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는 변화 두려워하지 말아야” [모빌리티 열전]

입력
수정2022.06.30. 오후 2:06
기사원문
조병욱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조병욱 기자의 ‘모빌리티 열전’ - 15
‘BMW 뉴 4시리즈 모델’ 디자이너 임승모 이메일 인터뷰


BMW 완전변경 양산 모델 최초의 한국인 익스테리어(외장) 디자이너 임승모씨가 독일 뮌헨 BMW 사무실에서 차량을 디자인하고 있다.
독일 BMW에서 10년 넘게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임승모(39)씨를 지난 15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한다는 것은 어떨까. 그의 일상과 차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가 보내온 답변을 원문 그대로 옮긴다.

우선 최근 국내에 출시된 BMW 뉴 4시리즈의 디자이너로 참여한 소감은.

“BMW풀체인지 양산 모델 최초의 한국인 익스테리어 디자이너로 기록되는 만큼 감회가 남다르고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긴 시간 동안 스스로 몰아붙이면서 경쟁 속에서 성장과 성과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 쓰며 마음 고생 많았던 제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가르침을 준 전설같은 많은 선배 디자이너들이 계셨기 때문에 이룰 수 있었던 성과라는 점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제 역할에서 책임감을 갖고 더 좋은 디자인으로 더 의미 있는 가치를 추구하는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는 부담감이 앞서는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자동차 디자이너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아침 일찍 특별한 미팅이 없다면 동료들과 함께 클레이 모델 제작 스튜디오를 둘러보며 잠시지만 개발중인 클레이 모델이나 폼 모델을 보면서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업데이트 합니다. 자리로 돌아와 펜을 들고 종이위에 아이데이션 스케치를 하고 마음에 드는 스케치를 골라 컴퓨터로 옮겨 포토샵으로 진행중인 스케치 컴페티션에 제출할 렌더링을 그립니다.”

“벌써 점심시간이 반이나 지났습니다. 오후에 있을 최종 디자인 프레젠이션에 제출할 포스터까지 마무리 해야하기 때문에 오늘은 샌드위치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면서 잠시 온라인으로 업계 뉴스를 읽습니다. 최종 포스터를 완성해 서버에 업로드하고 모델제작 스튜디오로 이동해 몇일전 시작한 1:1 사이즈 테이프 드로잉을 계속하다 중간에 외근을 위해 예약해 두었던 회사차를 타고 잠깐의 시승을 겸해 외부 업체로 이동합니다.”

“진행중인 3D모델에 변경을 디지털 모델러와 의논하고 다시 클레이 모델 제작 스튜디오로 돌아와 또 다른 프로젝트의 클레이 모델러로부터 받은 요청으로 볼륨과 그래픽 조정에 필요한 테이프를 모델에 붙이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급히 다음 미팅으로 이동해 양산 막바지 데이타로 제작된 디자인 최종 상품에 가까운 모델에 스티커를 붙이며 미세 개선사항 리스트를 제공합니다.”

“바쁘게 이동해 당일 제출했던 최종 스케치 경쟁 프로젝트의 선정결과 발표를 듣기 위해 참석한 또 다른 미팅에선 아쉽게도 이번엔 내 디자인이 아닌 다른 디자이너의 스케치가 선택되었습니다. 지난 몇주간 준비한 디자인이 선택되지 못해 아쉽고 속상합니다. 규모가 큰 자동차 디자인 스튜디오를 이곳저곳 걸어 다닌 데다 종일 서서 커다란 테이프 드로잉을 해서인지 발표결과 때문인지 갑자기 허리도 발바닥도 더 뻐근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실망할 시간도 없습니다. 진행하고 있는 양산차의 엔지니어로부터 제 디자인을 좀 바꿔야 한다는 이메일이 왔습니다. 시간이 빠듯한 만큼 서로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려 할테니 아마도 내일 미팅은 한바탕 신경전이 오갈 것 같습니다. 심란함을 다잡고 다음날 오전에 있을 테이프 드로잉 리뷰를 위해 테이프 드로잉을 어서 마무리 해야합니다. 이제 겨우 휠 하우스를 그렸는데… 아마 오늘도 퇴근은 많이 늦을 것 같습니다.”

중학생 시설 서울모터쇼 입장권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는 임 디자이너의 어린시절은 자동차로 가득하다.

“1995년도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던 제1회 서울 모터쇼 입장권을 아직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다른 자동차 디자이너들과 마찬가지로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다섯살 정도 부터 무언가 바퀴가 달린 것들을 가지고 노는데 열중하였고 때로는 봉고 승합차 운전석에 앉아 운전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 마냥 상상속에서 외갓집이며 친척집까지 운전해가는 놀이를 몇 시간씩 했던 기억이 납니다.”

“초등학생 때는 용돈이 생길 때마다 ‘카비전‘, ‘모터매거진‘ 같은 자동차 잡지를 사 모았는데, 여기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처음 접하게 되면서 디자이너에 대한 꿈을 구게 되었고, 디자인 스케치나 렌더링을 따라하려고 스케치북에 파스텔을 사다 열손가락 지문이 없어질 지경에 이를 때까지 손끝으로 문질러가며 나름의 ‘미래 자동차’를 그린 적도 많습니다. 자동차 잡지에 소개된 수많은 최신기술 이야기를 읽고 원리를 조금씩 이해해 갈 때 마다 감동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자동차와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 중학생 시절 이병헌씨와 고 최진실씨가 자동차 디자이너로 출연한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를 보며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면 어떻게 일하는지 엿보며 설레기도 했습니다. 수학보다는 음악과 미술시간이 즐겁고 자동차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해하는 내 자신을 깨닫고 다소 뒤늦은 감이 있었지만 고2 때 비로소 미대 진학을 위해 미술학원에 등록해 2000년도에 홍익대 산업디자인과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자동차 디자이너의 길을 준비했습니다.”

한국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그가 10년 넘게 고국을 떠나 독일에서 지낸 시간은 어려움 속에도 디자이너로서 잊을 수 없는 기억들로 가득했다.

“독일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살아온 시간이 햇수로 12년이 되었습니다. 독일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일하는 건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독일은 최초의 자동차가 탄생한 나라이고 지금도 자동차 산업을 선두 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다양하고 깊이 있는 자동차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좋습니다. 아우토반을 이용해 여러 도시에 위치한 자동차 박물관을 방문하는 여정 자체도 특별하고 유럽국가들이 국경을 접하고 있으니 프랑스와 이탈리아까지 휴가 때마다 각국의 자동차가 만드는 풍경과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도 있으니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항상 감사함을 가지며 살고 있습니다.”

“한번은 디자인팀 워크샵의 일환으로 몇 대 째 면직업으로 부호가 된 한 스위스 기업인이 소유한 산 중턱 땅속에 벙커처럼 만들어진 개인 페라리 컬렉션 개러지를 방문해 그에게 직접 250 GTO의 이야기와 F40 배기음까지 들어보는 특별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BMW Classic의 비공개 컬렉션에 방문해 엔디워홀의 아트카와 영화 미션임파서블 두바이 액션신의 사막먼지까지 고스란히 보존된6시리즈 컨버터블과 랄프 슈마허의 윌리엄팀 F1 머신까지 살펴볼 기회도 있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뮌헨은 겨울에 눈이 상당히 자주 오는 편인데, 제설할때 뿌리는 돌가루와 염화 칼슘이 올드타이머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겨울에는 각자의 가라지에 숨어있던 클래식 카들이 길에 뿌려진 돌가루가 모두 치워지는 봄이 되면 길 위로 나들이 나옵니다. 뮌헨 지역 축제로 봄축제가 있는데, 이 축제의 이벤트 중의 하나가 클래식카들의 끝없는 행진입니다. 뮌헨 맥주축제가 열리는 동일한 장소에서 매년 전국에서 모인 올드타이머 행사 또는 프라이만에 위치한 ’모터월드’같은 올드타이머 전시시설 또는 클래식카, 수퍼카를 위한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시설에서 언제든지 무료로 전설적인 클래식카들을 둘러 볼 수 있어 종종 찾고 있습니다.”
“이억만리 타국 생활에 어려운 점도 있었는데, 저는 한국에서 나고 자라 대학교육까지 마친 경우이다 보니 처음엔 독일사람들의 업무 처리 방식과 사고방식, 디자인 취향, 언어, 문화차이, 음식까지 모든 것들이 매일 도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BMW 디자이너는 어떤 차를 타고 있을까.

“현재 검정 BMW E82 쿠페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제가 디자인해 애착이 남다른 뉴4시리즈나 곧 출시될 i4를 구매하려고 합니다. 역대 차종 중에서는 BMW 3.0CSL을 가장 좋아하고 BMW507, Z8, E86같은 차들도 좋아합니다.”

앞으로 참여하고 싶은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전동화로 전환되는 시대에 BMW의 주력 모델이 될 전기차 프로젝트 등에서 개발 완료 단계 또는 초기 단계인 여러 프로젝트의 디자인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롤스로이스 급의 럭셔리 자율주행 차량 또는 전동 수퍼카 디자인에도 참여하고 싶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에서 자신만의 디자인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멘토를 찾아라.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라. 철저히 본인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보게 될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여 구성하라.”

“온라인 플랫폼과 서비스를 적극 활용해 본인의 작업을 적극적으로 알려라. 공모전, 지원사업 전시 등에 적극 참여해 본인의 디자인 작업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업그레이드 하라. 해외 인턴쉽 경험을 만들어 국제적인 비즈니스 매너와 마인드셋을 배울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라.”

“더불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있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도록 자동차, 사람, 기술, 세상이 향하는 방향에 대한 본인만의 믿음이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꾸준히 고민해보시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기자 프로필

듣고 묻고 기록합니다. 사회부, 외교안보부, 경제부, 산업부, 국제부, 특별기획취재팀 등을 거쳐 정치부에 근무중입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