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남북이 함께 북-미 관계 정상화의 다리를 만들자 -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의 1차 목표 / 김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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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4.25. 오후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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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민웅 경희대 교수·미래문명원

기대가 높고 뜨겁다. 그렇기에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본질이 더더욱 제대로 짚어져야 한다. 자칫 곁가지를 줄기와 혼동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전쟁 위협을 돌이킬 수 없게 압도할 수 있는 “평화의 제도화”는 그걸 가로막고 있는 원인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즉시 가동 가능한 전쟁체제에서 위협의 근본적 진원지는 어디까지나 “북-미 적대전선”에 있다.

남북관계의 해결은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외교전략상 내놓고 말을 하긴 어렵다 해도, 미국의 패권전략에 한반도 평화가 희생되어온 상황을 풀어내는 방식과 절차, 그리고 의지가 관건이다. 남과 북 사이에 독자적으로 합의해야 할 사안도 적지 않지만, 미국과의 관계가 정리되지 못하면 이 모든 것들은 모래 위에 짓는 집과 다름없다. 이번 정상회담은 우선 그 길을 “남과 북이 함께 뚫어내는 과정”이자 말 그대로 그 “신작로”를 통해 우리에게로 다시 돌아오는 전략적 여정이다.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의 동반 성공 전략이다. 명확한 관점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목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남-북, 북-미를 단계적으로 밟고 이를 기반으로 남과 북 그리고 미국 사이의 “3자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면 한반도 평화 해법의 종합적 출발점이 된다. 미국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과 3자 정상회담의 경험이 있다. 물론 이 모델에선 미국이 중재자로 등장하고, 우리의 경우 남쪽이 중재자라는 차이가 있긴 하나 “평화의 제도화”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언론은 이와 같은 큰 맥락에 이르는 궤도보다는 북한의 비핵화를 집중 거론하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여전히 경계한다. 물론 비핵화가 평화협정과 북-미 관계 정상화의 선결조건이라는 점에서 이런 논의는 당연하다. 구체적인 지점에서 명확한 해법이 정밀하게 마련되지 못하면 전체의 진행이 의도치 않게 가로막힐 수 있다는 점에서도 섬세한 검토는 필수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장 해체는 북의 체제 안전과 미래 국가발전 전략을 보장할 북-미 관계 정상화라는 경로가 확실해지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또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논리는 핵 선제공격 전략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패권적 군사체제 미국한테도 적용된다는 점을 동시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비핵화 논의는 북한의 전면적 무장해제를 의미하지 않으며, 미국의 군사적 압박의 존속과 유지를 뜻하지도 않는다.

미국이 평화협정에 적극성을 보이지도 않고 관계 정상화의 비전은 내놓지 않은 채 북한의 무장해제를 일방적으로 도모하거나, 핵 선제공격 전략을 계속 유지할 자세를 취한 채 협상에 임한다면 결과는 더 엄중해질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경제에 치중하려 한다고 논평하는 언론들은, 북의 입장이 핵 문제와 관련된 체제위협 제거를 기반으로 한 경제전략 선택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경제”라면서 생각이 바뀌어 추진하는 병진노선 수정이 아니라, “군사 문제 해결을 토대로 한 외교와 경제”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북의 비핵화 못지않게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전면 철폐가 핵심이 된다.

그렇다면 이번 정상회담의 풍경은 명료해진다. 남과 북의 우호적 관계가 세계만방에 감동적으로 과시되고, 이를 기반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폐기를 이끌어내는 “남북 공동 외교의 장”을 펼치는 것이다. 핵무장이 더 이상 필요도 의미도 없는 상황, 그리고 북과 미국의 외교적 관계가 새로 이루어지면서 동아시아 전체의 경제지도가 달라지는 것을 예고하는 격변의 드라마 말이다. 개성이 동아시아의 공장이 되고 황해도 해주가 국제금융도시로 떠오르게 되는 상상, 비무장지대(DMZ)가 세계적 평화도시로 가꾸어지는 꿈, 이젠 정말 해볼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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