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뉴스] 창작·개발의 요람으로… ‘다시 세운’ 장인의 손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청년 창업자와 협업 나선 세운상가
류재영 장인(왼쪽)과 세운 메이커스 큐브 ‘VoRi’ 배현종 대표가 협업해 제작한 ‘made in 세운’ 1호 제품인 스피커를 들고 있다.
1967년 지어진 세운상가는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로 한때 유명 연예인과 고위공직자, 대학교수 등이 입주해 살았다. 강남이 개발되면서 이들이 떠나고 전자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았지만 80년대 후반 용산에 전자제품 상가가 생기면서 세운상가는 사람들에게 잊히기 시작했다.

세운상가는 현재 서울시가 시행한 도시재생사업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활력을 되찾고 있다. 세운상가와 대림상가를 잇는 보행 데크를 따라 조성된 스타트업 창작·개발 공간인 ‘세운 메이커스 큐브’에는 메이커 창업자, 미디어 아티스트 등 17개 분야의 청년 스타트업이 들어섰다. 세운상가 주변에는 전자부품을 파는 곳이 많아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어떤 재료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진 기술 장인들에게 자문을 받기 좋다는 것이 이곳만의 장점이다. 
차광수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발명품을 소개하고 있다.
차 전자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부품 서랍.
‘차 전자’ 차광수 대표 작업대 위에 걸린 시계.
음악가와 차광수 장인이 예술작업의 일환으로 만든 카세트 플레이어 ‘두 카세트(DOCASSETTE)’. 카세트 플레이어가 최초로 만들어진 이후부터 줄곧 당연시됐던 빨리감기·되감기 기능을 빼버린 것이 특징이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전자 수리점 사이에서 헤매다 찾아낸 ‘차 전자’에서 차광수(61) 대표가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3평 남짓한 작은 방에는 각종 부품이 담긴 작은 서랍이 한쪽 벽을 메웠고 작업대에는 직접 개발한 발명품들이 가득했다. 차 대표는 전파사에 취직해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80년대부터 세운상가에 자신의 가게를 내고 수리 일을 하다 발명에 흥미를 느껴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실제 구현하지 못하는 물건을 만들다 보니 ‘발명왕’이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차 대표는 “재미있는 것을 하려고 한다. 재미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운상가 기술 장인들은 옛 것부터 요즘 것까지 모든 기술을 섭렵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젊은 사람들과 만나 항상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한다. 
류재영 장인이 자신의 연구실에서 작업하고 있다.
류재영 장인의 연구실에 진열된 진공관 앰프.
류재영 장인이 연구실에서 돋보기로 진공관 앰프를 살펴보고 있다.
류재영 장인 연구실의 작업 도구들.
류재용 장인과 ‘VoRi’ 배현종 대표가 협업해 만든 스피커.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방식이 특징이다. 제품 이름은 미정이지만 실질적인 ‘made in 세운’ 1호 제품이다.
또 다른 기술 장인 연구실에는 다양한 앰프 스피커가 자리 잡고 있었다. 세운상가 전성기 때부터 일을 시작한 50년 경력의 류재영(73) 장인은 경력만큼이나 이력도 화려했다. 전화교환기, 스크린골프의 공을 추적하는 핵심 기술, 궐련형 전자담배 개발 등 수많은 발명 특허를 냈다. 우리나라 첫 로켓 발사에도 참여했다. 지금은 진공관 앰프를 만드는 일에 푹 빠져 있다. “남은 인생을 재미있게 즐기며 살고 싶다”며 류재영 장인이 세운 메이커스 큐브에 입주한 ‘VoRi’ 배현종 대표와 함께 제작 중인 시제품을 소개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형태의 스피커다. 스마트폰으로 아날로그 스피커를 연결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실질적인 ‘made in 세운’ 1호 제품이다.
세운 메이커스 큐브에 입주한 ‘만드로’에서 제작한 전자의수.
세운 메이커스 큐브에 입주한 ‘써큘러스’가 개발한 가정용 반려로봇 ‘파이보’.
세운상가는 지금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청년 창업자와 노련한 기술 장인이 협업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기존 산업과 새로운 기술 융합으로 4차 산업을 이끌 창의 제조산업의 거점으로 거듭나는 세운상가가 되길 기대해 본다.

사진·글=남정탁 기자 jungtak2@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세계일보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