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효과?’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아직 관망세
연내 상장 목표 티몬 “쿠팡 의식해 서두르진 않을 것”
11번가·SSG닷컴·위메프 등, 상장보다는 ‘생존’ 전략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 상장에 도전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 판도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쿠팡의 상장 추진에 자극받아 업계 기업공개(IPO) 등 상장 활동이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경쟁사들은 당장 쿠팡을 의식해 상장에 나서기 보다는 성장 전략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이커머스 업계 상장 추진 스타트를 끊었다. 

쿠팡이 상장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유통업계 전반을 비롯한 이커머스 시장에도 큰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쿠팡의 이번 뉴욕 상장 도전은 지난 2014년 국내 1호 유니콘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으로 지정된 이후 7년 만이다. 국내 기업이 나스닥에 직상장하는 것은 첫 사례인 만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에 따르면 쿠팡의 기업가치는 500억 달러(약 55조 4000억원) 이상으로 전망되는 상태다.

지난 2014년 로켓배송을 도입한 쿠팡은 이후 대규모 투자를 통해 물류센터와 배송 인력 확충 등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로 시장에 안착했다. 

쿠팡 매출 급증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여파와 무관하지 않다. 거리두기로 인한 비대면 온라인 쇼핑 경향으로 지난해 쿠팡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가량(191%) 늘었다. 매번 기업가치 산정에서 발목을 잡던 적자 규모 또한 크게 감소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13조2000억원(119억 7000만달러)로 2019년 7조 1000여억원보다 91% 성장했으며, 적자 규모는 약 5257억원(4억 7490만달러)로 2019년 7205억원보다 1500억원 정도 감소했다. 

고객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커머스 업계에서 쿠팡은 대형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475만여 명의 충성고객(유료회원)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 쿠팡 이용 고객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1485만명을 기록했다. 

쿠팡은 유료회원을 위한 서비스인 무료반품, 배송료 혜택, 신선식품 새벽배송(로켓프레시), OTT(쿠팡플레이) 등을 확대하는 한편 쿠팡이츠와 쿠팡라이브 등 다양한 플랫폼 사업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쿠팡은 IPO 신고서에서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단기적인 재무성과를 포기할 계획”이라며 “고객 기반을 늘리기 위해 상품군 확대와 마케팅 채널 확장, 물류센터 시설 확장 등에 상당한 금액을 지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30개 이상의 도시에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쿠팡은 물류 인프라 확충을 위한 투자를 늘려나가며 풀필먼트 센터 설립 추진 등을 계획하고 있다. 공격적 투자예고와 함께 1000억 규모의 주식을 배송직원 등 현장근로자에게 무상으로 부여하는 등 파격 행보에도 나선 상황이다. 

후발주자라고 상장 목매진 않아…이커머스 업계 “상장보단 성장”

이처럼 ‘로켓배송 강자’ 쿠팡의 상장 도전으로 인해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다음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커머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틈을 타 업체들이 상장을 서두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대부분 고개를 저었다. 당장 상장 작업에 나서기보다는 기업 내실을 다지고 생존 및 성장 전략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업계에 따르면 2021년 2월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기업공개(IPO) 계획을 밝혔던 업체는 쿠팡과 티몬, 11번가다. 이중 뉴욕 증시 상장 신고서를 제출한 쿠팡을 제외하면 티몬과 11번가가 남는다. 

먼저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는 티몬은 이미 지난해 4월 미래에셋대우를 IPO 주관사로 선정하면서 상장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상장에 성공할 경우 국내 증시에 상장한 첫 온라인 쇼핑몰이 되는 만큼 많은 주목을 받았다.

티몬 관계자는 “투자유치가 순조롭게 마무리됐고 올 하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 중이다”라며 “쿠팡의 상장과 관계없이 지난해 주관사 선정할 때부터 21년 상장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한 바 있는 만큼 일정을 서두르거나 변동되는 상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멤버십 서비스가 3분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5배 가량 느는 등 전반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라며 “타임커머스와 멤버십 서비스 강화 등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사업을 다변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티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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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까지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알려진 11번가는 당면 과제로 상장보다는 수익구조 개선을 꼽았다. 모기업인 SK텔레콤이 지난 2018년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5년 내로 상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유통업체인 아마존도 지난해 11월 SK텔레콤과 약정을 맺고 11번가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11번가 관계자는 “현재 모회사 SK텔레콤이 자회사 5~6개의 역량을 시장에서 평가받겠다는 목적으로 순차적으로 상장 준비를 하고 있다. 가장 먼저 원스토어가 본격적으로 상장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11번가 또한 2023년 상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현재로선 따로 준비하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11번가는 2016년 이후에 적자규모를 상쇄시키면서 안정적인 수익구조로 체질개선을 하고 있다”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거래액 성장 쪽에 포커스를 둘 것이며 앞으로도 상장을 급히 서두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SSG닷컴도 쿠팡을 의식해 급하게 상장에 나서기보다는 가진 강점을 살리는 등 성장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SSG닷컴 관계자는 “상장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급하게 추진할 이유는 없다”며 “SSG닷컴은 전국 이마트 점포와 백화점 등을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온오프 구분이 없어지고 있는 만큼 합종연횡에 나서는 등 가진 장점들을 잘 활용해 꾸준히 성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소셜커머스’로 묶여 쿠팡, 티몬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던 위메프와 새벽배송업체 마켓컬리도 특별한 상장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상장보다는 본원적 경쟁력인 합리적인 가격과 사용자 편의성에 집중해 차분히 진행하려 한다”며 “향후 방향성을 유저와 기술, 두 가지 축으로 잡고 철저히 유저 중심에서 서비스와 좋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기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자 상태에서는 국내 상장 요건에 적합하지 않은 만큼 흑자전환에 매진할 계획이다”라며 “당분간 성장에 집중할 계획이라 상장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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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이미 1인자…업계 “상장 ‘고삐 조이기’보다 고유 경쟁력 찾겠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상장 목적이 자금 조달인 만큼, 현재 조성된 이커머스 업계의 판이 뒤바뀔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수가 있다는 입장도 나온다. 어차피 ‘업계 1등 사업자’인 쿠팡의 방향성은 뚜렷이 정해져 있고, 대규모 자금이 수혈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으로 본다는 해석이다.

이에 상장 여부와 함께 이커머스 업계 성장을 위해 기업끼리 전략적 제휴를 맺는 ‘합종연횡’ 또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11번가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손을 잡았고 SSG닷컴을 운영하는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과 만나 양사 연대 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적자 상태가 지속돼 온 만큼 자금 조달을 목표로 꾸준히 상장 작업을 해 왔다”며 “업계에서는 이번 상장 도전보다는 오히려 앞서 로켓배송을 위한 4조원 단위의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을 때가 굉장히 충격이었고, 이를 기반으로 이미 지난해 이커머스 판도는 재편됐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쿠팡이 1등 사업자로의 기반을 다지고 있고 여기에 네이버라는, 쿠팡과 다른 영역에서 파워풀한 사업자가 쇼핑커머스에 나서 이강 체제가 자리 잡았다”며 “쿠팡이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는다고 해서 이커머스 판도가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롯데와 신세계 등 기존 오프라인공룡에 더해 11번가와 G마켓 등 경쟁력을 갖춘 이커머스 사업자들이 존재하고 있는 만큼 이커머스 점유율 경쟁은 기존과 같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3위, 4위 사업자라는 위치를 위해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진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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