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이상렬 감독 사태, 그룹 경영진이 결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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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24. 오후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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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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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사진=뉴스1.
KB금융그룹은 스포츠와 인연이 깊다. 박찬호, 김연아, 박태환, 손연재, 박인비, 윤성빈 등이 KB금융그룹의 후원을 받은 선수들이다. 무명 때부터 ‘떡잎’을 알아보고 손을 잡았다. 세계적 스타가 된 이후도 함께 했다. 그룹 이미지를 높인 것은 물론 경제적 효과도 덤으로 따라왔다. 한 번 연을 맺으면 은퇴할 때까지 같이 간다는 ‘의리’가 KB금융그룹 스포츠 마케팅의 모토가 됐다.

KB금융그룹은 후원 대상의 실력, 잠재성 못지 않게 인성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력이 출중해도 인성에서 문제가 있다면 선택하지 않았다. 잡음이 있으면 쓰지 않는다는 원칙이었다.

그런데 KB금융그룹 산하 스포츠단인 남자프로배구팀 KB손해보험의 이상렬 감독 인선은 KB금융그룹의 방향성과 다소 다르다. 과거 선수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전력이 있음에도 기용했다.

이 감독은 2009년 아시아배구선수권 국가대표팀 코치였다. 당시 국가대표였던 박철우 선수를 폭행했고 이 감독은 대한배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 정지’를 받았다. 태릉선수촌장으로부터 형사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기한 자격정지는 2년만에 풀렸고, 지도자 자격이 복원돼 2012년 경기대 배구부 감독에 이어 지난해 4월 KB손보 배구단 감독에 선임됐다.

이 때에도 피멍이 든 얼굴로 기자회견에 나섰던 박철우 선수의 얼굴을 기억하는 배구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손보는 밀어붙였다. 이 감독이 KB손보 배구팀 전신인 LG화재에서 뛴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점과 그 정도의 징계를 받았으면 됐지 않았느냐는 온정주의가 작용했을 것이다.

이 감독이 올 시즌 잔여경기 출장 포기 의사를 밝히는 선에서 사태가 정리되기를 원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KB금융그룹이 스포츠 마케팅에서 ‘의리’와 함께 강조했던 ‘인성’ 중시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는 KB손보 배구단과 모회사 뿐만 아니라 KB금융그룹 전체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

최근 흥국생명 배구단의 이재영·이다영 자매 학교폭력 이후 불거지고 있는 ‘미투 운동’에 버금가는 스포츠계 폭행 문제는 으레 운동판은 다 그러려니 하는 방심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다. 이 감독의 복권이나 프로배구단 감독 선임 역시 KB금융그룹의 안일함이 부른 사태라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8월 프로야구팀 NC다이노스는 고교 최대어 김유성 선수의 1차 지명을 철회했다. 김 선수의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이 드러나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구단과 모그룹인 NC소프트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런 면에서 KB금융그룹의 대응은 비교가 된다. 앞서 언급했듯 광고모델을 고를 때도 인성과 그룹 이미지를 중하게 여기던 전통과도 배치된다.

그룹의 보험 부문장이자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 중 한 명인 양종희 부회장이 CEO(최고경영자) 때 영입했던 이 감독을 후임 김기환 사장이 내보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일은 평소 KB손해보험 선수단 이름을 모두 외울 정도로 스포츠 사랑이 각별한 윤종규 회장을 비롯한 KB금융그룹의 경영진들이 먼저 나서 풀어야 한다.

폭력에 면죄부를 주고 인선을 잘못한 것을 바로 잡는 것은 ‘올바른 금융의 가치를 지켜간다’는 KB금융그룹의 모토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김세관 기자 s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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