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입양기관 증언
“병원 데려가자 양부모 항의
사망 전날 몸 제대로 못 가눠”[경향신문]
서울 양천구 아동학대 사망사건(정인이 사건) 피해자인 생후 16개월 영아 정인이가 입양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신혁재) 심리로 17일 열린 양모 장모씨에 대한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어린이집 원장 A씨와 담임교사 B씨가 이같이 밝혔다.
A씨는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온 2020년 3월부터 신체 곳곳에 상처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은 통상 원생이 등원할 때마다 신체를 살피는데, 지난해 3~5월 정인이의 몸에서 긁힌 상처와 멍이 계속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는 “장씨에게 원인을 물었으나 ‘잘 모르겠다’고 했고, 대부분 ‘부딪히거나 떨어졌다’고 답했다”고 진술했다. A씨 증언에 따르면 정인이는 지난해 7월 말부터 두 달여간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았는데, 이때도 장씨는 A씨에게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어린이집에 다시 나온 정인이는 몰라보게 변했다”면서 “아프리카 기아 아동처럼 야위어 있었고 다리도 심하게 떨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건강이 우려돼 병원에 데려갔고 소아과 의사가 학대 신고를 했으나 정인이가 가정에서 분리 조치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말도 없이 병원에 데려갔다며 양부모로부터 항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망 전날인 지난해 10월12일 어린이집에 나온 정인이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담임 교사 품에 안겨 늘어져 있었다고 했다. A씨는 “그날 정인이는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면서 “좋아하는 과자나 장난감을 줘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몸은 말랐는데 배만 볼록 나와 머리에도 멍이 난 상처가 있었다”며 울먹였다.
어린이집 교사 B씨도 “얼굴과 목 주위에 항상 멍이 있었고, 정인이처럼 크게 멍이 드는 아이를 본 적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입양을 주선한 홀트아동복지회 직원 C씨도 증인으로 나와 “장씨가 (지난해 9월) 격앙된 상태로 전화해 ‘아이에게 화를 내며 음식을 씹으라 해도 씹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며 “보통 엄마는 아이가 하루만 밥을 못 먹어도 병원에 데려가 진료를 받는데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 ‘(정인이를) 불쌍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불쌍하지 않다’는 말을 하면서 일주일 넘게 병원에 가지 않았다”며 “빨리 진료를 봐야 한다고 장씨에게 말했으나 다른 일정이 있다며 미뤘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1차 공판에서 장씨에 대해 살인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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