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수사 중 5000억원 지분 인수 "예상된 결과"
게임과 블록체인의 결합인가, 아니면 캐시카우?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가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시장에 진출하면서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은행(IB) 업계는 물론 게임 업계, 가상화폐 업계까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넥슨이 얼마큼 사업 다각화와 시너지를 이뤄낼 것인지도 주목된다.

넥슨이 빗썸을 인수하게 되면 국내 최대 게임업체가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를 품는 것으로 넥슨은 단순 게임사가 아닌 새로운 엔터회사로의 변신을 도모하게 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NXC가 이정훈 빗썸 이사회 의장이 보유한 지분을 사들인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의 기업가치 평가액이 약 6500억원 규모로 현재 빗썸홀딩스는 빗썸 지분 74%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이정훈 의장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빗썸의 나머지 지분은 비덴트가 10%, 옴니텔이 8% 등을 갖고 있다. NXC는 빗썸의 지분 중 65%를 5000억원 가량을 들여 인수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빗썸은 매각 추진을 위해 지난해 8월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다음달부터 투자자 예비입찰을 받았다. 그러나 이정훈 의장이 2018년 10월 가상화폐 BXA코인을 상장한다고 선판매했다가 실제로는 상장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사기 혐의로 당국에 고소고발하는 사건이 빚어졌다. 빗썸의 주요 주주인 빗썸홀딩스(지분 77%)의 실질적인 대주주인 이 의장은 이와 관련해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빗썸 매각이 지지부진하던 상황에서 김정주 NXC 대표가 5000억원 규모의 이 의장 보유지분 모두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업계에서는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향후 넥슨이 본격적으로 게임과 블록체인의 결합을 위한 행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정주 대표는 일찌감치 2016년 최초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빗의 지분 65%를 인수했고, 2018년에는 유럽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스탬프까지 품었다. 이어 같은해 말 세계 최초의 가상자산 브로커리지 업체인 타고미에도 투자하면서 본격적인 암호화폐 관련 행보를 보인 바 있다.

또 지난해 2월 암호화폐 트레이딩 플랫폼 개발을 위한 자회사 아퀴스(ARQUES)를 설립해 가상화폐를 포함한 다양한 금융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이로써 가상화폐 시장에 직접 진출하거나 넥슨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다만 넥슨이 게임과 블록체인의 시너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바 없어 암호화폐 시장 직접 진출이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는 것보단 제3 비전을 위한 캐시카우를 확보하려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빗썸 거래소의 방문자가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상당기간 방문자 1위를 차지해왔던 빗썸의 경쟁력은 이미 업계에서 명성을 쌓아논 터라 존재감은 여전하다는 평판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가입자 수 500만명을 돌파했으며,2018년 1월 16일 일일 최대 거래금액으로 7조6000억원을 올리면서 월 최대 거래금액 115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작년 11월 마케팅기업 이더랩의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방문자 트래픽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1위는 업비트가 평균447만1000명이 방문했고, 뒤를 이어 빗썸이 372만5000명이다.

최근 종합 엔터회사로 변신을 모색하는 엔씨소프트의 빗썸 인수설도 나돌았지만 당시 엔씨소프트는 '사실무근'으로 일축했다. 지난해 9월 10일 엔씨소프트는 ‘엔씨’로 상호변경을 위한 가등기를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했고, 엔터 자회사 '클렙'(KLAP) 설립, 인공지능 전략 강화 및 금융사와의 협업으로 종합 엔터회사로의 도약을 내걸었다.

한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가격은 최근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기존에 1000만원에서 1500만원 사이를 머물던 비트코인은 작년 11월에 2000만원을 넘더니 12월 3000만원, 1월 현재는 4000만원을 넘어섰다. 아직 넥슨의 빗썸 인수 본계약까지 체결된 것은 아니지만 빗썸 지분 100%가 약 6500억원의 가치 평가를 받고 있고 장외시장에서 빗썸 구주가 전체 1조원 가치로 거래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거래가 성사될 시 NXC는 할인가로 인수하는 게 된다.

국내에서 지난 3,4년 전에 가상화폐가 광풍을 일으켰던 시기에 빗썸을 2조원에 사겠다던 국내 한 대형 IT 기업의 제안에도 거절했던 빗썸이 경찰 수사로 빗썸을 하루빨리 팔아야 하는 이정훈 의장의 입장과 다른 주요 게임사들보다 가상화폐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큰 관심을 보여왔던 김정주 대표의 입장이 묘하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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