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모든 걸 포기한 모습" 어린이집 원장·홀트 복지사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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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17. 오후 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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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 그알


[아이뉴스24 조경이 기자] 입양 후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입양 전 본명)가 살아 있을 때도 장기간 방치되어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신혁재)는 살인,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아동유기·방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어머니 장모씨와 아동유기·방임,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아버지 안모씨의 공판을 열었다. 지난달 13일 열린 1차 공판에 이은 2차 공판으로, 증인 신문 등 재판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이날 오후 정인이의 입양과 사후 관리를 맡았던 홀트아동복지회 사회복지사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입양 당시만 해도 정인이가 건강했지만, 같은 해 5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된 뒤 가정 방문을 했을 땐 정인이 몸에 상처가 많았다고 진술했다.

사회복지사 A씨는 “정인이 허벅지 안쪽과 배 주위에 멍 자국이 있었고, 귀 안쪽에도 상처가 보였다”며 “장씨에게 상처의 이유를 물었지만,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정인이 집을 다시 방문했고, 이때도 이마 부위의 상처를 발견했다. 그는 “장씨가 ‘아이가 엎드려서 자다가 생긴 것이라 금방 없어질 것’이라고 답했다”며 “(정인이를 차 안에 방치했다는 신고에 대해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착잡해하며 억울하게 여겼다”고 설명했다.

A씨는 두 달 뒤인 9월에는 장씨로부터 정인이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장씨가 ‘아이가 요즘 너무 말을 안 듣는다. 불쌍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불쌍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화를 내며 음식을 씹으라고 소리쳐도 말을 안 듣는다’고 말했다”며 “보통 아이가 한 끼만 못 먹어도 부모들은 병원에 데리고 가는데...”라며 울먹였다.

또한 “장씨는 (병원을 가보는 게 좋겠다는 권유에도) 입양가족 모임 등이 있다고 했다”며 “내가 느끼기엔 병원 가기를 주저하고 꺼려했다”고 전했다.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될 때마다 장씨는 ‘아이에 대한 애정에 변함이 없다’고 했었는데, 그날은 갑자기 화를 냈다”고 덧붙였다.

생후 16개월 된 정인이에게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과 시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홀트 측은 이후에도 가정 방문을 요청했지만, 장씨와 연락이 잘 안 닿지 않으면서 양부인 안씨와 논의해 지난해 추석 이후인 10월 15일 가정 방문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인이는 이틀 전인 10월 13일 사망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 증인으로 나선 어린이집 원장은 지난해 3월 입소 직후부터 정인이 몸에서 상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원장은 "정인이가 반복적으로 상처가 나서 어린이집에 등원했다"고 주장했다. 어린이집에 원생이 등원할 경우 아침마다 원생의 신체를 점검하는데, 정인이 몸에서 수차례 흉터와 멍이 발견됐다는 것. A씨는 상처의 종류에 대해 "멍과 긁혀서 난 상처였다. 대부분이 멍이었다"라고 답했다.

지난해 10월 12일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마지막으로 등원했을 당시 모습에 대해 "손과 발이 너무 차가웠다"며 "그날 모습은 모든 걸 다 포기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머리에는 빨간 멍이 든 상처가 있었고, 몸은 말랐지만 배만 볼록하게 나왔다고.

조경이기자 rooker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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