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보낸 꿈 같은 일주일
마냥 행복하고 꽃길만 걸었던 것도 아닌데,
심지어 머리채가 잡히기도 했건만!
나는 왜 이 도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걸까?
그렇게 파리에 머물게 되었다
미얀마 여행 중에 프랑스인 소피를 만났다. 그녀는 파리, 그것도 중심가에 살고 있었다. 파리 여행 중 지하철 파업 때문에 곤란했던 이야기를 하자 소피는 다음에 파리에 오면 자신의 집에 머물 것을 권한다. 저자는 그렇게 다시 찾은 파리에서, 소피의 집에 일주일간 머물게 된다.
책에는 1994년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파리를 방문하며 있었던 에피소드와 소피의 집에 머물면서 겪게 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눈앞에서 불어를 쓰는 사람을 보고 파리에 왔음을 실감하는 여행자의 설렘을 전하기도, 때로는 숨길 수 없는 여행 작가의 직업병을 발휘해 도시 곳곳의 명소를 알려주기도 한다. 저자의 솔직하고도 꾸밈없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파리를 향한 애정이 퐁퐁 샘솟는다.
파리지앵처럼 일상을 즐기다
잠이 덜 깬 눈으로 대충 옷을 챙겨 입고 빵집 앞 대열에 동참한다. 여느 파리지앵처럼 크루아상과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시티바이크인 벨리브를 타거나 (파업만 안 했으면) 지하철을 타면서 이동하고, 때로는 걷고 또 걸으며 하루를 보낸다. 뤽상부르 공원의 의자에 앉아 바게트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고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이나 햇살 아래 누워 광합성을 즐기는 이들, 체스 게임과 그림을 그리는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현지 친구의 점심 초대에 응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도 하며, 다양한 파리지앵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책 속의 파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관광지, 혹은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로망으로 다가가기보다 그곳에서 겪게 된 소소한 이야깃거리들로 가득하다.
예술과 낭만의 도시를 만나다
파리는 고대와 현대, 그리고 미래가 함께하는 도시다. 많은 건축물들이 그들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말해주고, 거리나 지하철의 예술가들은 홀로 걷는 길 위의 재미를 더해준다.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한적한 시간을 보내는 파리지앵들. 그들의 예술과 유행은 우아하면서도 여유가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 파리에서는 단순히 관광명소나 풍경만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 찬란했던 프랑스의 역사와 혁명, 전쟁, 희생을 통해 만들어진 건축물과 예술품들, 화려하고 다양한 생활방식은 물론 음식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즐거움이 당신을 기다린다.
품 속 그들과 함께 걸었다
저자의 눈에 비친 파리는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노트르담 대성당에선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를 떠올린다. 빅토르 위고는 노트르담 한쪽 탑에서 ‘숙명’이란 뜻의 그리스어를 발견한다. 이는 소설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어 세계적인 작품을 탄생시킨다. 빅토르 위고가 15세기 노트르담의 모습을 소설 속에 생생히 구현한 이유나 6개월 만에 작품을 완성시킨 뒷이야기까지 만나 볼 수 있다.
또한 파리는 낭만의 도시답게 수많은 로맨스 영화의 배경으로도 등장한다. 책에서는 [비포 선셋]과 [아멜리에] 속 명소와 주인공의 발걸음을 따라가 본다. 특히 [비포 선셋]의 남녀 주인공인 제시와 셀린느가 9년 만에 만나게 된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을 시작으로 작별을 미루던 그녀의 아파트먼트까지, 골목골목을 함께 걷는다. 책을 읽다 보면 영화 속 장면들이 머릿속에 펼쳐지며 파리에서의 특별한 로맨스를 꿈꾸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
누구나 여행을 꿈꾸지만, 낯선 곳에서의 경험이 언제나 낭만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서툰 걸음에 길을 잃기도, 때로는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저자 역시 프랑스에서, 그리고 파리에서 당황스러운 사건들과 맞닥뜨렸다. 익숙지 않은 시스템에 보증금을 물어야 하는 위기는 아주 작은 에피소드일 뿐, 가방을 도난당하거나 눈앞에서 카메라를 빼앗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저자에게 다가와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었다. 파리에서 좋은 기억을 갖길 바라며, 또 나쁜 기억에 대해 미안해하며 다가온 그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파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기억 때문이다. 그렇게 지워지지 않는 추억이 있는 한, 파리에 대한 사랑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