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되진 않지만 뜨거운 청춘들! 결코, 슬프지 않다. 이유는 간단한다. 그들은 스스로에게 솔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생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생각하며 시린 상처와 고통 위에서도 진짜 재미난 세상을 꿈꾸고 상상한다. 즐겁지만 가볍지 않다. 재미를 위해서야말로 진짜 많은 고민이 필요함을 안다. 즐겁다는 것은 결국 태도의 문제, 즐거운 상상과 고단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실천을 통해 인생의 방향과 문화의 의미, 삶의 태도 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한 독립문화기획자의 고백 같은 이야기.
-‘재미난 복수’, 그 8년간의 이야기.
2003년, 혈기왕성하고 재기발랄한 젊은이들 몇몇이 모여 부산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자발적인 네트워크와 기획을 통해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하듯’ 출발한 문화기획단체 ‘재미난 복수’. 그러나 8년이 지난 지금, ‘재미난 복수’는 2008년 독립문화공간 아지트AGIT까지 오픈하며 명실 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문화행동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재미난 복수’의 시작과 현재, 그 동안 걸어온 지난 8년간의 이야기를 창단멤버이자 예술 감독 류성효가 한 바탕 파티처럼 생생하게 기록하여 우리에게 전해준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꾸며, 재미도 있지만 ‘함께 하는’ 복수를 꿈꾼다!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내게 상처를 준 선생들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유일한 복수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다.” 라는 무라카미 류의 소설 한 부분에서 영감을 얻어 ‘재미난 복수’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
그러나 재미난 복수는 단순히 놀고 마시는 행사를 위해 활동하지 않는다.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중심으로 여러 사회단체 및 문화단체와 결합하면서 지루한 세상에 대한 재미난 복수를 시도해왔다. 중요한 것은 즐거움, 행복, 재미 등의 전제에 ‘함께’ 라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여전히 풋풋하고 거침없는 이 이름 없는 청춘들. 그들이 한 자리에 둥지를 틀고 함께 보낸 뜨거운 시간들, 좌충우돌하던 과정들을 들여다보자. 여전히 자신들이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 중인 이들의 모습은 불완전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다.
-‘뜨거운 가슴’ 만큼이나 ‘냉정한 머리’ 도 필요하다.
한국에 문화기획자들은 많지만, 그 앞에 ‘지역’ 이란 말을 붙이면 어떨까. 문화란, 형식에 그치거나 교과서적으로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니며 오히려 상황에 유연하게 반응하고 보다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형적이랄 만큼 중앙 집중화된 한국사회에서 부산이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8년이란 시간을, 그것도 매 년 엄청난 기획과 행사들을 진행해 온 ‘재미난 복수’ 의 가치와 저력은 만만한 것이 아니다.
단순히 지난 8년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이 기록과 평가 작업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지향하기 위해 기획된 이 책은, 어떤 이에게는 편안하고 재미있는 읽을거리로, 어떤 이에게는 문화기획의 속살을 유감없이 알게 되고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계기로, 또 어떤 이에게는 2000년대 한국의 인디, 대안문화 등 이른바 젊은 문화의 동향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