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카페밥 레시피
『밥먹는 카페』
1. 카페인데 밥을 파는 카페라고?
한 집 건너 카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카페 문화가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공사 이후 새 간판을 준비하는 상점들이 있어 가만 지켜보면 영락없이 카페일 경우가 다반사다. 한 끼 밥값은 아끼면서 한 잔 찻값은 비싼 줄 모르고 지갑을 여는 분위기라지만 카페 또한 또렷한 개성이 없다면 살아남기 힘든 것은 당연지사, 해서 치열한 경쟁 속에 저마다 분명한 컬러를 표출하기 위한 콘셉트 덧입히기가 요즘 카페의 트렌드라 한다. 그 가운데 밥도 먹고 차도 마시는 일석이조의 ‘밥카페’가 비교적 안정세 있는 붐을 일으키는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이를테면 데이트라고 치자. 밥 맛 좋은 식당에서 한 끼 밥을 먹고 차 맛 좋은 카페에서 한 잔 차를 마셔야 하는 나름의 이중고를 어떻게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까. 돈은 아끼고 만족은 늘리는 묘안을 찾는다면 방법은 하나, 그것도 아주 단순한 해답이 하나. 이 두 가지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최고의 셰프와 식당을 찾는 것, 그리고 그 맛이 만족스러웠다면 단골이 되는 것, 훗날 좋아하는 메뉴를 내 집 주방에서 따라 할 수 있게끔 레시피에 관심을 갖는 것, 그렇게 내 집 주방을 최고급 ‘밥카페’로 만들어보는 과정에 이르는 것.
홍대 근방 ‘밥먹는 카페’의 주인이자 쿠킹 스튜디오 ‘네츄르먼트’의 대표 이미경 요리연구가는 이 모든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오랜 고심 끝에 카페에서 먹을 수 있는 사계절 자연 밥상을 여기 이렇게 내놓기에 이르렀다.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친근한 식재료에 다섯 가지 과정을 넘기지 않고 갖은 양념을 배제한 심플하고 건강한 음식’을 모토로 하는 주인장의 요리 철학에 따라 빚어진 레시피 북, 한번 들여다볼까?
2. 『밥먹는 카페』의 사계절 카페밥 레시피
● 밥먹는 카페의 원 플레이트
『밥먹는 카페』는 총 일곱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첫 챕터는 밥먹는 카페의 대표적인 메뉴를 계절별로 나누어 소개하는 페이지들의 모음이다. ‘원 플레이트’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접시 하나에 밥, 반찬, 국이 총 6가지로 담기는데, 이를 토대로 다양한 메뉴 구성 가운데 비교적 큰 사랑을 받은 사계절 대표 음식 72가지를 추렸다. 예를 들어 『밥먹는 카페』의 3월 메뉴는 ‘봄나들이 초밥’, 이에 추가되는 메뉴는 봄꽃 초밥, 부추 달걀국, 봄나물 겉절이, 멸치 고추장 조림, 돼지고기 안심 샐러드, 냉이 호박전, 그리고 커피나 직접 담근 과일청이 곁들여지니 접시 하나라는 소박한 테이블이라지만 한 끼 밥으로 부족함이 전혀 없어 보인다.
● 밥먹는 카페의 원 런치 박스
두번째 챕터는 ‘런치 박스’라는 테마 아래 비교적 도시락처럼 가볍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집 밖에서 차려지는 식단이므로 메뉴도 크게 meal, side dish, dessert로 한 가방에 3가지씩만 담았으나 맛 요기로나 멋 요기로나 모자람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유난스러운 재료 없이 평범한 음식 재료로 이렇게 맛깔 나는 도시락을 쌀 수 있다니, 아이들 소풍이나 남편 야유회나 야외서 먹는 어떤 자리에서든 눈에 띄게끔 세팅하게 해주는 요령마저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으니 두루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챕터가 아닐까 한다.
● 밥먹는 카페의 원 볼 파스타
세번째 챕터는 ‘원 볼 파스타’라고 하여 흔한 밥상 뒤에 별미로 낼 수 있는 파스타 메뉴 다섯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요리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가벼운 파스타 정도는 집에서 많이들 해먹는 분위기이므로 최소한 이 페이지를 집중하여 익혀둔다면 유명 레스토랑에서 맛보게 되는 어떤 파스타든 재료를 응용하여 자기만의 레시피에 그 메뉴를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문제는 파스타 만들기의 기본기다. 『밥먹는 카페』에서 소개하는 봉골레 스파게티, 브로콜리 새우 크림 소스 파스타, 채소를 올린 푸타네스카, 라자냐, 카레를 넣은 펜네, 이 다섯 가지라면 파스타 만들기의 베이스 다지기는 충분할 거라고 본다.
● 밥먹는 카페의 원 볼 샐러드
네번째 챕터는 샐러드 파트다. 자연식 건강 메뉴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식탁 위에 제 자리를 성큼 선점한 것이 바로 샐러드. 신선한 채소 그대로를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타의 재료를 한 데 넣는 마술 레시피로 다양하게 버무려낸다면 다양한 이들의 제각각인 입맛을 고루 충족시키기에 충분할 터, 무한 변신을 꾀하게 하는 샐러드 요리법을 요목조목 배우고 익혀볼 수 있게 하였다.
● 밥먹는 카페의 테이크 아웃 푸드
다섯번째 챕터는 밥과 국에 물린 사람들에게 권할 수 있는 이른바 ‘테이크 아웃 푸드’다. 밥이 좋다만 1년 365일 밥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 해서 밥만큼의 영양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밥과 다른 별미를 자랑하는 메뉴들을 여기 모아봤다. 샌드위치, 주먹밥, 쿠키, 파이, 케이크, 브라우니, 만주 등 밥이 되는 간식거리들의 특색 있는 조리법이 간단하면서도 간편하게 정리되어 있다.
● 밥먹는 카페의 사계절 과일청
여섯번째 챕터는 요즘 들어 더더욱 각광을 받고 있는 과일청의 총 집합이다. 신선한 과일에 설탕만 있으면 두고두고 귀한 음료로 저장하여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로 두고 마실 수 있으니 한번쯤 시도해보면 좋을 듯. 매실청, 석류청, 사과청, 레몬청, 오미자청, 유자청, 복분자청, 블루베리청 등 흔한 재료들이니 틈 날 때마다 조금씩 사서 담가두고 그날을 메모해서 개봉하는 날 티 타임을 가져보는 추억놀음은 어떨지.
3. 제대로 된 밥 한 끼, 제대로 된 차 한 잔 『밥먹는 카페』
『밥먹는 카페』는 따라 만들기 쉽게끔 모든 메뉴의 레시피를 깔끔하게 요약하고 정리했다. 요리 과정 또한 최대 여섯 단계 이상을 넘지 않게끔 간소화하였으며 무엇보다 값비싼 조리 기구나 불필요한 주방 도구를 생략함으로써 요리에 처음 입문하는 이들이거나 그간 전문적인 요리책에 기가 질려 있던 이들에게 손쉬운 요리 백과가 되도록 하였다.
손끝이 여물지 못해 그간 집으로 변변히 손님 초대 한번 못한 에디터가 책을 만드는 동안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원 플레이트’ 완전 정복에 나섰고, 하나하나 조리해본 끝에 나만의 원 플레이트 메뉴를 구성할 줄 알게 되었다면 이보다 더 요긴하면서도 긴요한 요리책은 없지 않을까. 여타 요리책의 두 배가 넘는 분량의 『밥먹는 카페』 한 권이라면 당분간 다른 요리책을 탐할 마음은 싹 사라질 거라 감히 자부하는 바다.
더불어 매 페이지마다 요리 비책 이외에 쓰임이 잦은 여러 실용적인 정보를 ‘cafe owner’s tip’이라 하여 아이디어 뱅크로 저장해두었다. 이른바 요리 선배가 귓속말로 전수하는 요리 이면의 지혜일 텐데, 밑줄 그어가며 읽어두면 두고두고 쓰임이 꽤 쏠쏠할 듯하다.
책에 실린 메뉴를 따라 하다 막히는 지점을 만난다면, 그리하여 답답한 마음이 든다면 언제든 홍대 근방 ‘밥먹는 카페’를 찾아오시면 되니, 쿠킹 클래스의 기회 또한 언제나 열려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터다. 레시피를 따라 만든 내 원 플레이트와 ‘밥먹는 카페’의 오리지널 원 플레이트의 맛을 비교해가며 부족함을 채운다면 요리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이보다 빠른 대안은 없을 거라고 본다.
4. 카페 오너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카페 창업 트레이닝 북
『밥먹는 카페』는 일곱번째 챕터를 통해 카페 창업에 대한 많은 이들의 궁금증에 풍부한 해답을 주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만만할 것 같으나 막상 내 손으로 운영하려고 하면 봉착하는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카페. “어느 날 문득, 카페나 해볼까?” 하여 꿈을 꾸게 된 이들에게 보다 요령 있는 지침서로서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메뉴부터 인테리어, 창업 비용, 카페 영업 신고 과정, 잡화 및 소품 구입, 카페 운영의 노하우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다 알려줘도 되나 싶은 핵심 정보를 세세하면서도 정확한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내 집 주방이 최고급 카페가 되는 사계절 Magic Recipe, 밥먹는 카페에서 전수하는 사계절 Cafe Lesson, 이렇듯 『밥먹는 카페』에 오롯이 담았다.
작가의 말
제게는 초등학생 시절 텔레비전의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깨알처럼 써내려간 작은 수첩이 있습니다. 그 수첩을 보면서 요리하는 일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즐겁게 일을 해왔습니다.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꾼다는 카페 오너,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커피 향 가득한 카페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시작하는 우아한 하루를 생각했지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카페를 열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요리를 해왔으니 좋아하는 커피를 즐기며 요리를 만들어 파는 일도 어려운 일은 아닐 듯하다는 무모한 용기. 그리고 무한의 지지를 아끼지 않는 또다른 주인장의 도움으로 겁도 없이 카페를 시작한 것이지요.
그러나 준비되지 않았던 초보 주인에게 테이블 4개짜리 작은 카페를 경영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인테리어, 스태프의 구성과 관리, 홍보, 손님들 입맛에 맞는 메뉴 선정, 재무관리 그 외 카페 기물과 재고 관리…… 하루를 커피로 시작하느냐고요? 무슨 말씀을요. 하루의 시작은 앞치마를 두르고 팔을 걷어붙이며 시작됩니다.
골목골목으로 이어진 작은 밥먹는 카페를 찾는 손님들에게 소소한 기쁨이 되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일은 참 행복합니다. 그 손님들이 친구나 연인, 가족들과 다시 찾아줄 때는 반가운 마음에 맛있는 반찬이라도 한 가지 더 얹어드리고요. 오늘의 플레이트 메뉴를 집에서 만들어보겠다고 의지를 보이는 손님들에게는 즉석 쿠킹 클래스를 열기도 합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매상을 올린 날보다는 넉넉히 드린 카페 음식을 맛있다며 남김없이 비워주실 때 더 신이 납니다. 카페 오너를 하지 않고서는 결코 느낄 수 없을 소소한 기쁨이 저를 춤추게 합니다.
한 사람의 아내이자 엄마, 요리연구가란 여러 개의 명함으로 하루를 24시간이 아닌 48시간으로 살던 제게 생긴 또 하나의 직함 카페 오너. “나, 바빠요”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밥먹는 카페』라는 책을 쓸 결심을 한 까닭이 있습니다. 앞으로 카페 오너를 꿈꾸는 분들이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밥먹는 카페의 자연식 메뉴를 집에서 만들어 먹고 싶다는 단골손님들의 강력한 요청. ‘며느리도 몰라’를 실천해야 성공한다고 조언하는 몇몇 사람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밥먹는 카페의 모든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밥먹는 카페 주인 이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