 따르면 리보세라닙의 OS는 5.79개월로 론서프(5.7개월), 옵디보(5.26개월) 등 비교 약물보다 높았다. 하지만 위약 대조군의 OS도 5.13개월로 나타나 통계적 유의성을 얻지 못했다.

약물 투여 중 암 상태가 악화되지 않는 기간을 의미하는 PFS는 2.83개월로 비교 약물은 물론 위약 대조군보다도 뛰어났다. 객관적반응률(ORR)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결과를 보였으며,질병통제율(DCR)은 비교 약물과 유사한 결과를 나타냈다.

진 회장은 "임상 3상을 실시한 일부 국가에서 위약 대조군의 OS가 높게 나왔다. 이는 대조군의 환자들이 위약 외에 다른 약물을 처방받으면서 생존기간이 길어진 것으로 판단한다"며 "OS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PFS 결과로 신약허가를 받은 사례가 있어 NDA가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FDA, 대면미팅 후 보완자료 요청 "임상실패 아니다"


에이치엘비가 미국 FDA에 NDA 사전미팅을 신청한 것은 2019년 8월 19일이다. 미팅이 이뤄진 10월 중순까지 관련 자료를 FDA에 제출했다.

FDA는 사전미팅 전 서류심사에서 OS가 목표치를 충족하지 못한 점을 문제 삼았다. 통상 FDA는 서류심사를 한 뒤 미팅을 통해 보완자료를 요구하거나 추가 임상실시 등을 제안하기도 한다

진 회장은 "서류심사에서 'Fail'(실패)라는 단어가 사용된 문장이 회의록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다는 것"이라며 "FDA 대면 미팅 회의록에는 NDA를 위한 보완자료를 요구한 내용이 들어있고 보완자료가 완성되면 다시 검토하자고 언급돼 있음에도 금융당국은 서면심사 자료에서 언급된 문장 만을 문제 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임상이 실패했거나 NDA 신청이 불가능했다면 FDA가 보완자료 요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회사는 미팅 회의록에 제시된 조언에 따라 NDA 준비를 해왔지만 코로나19 펜데믹 등의 영향으로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이 같은 사실은 이미 수 차례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반대매매 때문에 허위공시? "당시 주식가치 1000억원 달해"


일각에선 진 회장이 주식담보대출 부담 때문에 허위공시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진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일축했다.

진 회장은 "당시 보유주식 400만주 가운데 대출 250억원을 위해 담보로 제공한 주식은 105만주 정도였다"며 "탑라인 발표 후 주가가 급락했지만 반대매매 비율에 도달하지 않았고, 만약 담보비율이 부족했다면 나머지 300만주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다른 주식을 제외한 에이치엘비 주식만 해도 주가가 가장 낮았던 날 기준으로 평가액이 1000억원에 달했는데 무슨 반대매매 우려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진 회장은 금융당국에 사실 관계를 적극적으로 소명해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리보세라닙은 22종 암에 대한 임상이 진행 중이고, 500여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약효와 안전성은 입증됐다고 자신한다"며 “20만 주주들을 위해 증선위에서 사실 관계를 소명하고, 임직원의 명예를 지켜나겠다. 좋은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김건우 기자 ja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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