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어린이집 교사 “양모, 상처 이유 물어도 안일하게 ‘괜찮다’만 되풀이"

입력
수정2021.02.17. 오후 6:43
기사원문
이은영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양부모의 학대 끝에 생후 16개월의 나이로 숨진 정인양을 돌봤던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의 몸에서 상처를 발견하고 양모인 장모씨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안일하게 ‘괜찮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 앞에 정인양을 추모하는 근조화환이 세워져 있다. /이은영 기자

A씨는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3부(재판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양부모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어린이집 적응기간 동안 장씨가 정인이를 안아주는 등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검찰 측이 A씨에게 지난해 3월 2일 어린이집 입소 당시 정인양의 첫 인상을 묻자 그는 "쾌활했다"고 답했다. 그러다 A씨가 정인양의 몸에서 처음으로 상처를 발견한 건 같은 달 24일이었다.

A씨는 "그 당시에는 어머니(장씨)도 말이 없었고, 아이가 왼쪽 이마부터 볼까지 빨개졌길래 엄마 가슴하고 부딪쳐서 그런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안 없어지고 열감도 느껴져서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상처는 계속해서 발견됐고 A씨는 4월부터 5월까지 두 달 간 총 9차례 상처 사진을 찍었다. A씨는 "주로 얼굴과 목 쪽에 (상처가) 많이 있었다"며 "(장씨에게 상처에 대해) 물어봤는데 모르겠다고 하거나 가구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걱정하는 모습 없이 안일하게 ‘괜찮아요’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6월 초 정인양의 왼쪽 쇄골뼈가 골절됐을 때에도 어린이집 측이 왜 다쳤는지를 물었지만, 장씨는 계속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A씨는 또 "첫째 아이(장씨와 안씨의 친딸) 양육하는 것과 둘째 아이(정인양) 양육하는 걸 봤을 때 다르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었다. 둘째에게 치밀하게 살피지 않는 느낌이었다"고도 했다.

A씨는 정인양이 두 달 만에 어린이집에 등원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잘 먹고 잘 웃고 활동적인 아이였는데, 너무 마른 채로 돌아왔다. 놀잇감을 줘도 안 만지고 쳐다만 봤다"며 "두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왜 저렇게 됐을까 의문을 가지면서 하루종일 일했다"고 말했다.

정인양의 마지막 등원 날이던 지난해 10월 12일, A씨는 아이를 혼자 두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 아이를 안고 있었다고도 했다. 그는 "당시 정인이는 숨만 쉬고 있는 상태였다. 무얼 하려는 의지도 없었다. 앉으려고 하지도 않고 그냥 눈만 뜨고 숨만 쉬고 있었다"고 했다.

그날 원장과 함께 정인양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는 A씨는 "온 몸이 말랐는데 배만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아이들은 배에 가스가 차면 아랫배가 부풀어오르는데 정인이는 윗배가 더 둥글게 불러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이런 정인양의 모습을 보면서 A씨는 "정인이가 숨 쉬고 있는지 불안해서 어디 가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정인이 엄마 아빠를 무시하고 병원에 데려갈걸 하는 고민만 하루종일 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끝내 병원에 데려가지 못한 이유에 대해 A씨는 "지난해 9월에 말 없이 (정인양을 병원에) 데려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 장씨와 안씨가 어린이집에 찾아와 항의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앞선 증인신문에서 어린이집 원장 B씨도 "입양 초기부터 몸 곳곳에 지속적으로 상처가 있었으며, 두 달 만에 다시 등원했을 때 정인이는 너무 야위어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인양의 입양과 사후관리를 담당했던 사회복지사는 "정인이가 일주일째 밥을 먹지 않았는데도 장씨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했다"고도 했다.

양부모 장씨와 안씨의 다음 공판기일은 3월 3일로 예정됐다.

[이은영 기자 eunyoung@chosunbiz.com]




▶네이버에서 '명품 경제뉴스' 조선비즈를 구독하세요
▶"친환경 시대에도 운전 재미 포기못해"… 고성능차 경쟁
▶3기 신도시 인천계양서 문화재 수두룩… 사업 지연될듯

저작권자 ⓒ 조선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