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사실상 없애고... 여야 ‘가덕도 특별법’ 처리 손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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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토위 전체회의 통과
심상정 의원 "보궐선거 위한 선거 공항" 지적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도 계속 논의키로
부산 가덕도(사진 오른쪽)와 부산항 신항 일대 모습.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적극 밀어온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의 숙원 사업,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19일 통과했다. 핵심 쟁점인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조항은 논란 끝에 유지하기로 했다. 사업비가 10조~20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토목 공사를 경제적 타당성 조사도 거치지 않고 바로 추진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20년 가까이 끌어온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위한 입법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한 여야의 합심으로 사실상 마무리됐고 26일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 된다.

여야는 이날 국토교통위 전체회의를 열고 재석 의원 23명 중 찬성 21명으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의결했다. 관건이던 ‘필요한 경우 신속ㆍ원활한 건설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국토위 야당 간사인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예타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필요할 경우 신속하고 원활한 공항 건설을 위해 면제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정리했다”고 전했다. 단, 환경영향평가는 면제하지 않고 실시한다.

선택의 키를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기재부 장관에서 쥐어준 건 특혜 논란을 비껴가기 위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여당의 입김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재난지원금 등 재정 공방에서 번번이 당청에 끌려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예타는 공공 투자사업을 추진하기 전 사업의 정책적ㆍ경제적 타당성을 검증 평가하는 제도로 총 예산 500억원 이상인 사업이 대상이다. 기준보다 무려 200배 이상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가덕도 신공항이지만 빠른 추진을 위해, 예타 등 까다로운 사전 절차를 우회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김영춘(가운데) 전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들이 19일 국회 본청 앞에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위한 합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특례 조항 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회 처리 수순을 밟게된 것은 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정치적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열린 국토위 법안소위에서는 여야를 떠나 의원들 스스로 '지나친 특혜'라는 의견이 나와 특례조항을 없애는 수정안이 논의됐지만 결국 이날 다시 뒤집어졌다. 민주당은 4ㆍ7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산ㆍ경남(PK) 지역 민심에 신공항으로 선명한 인상을 남기고 싶어 한다. 가덕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 신공항을 짓길 원하는 대구ㆍ경북(TK)과 PK의 민심 사이에서 고심하던 국민의힘도 보궐선거 앞에서 찬성 입장을 냈다.

김종인(앞줄 왼쪽 다섯번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찾아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들과 함께 가덕도 신공항이라고 적힌 표지판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대형 국책사업에서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여야가 정치 논리로 허물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은 보궐선거를 앞둔 '선거 공항’ ‘매표(買票) 공항’일 뿐”이라며 “그동안 동남권 신공항 부지 선정과정에서 낙제점을 받았던 가덕도를 위한 특혜법은 기득권 양당의 야합 정치의 산물”이라고 꼬집었다.

향후 대형 토목공사 추진을 위해 특별법으로 예타를 피해가려는 시도가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TK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은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대구ㆍ경북 신공항건설 특별법’을 지난달 28일 발의했다. 앞으로 국토위 교통소위에서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국회 관계자는 이날 “동남권에 공항을 두곳이나 짓는 것은 과도하지만 가덕도에만 특례를 주고, 대구ㆍ경북 신공항에는 특례를 주지 않을 명분이 부족하다”고 걱정했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표결 직전 "대구ㆍ경북 신공항도 계속 챙기기로 했다"고 공언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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