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에 불로(不老)라는 이름은 두 번 나온다. 연년익수불로단(延年益壽不老丹)과 신선불로환(神仙不老丸)이다. 수천 가지 처방명 중에서 늙지 않는다는 이름을 붙일 만한 처방이다. 연년익수불로단은 해가 가고 나이를 먹어도 늙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은 약 처방이다. 적하수오·백하수오·지골피·백복령·생건지황·숙지황·천문동·맥문동·인삼으로 구성한 약이다. 보하는 효과가 무궁무진해 열흘이나 한 달을 먹으면 스스로 동년배와 달라진 것을 느끼게 된다. 늘 먹으면 효과를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自己知爲別等人. 常服功效難盡言). 여조(呂祖)가 수행할 때 복용했다고 한다. 여조는 도교의 신선 여동빈을 말한다.
신선불로환은 늙지 않는 선약을 뜻한다. 그 효과가 특별해 젊은 낯빛을 유지하는 것이 힘든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인삼·우슬, 사천(四川)의 파극, 촉(蜀)의 당귀, 두충을 갖추고, 생지황·숙지황·토사자·백자인·석창포·지골피·구기자를 넣는다. 파·마늘·무와 고기를 먹지 않으면 수염과 머리카락이 검어진다고 했다.
보약은 정성으로 먹는 약
그냥 달이거나 분말을 내서 먹는 것이 아니다. 하수오는 쌀뜨물에 담갔다가 물러지면 대나무칼로 껍질을 벗기고 자른 후에 검정콩 달인 물에 담갔다가 그늘에서 말린다. 다시 감초즙에 섞어 볕에 말리고 찧어서 가루를 내는데 쪄서는 안 된다. 지골피·백복령은 술로 씻은 후에 볕에 말린다. 생건지황은 술에 하룻밤 담갔다가 볕에 말린다. 천문동·맥문동은 술에 6시간 담갔다가 꺼내 심을 제거하고 볕에 말린다. 인삼은 노두를 제거한다.
보통 정성이 아니다. 한의학의 백미는 바로 이 법제 방법에 있다. 약재마다 알약, 가루약, 달임약, 술에 담그거나 고약으로 만드는 것이 다 다르다. 물론 아무렇게나 사용해도 되는 약재도 있지만 꼭 법제를 지켜야 하는 약재가 있다. 불로의 처방도 중요하지만 만드는 방법과 먹는 방법도 참으로 중요하다. 보약은 역시 정성으로 먹는 것이다.
이경제 이경제한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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