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계절이 끝났다. 피서객으로 북적이던 바닷가도 한산하다. 올여름 바다에서 여러분은 무엇을 봤는가. 바다는 맑고 푸르고 모래밭은 반짝이던가. 자고 일어나면 해변은 말끔하게 치워져 있던가. 그렇다면 여러분은 바다의 극히 일부만 봤다. 아니, ‘가짜 바다’를 봤는지도 모른다.

해양오염 문제 전문가인 찰스 무어는 바다를 일컬어 ‘지구의 쓰레기통’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7년 일본과 하와이 사이에 한반도 면적의 7배나 되는 ‘쓰레기 섬’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낸 인물이다. 이 쓰레기 섬은 지금도 계속 그 덩치를 키우고 있다. 이것이 머나먼 태평양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일일 뿐일까.

해양 쓰레기 문제의 난점 가운데 하나는 정확한 통계수치가 없다는 점이다. 바다라는 광대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오염 실태를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해양 쓰레기의 규모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특정한 표본을 통해 ‘빙산의 일각’을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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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2014년 7월 거제도 동쪽 해상에 모인 해양 쓰레기. 어업 과정에서 버려지는 것들이 많다.
우리에게도 빙산의 일각 같은 자료가 있다. 그러나 실은 빙산 전체만큼이나 중요한 조사 자료다. 국내 해양 쓰레기의 실태를 유추해볼 수 있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의 의뢰로 사단법인 동아시아바다공동체가 매년 전국의 특정 해안을 조사한 자료가 그것이다.

지난해 동아시아바다공동체가 지역의 환경단체 등과 함께 전국 40개 지역 해안(동해 10곳, 서해 18곳, 남해 12곳)을 각 여섯 차례에 걸쳐 조사했다. 조사 결과 40개 해안 가운데 개수별로 가장 많은 쓰레기가 발견된 곳은 강화 여차리갯벌(7617개 수거)이었다. 그다음으로 인천 덕적도 서포리해변(5132개), 포항 구룡포 대보해변(4537개), 마산 봉암갯벌(3158개), 거제 두모몽돌해변(2910개) 순서였다. 이렇게 전국 40개 해안을 두 달에 한 번꼴로 여섯 차례 조사한 결과 해양 쓰레기의 총합은 개수로 7만2399개. 무게로 30t, 부피로는 8만9639ℓ에 달했다. 물론 이는 국내 해변 전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양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조사팀은 경포대·해운대·대천 등 피서객이 많이 찾는 유명 해변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들 유명 해변의 경우 지자체에서 집중적으로 수거 작업에 나서기 때문에 평균적인 해양 쓰레기 발생량을 측정하는 데 부적합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 결과 7~8월 휴가철에 해양 쓰레기가 집중될 거라는 짐작과 달리 조사 시기별로 큰 편차가 없었다. 해양 쓰레기가 1년 내내 어디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2008~2009년 정부가 실시한 국가 해양 쓰레기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하천 등을 통해 해양으로 유입되는 육상 쓰레기의 비중이 44%인 데 비해 해양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51%로 나타났다. 해양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주로 플라스틱 어구, 스티로폼 부표(바다에 떠 있는 플라스틱 표지), 밧줄 등 주로 어업 과정에서 버려지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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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동아시아바다공동체가 지난해 조사한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해양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이 무엇인지 명확해진다. 해양 쓰레기를 분류한 결과 플라스틱 종류(55.6%)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플라스틱류에는 어구를 비롯해 페트병·포장재 등 생활용품이 포함된다. 넓게 보면 플라스틱류에 포함되는 스티로폼(14.7%)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담배꽁초·불꽃놀이 용품(5.6%), 유리(4.8%), 외국발 쓰레기(4.7%), 나무(4.7%), 금속(3.8%), 종이(2.3%), 의류·천(2.3%) 순서였다. 현재 해양오염의 주범이 플라스틱이라는 조사 결과다(오른쪽 그래프 참조).

‘보이는 쓰레기’에만 집중된 정부의 해양 관리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 ‘미세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말 그대로 매우 작은 플라스틱 입자인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는 경로는 두 가지다. 우선 원료 자체에 미세 플라스틱이 쓰이는 경우다. 치약·화장품·세정제 등에 쓰이는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가 하수관을 따라 바다로 흘러간다. 플라스틱 제품이 파도에 의해 잘게 쪼개지거나 마모되면서 미세 플라스틱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한국 역시 미세 플라스틱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발표한 ‘미세 플라스틱에 의한 연안 환경오염 연구’에서 꽤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전국 해안 12곳을 대상으로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경남 거제 앞바다의 경우 1㎥당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평균 21만 개 들어 있었다. 해외 평균보다 8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같은 방법으로 조사한 싱가포르 해역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 수보다 100배 넘게 많았다. 전북 부안에서는 해변가 모래 1㎡당 14만 개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 거제·고성·통영·부안 등 주로 양식업이 활발한 지역의 미세 플라스틱 밀도가 높게 나왔다.

관련 연구에 참여한 이종명 해양쓰레기연구소 소장은 “양식장에서 쓰이는 스티로폼 부표가 미세 플라스틱의 주범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스티로폼은 다른 플라스틱 종류에 비해 더 잘게 부서지는 특성이 있다. 2015년 기준 해수면 양식업 면적이 14만9793ha(잠실야구장 2만5000여 개 면적)에 달하는 우리로서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이미 현실로 닥친 문제임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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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선영지난 8월9일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한강에서 미세 플라스틱 규제 법안 제정을 촉구했다.
해양 쓰레기 문제는 정부로서도 골칫덩이다. 2014년 정부가 발표한 ‘제2차 해양 쓰레기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2018년까지 3319억원을 투입해 해양 쓰레기를 관리한다. 지자체가 자체 투입하는 비용까지 더하면 액수는 크게 늘어난다.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가 ‘수거와 청소’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눈에 띄는 해양 쓰레기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오염원 차단 정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해양오염의 경우 어느 한 부처가 처리할 수 있는 문제를 넘어섰다. 미세 플라스틱처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의 경우 부처 합동으로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플랑크톤은 바다로 흘러간 이런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섭취한다. 이후 먹이사슬 관계에 따라 결국 우리 식탁까지 오르게 된다. 환경단체들이 미세 플라스틱이 인간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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