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산·학·연·병 손잡아야 혁신 항암신약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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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2.07. 오후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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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암병원 다안 암 연구소에서 조병철 폐암센터장(왼쪽)과 함께 신약 중개연구를 주도하는 연구진./장윤서 기자

"신약 글로벌 톱 10위권에 드는 혁신 항암제가 한국에서도 탄생할 날이 머지 않았다. 우리도 미국처럼 산·학·연·병이 힘을 합쳐 (신약 후보물질이) 태아가 태어날 때 처럼 뱃 속에 있을 때부터 보다 빠르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개발 방향을 이끌어야한다."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종양내과)은 에비슨 의생명연구센터에 있는 다안 암 연구실에서 최근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국가 성장동력인 신약개발 성공을 위해서는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며 협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조 센터장의 항암제 연구 성과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꼽은 ‘2020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중 하나로 선정됐다. 우수성과 100선은 국가 발전을 견인해 온 과학기술의 역할에 대해 국민들의 이해와 관심을 제고하고 과학기술인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자 2006년부터 매년 선정해 오고 있다.

그의 과제는 ‘IL-2/CD80 이중접합 면역항암제인 GI-101의 중개연구’다. 차세대 면역항암제로 개발중인 이 후보물질(GI-101)을 만든 장명호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는 조 센터장과 공동대표인 남수연 대표와 함께 전임상 단계인 중개연구를 통해 여러 고형암을 대상으로 임상 연구를 진행하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을 하게됐다.

중개연구는 기초과학과 임상연구 간의 중개가능성을 높이고 상호보완해 주는 연구다. 조 센터장은 임상진입을 위한 전임상 데이터를 확보해, GI-101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이 후보물질은 중국 제약사 심시어에 7억9000만 달러에 기술이전됐다. 정부는 최근 이를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과제로 선정했다. 의학 연구자와 바이오업체의 협업이 만들어 낸 성과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이중융합단백질 개발 기반기술인 'GI-스마트' 플랫폼을 이용해 GI-101을 만들었다. 조 센터장은 "GI-101은 'CD80'과 'IL-2 variant'라는 이중 융합을 통해 면역관문(면역기능을 활성화 또는 비활성화시키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수용체) 억제 뿐 아니라 항암면역세포 활성을 위한 IL-2 수용체 신호전달 촉진을 동시에 유도하는 항암제"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 후보물질은 새로운 기전의 최초 신약(Fist-in-class, 퍼스트인클래스)이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기존 항암제의 한계인 면역원성이 없는 암(cold tumor)에서 나타나는 낮은 반응률을 극복하는 게 동물 실험에서도 유의미하게 확인됐다"고 했다.

조 센터장 연구팀은 다양한 마우스 실험에서 GI-101이 단독 혹은 다른 면역항암제(글로벌제약사 MSD의 키트루다)와의 병용 치료를 통해 동반상승 항암 효과(synergistic anti-tumor effect)를 갖는 것을 확인했다. GI-101은 종양 내 T세포의 침윤 및 T세포의 활성은 증가시키는 반면 항종양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조절 T세포의 활성화는 일으키지 않았다. 이는 기존 항암치료제의 한계(낮은 반응률)를 극복하는 중요한 항암 기전으로 분석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후보물질은 폐암, 두경부암, 식도암, 흑색종, 유방암 등 다양한 암종을 적응증으로 하는 임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조 센터장 연구팀은 면역치료제 연구를 위한 플랫폼 구축, 응용 기술을 수년간 축적해왔다. 조 센터장과 신약개발 중개연구를 수행하는 다안 암 연구실엔 교수 5명, 박사 10명 포함해 연구인력만 약 70여명에 달한다.

조 센터장은 "중개연구결과는 신약 후보물질 기술이전의 중요한 핵심"이라며 "앞으로도 암 환자들을 위한 혁신 치료제가 한국에서도 탄생하도록 임상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한양행의 표적항암제 '레이저티닙'이 얀센에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되도록 이끈 임상연구 책임자이기도 하다.

그는 K바이오가 성공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센터장은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 1년 매출이 8조원"이라며 혁신 항암제 개발 성공시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좋은 우수 인재들이 신약개발에 뛰어들 수 있도록 보다 큰 개발과제비가 투입된 연구과제들이 많아져야 한다. 수십억 연구과제도 많아졌으면 한다. 신약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되고 그 자금으로 또 연구비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그려야 한다. 그래야 한국에서도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등의 혁신 제약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pand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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