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은 한 게임당 약 30분을 웃도는 시간이 소요된다. 5명의 게이머가 한 팀이 되어 각자의 포지션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며 상대팀의 넥서스를 먼저 깨는 쪽에게 승리가 돌아가는 게임이다. 포지션으로는 탑, 미드, 봇(원딜, 서포터), 정글이 있으며 어느 한 쪽이라도 무너지면 게임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팀원들의 협동심이 상당히 요구된다. 컨트롤하는 챔피언은 매 게임마다 100개가 넘는 챔피언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지겨울 틈이 없다.
평소에 롤을 꽤 즐긴다는 충남대학교 민동린(23)씨는 "여느 게임과 마찬가지로 롤을 하면 지루할 틈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롤만이 가진 매력을 `5인의 하모니`라고 덧붙였다. "마치 농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처럼 팀원들이 각 포지션에 맞는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있는 팀원 간의 호흡?분열?연계 플레이가 유저들을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든다"며 `따로, 또 같이`로 롤만의 매력을 정의했다.
갈수록 높아지는 롤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서울에 위치한 중앙대학교에서는 `LOL학개론`이라는 이름의 강연이 열렸다. 흔히 대학에서의 강연이라고 하면 `스펙 쌓기`, `취업 특강`을 생각하겠지만 `LOL학개론`은 많은 학생들이 즐기고 있는 게임을 내건 강연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했다. 강연자로는 롤 프로팀 CJ프로스트의 이현우 선수(현 온게임넷 게임해설가)와 진에어 팰컨스의 복한규선수가 올해 3월과 9월 차례로 초청됐다.
3월에 열린 `LOL학개론`에 참석했던 충남대학교 이태윤(24)씨는 "그 당시 롤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팬이었던 이현우 선수의 롤 강연이 있다고 해서 호기심에 가 봤다"며 흔치 않은 기회라 생각했기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취업, 힐링, 멘토, 청춘. 이런 강연보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게임 중독법`에 대해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지난 6일 진행된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정성과 관련해 라이엇게임즈(리그 오브 레전드를 운영 중인 미국의 게임 개발 회사) 코리아 오진호 대표가 증인으로 참석한 내용이 밝혀지면서 롤을 비롯해 게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게임 중독으로 인한 폭력적인 사건이 알려지면서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하지만 앞날에 대한 걱정과 스트레스로 우울해하는 대학생들에게 게임은 하나의 탈출구이자 즐길 수 있는 `문화`로도 자리 잡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취업을 위한 특강이 아닌 자신들이 좋아하는 걸 즐길 수 있는 시간이자 여유고 그게 곧 `힐링`이다. 게임을 향한 무조건적인 비난만이 답은 아닐 것이다.
박수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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